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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구조조정의 방향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4월07일 22시3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41분

작성자

  • 최성재
  •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석좌교수,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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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복지 구조조정의 방향

 

 사회복지(이하 ‘복지’로 칭함)가 또 다시 사회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이슈는 복지재정 문제 해결대안으로 구조조정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의 방향 제시에 앞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복지의 의미이다. 복지에 관해 주장하는 사람들 간에 복지의 의미가 서로 달라 주장이 모순되거나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복지 전문가 입장에서 보면 복지에는 잔여적 복지와 제도적 복지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잔여적 복지(residual social welfare)는 개인이나 가족 스스로 최저생활 유지가 어려운 저소득계층(절대적 빈곤 또는 상대적 빈곤선 이하)을 선별하여 복지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선별적 복지는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 복지로서 문제해결에 치중하여 근본적 해결과 예방적 서비스는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제도적 복지(institutional social welfare)인데 저소득층을 위한 선별적 복지에 더하여 중산층 이상에게까지 공통적 욕구 해결과 예방대책 및 삶의 질을 높이는 상당 범위의 서비스를 경제적 조건에 관계없이 보편적 복지급여로 제공하는 것이다. 

 

   건전하게 발전하고 있는 서구 복지국가들은 국민적 합의에 의해 잔여적 복지를 제도적 복지로 발전시켜 온 나라들로서 복지를 ‘소비’가 아닌 ‘사회적 투자’로 생각하며 경제발전 수준에 걸 맞는 복지급여 제공으로 경제와 복지의 상생과 조화를 통한 국가발전을 추구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2015년 복지예산 115조 원 중 40%만 잔여적 복지 즉 선별적 복지 예산이고, 나머지 60%는 보편적 복지 예산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잔여적 복지를 넘어 제도적 복지로 확대발전해 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복지수준은 다른 OECD국가에 비교해 보면 경제발전 수준에 걸 맞는 정도는 아직 못 되고 있다. 지난 5-6년간 우리나라 복지예산 증가속도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빨랐지만 부담가능 수준을 넘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예산의 계속적 증가에 대한 우려와 복지예산 재원문제로 복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복지 구조조정은 복지정책 내 구조조정과 복지정책 외 국가정책 전체와 관련한 구조정이 있을 수 있다. 복지정책 내 구조조정은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과 복지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다. 

   복지 전달체계 효율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구조조정은 정부부처간의 유사중복 프로그램의 통합조정, 일선 전달조직의 개편, 효과적 평가체계 수립 등이다. 이 같은 방향은 바람직하고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방향에서 정부가 지난 4월 1일 내놓은 대책은 현재 중앙정부 부처에 산재해 있는 360개 복지관련 정책(사업)과 지방정부의 1만여개 복지관련 정책을 통합,조정하고 중복급여와 부정수급을 근절하고 예방하겠다는 것인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정부 부처간 통합조정은 과거에도 여러 번 시도했으나 별 성과가 없었기 때문에 비상한 각오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복지업무의 효율성과 통합성을 위해 시,군,구 단위 일선 복지전달체계의 통합조정 역시 비상한 결단으로 추진해나가 할 것이다. 또한 소득정보 및 급여정보 시스템을 단일체계로 통일하여 구축하고 모든 부처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복지관련 정책의 효과성은 물론 효율성도 철저히 평가하고 관리하는 체계도 갖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같은 종합적 전달체계 개선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사회보장위원회가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되어 추진해야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3조원 보다는 훨씬 많은 재정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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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존 복지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축소하는 복지 구조조정 방향은 여러 가지 면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많기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축소하자는 것은 선별적 복지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데 선별주의 지향은 복지재정의 부족이나 압박을 완화하고, 복지의존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 내지는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첫째, 선별적 복지 강화는 우리사회가 추구하여 온 복지 이념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잔여적 복지를 넘어 상당한 수준의 보편적 복지를 지향해 왔다. OECD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급여는 경제발전 수준에 미달하는 수준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선별적 복지급여로 회귀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의 복지이념을 크게 바꾸자는 것이어서 또 하나의 큰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다.

 

   둘째, 선별적 복지는 복지제도 발달과정에서 큰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선별적 복지는 사회를 부자와 빈자로 가르고, 빈자를 낙인찍어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선별적 복지 급여가 많을수록 부정적 효과는 더해 질 수 있다. 

   

   셋째, 선별적 복지 강화는 상대적 박탈감을 높이고 복지 체감도를 낮추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는 상대적 빈곤률(15%정도)이 OECD국가 평균(11% 정도)에 비해 상당히 높은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낮출 수 있고, 복지지출 수준(10% 정도)도 OECD국가의 GDP 대비 복지지출 평균(21%정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복지 체감도를 높일 수 있다.    

  

   넷째, 선별적 복지 강화는 보편적 복지급여의 연계 효과가 큰 것과 중장기적 사회적 부담절감 효과가 큰 점을 무시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급여는 저출산고령화 문제해결, 빈곤의 대물림 예방, 고용-복지 연계에 의한 안정적 일자리 제공, 인적자본 투자를 위한 기초교육 강화, 사회통합 등에 기여하는 중장기적인 사회투자라 할 수 있다. 보편적 복지급여의 중단, 축소, 또는 폐지는 장래에 훨씬 더 큰 사회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선별적 복지로의 후퇴는 정부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약속하고 입법화된 복지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국민들로 하여금 선거로 선택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게 하고, 나아가서는 복지 포퓰리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시적 경제사정 악화나 복지의 의미를 깊이 잘 모르는 여론이나 일부 사람들 주장에 밀려 복지급여를 재조정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고 어느 한 정권에 대한 불신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계속적인 불신으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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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조정은 복지정책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정책 우선순위를 재조정할 수도 있고 각 정책 내의 효율성 재검토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정부의 복지재정은 일정비율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재정 전체 입장에서 필요하면 다양한 정책들간 구조조정을 통해서도 복지재정 확보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주장에는 정부 전체에는 다양한 정책들이 있는데 왜 복지정책 내에서만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논리가 없고, 국민적 합의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정책 내에서만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복지정책 내에서 만의 구조조정을 주장하는 것은 아직도 복지를 단순한 소비로 보는 시각에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복지급여의 종류와 대상을 축소하여 선별주의로 회귀하는 복지 구조조정은 정책적 및 정치적 차원에서도 더 큰 사회 이슈와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현명한 정치적 결단이 요구된다. 경제와 복지 또는 성장과 복지의 상생과 조화를 통한 국가발전 전략으로 복지정책 내 구조조정 외에 국가정책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도 분명히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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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4월07일 22시32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1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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