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골든타임..짙어지는 패배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5년05월11일 21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3분

작성자

  • 장용성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메타정보

  • 37

본문

사라지는 골든타임..짙어지는 패배감

 요즘 주가도 오르고 부동산 시장도 활황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도 확산될 법도 하다. 온돌방 한쪽 구들에 온기가 돌면 방 전체가 따뜻해지듯이 말이다. 경제가 나아지면 민심도 좋아져서 집이나 직장 그리고 길거리에서도 웃음소리들이 자주 들려질 법하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디서든 싱글벙글한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명박 정부 때 경제장관을 했던  L씨는 “ 숨이 막히는 는 것 같다. 어딘가 건드리기만 하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 같은데.. 과연 그렇게 되면 위기관리능력이 있기나 한지 걱정”이라고 말한다. 다른 K 전 경제장관 역시 요즘 같은 주식시장호황에도 불구하고 ‘정말 불안 불안한 상황’이라고 걱정을 앞세운다. 

 

 그러면 현재는 그렇다 치고 앞날은 어찌 될 것인가? 초조한 마음으로 ‘10년 뒤의 한국경제의 모습’에 대한 기업 및 금융기관 CEO나 전직 장차관들의 소견을 기회 있을 때마다 물어보고 다닌다. 습관이 됐다. 몇 건만 소개해본다.

모 금융그룹 P회장은 “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 때 지나갔다. STX 등 부실기업을 그 때 정리했어야 한다. 이젠 포스코도 회복이 어려울 것 같다.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해지고 있는 게 큰 문제다”라고 말한다 .제조업을 하는 윤모 회장은 “ 전체적으로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상당한 정치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 모 회장도 “ 근본은 남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모방경제(imitation)들은 사라질 것이다. 지금은 국가개조 개혁이 필요한 시기다”라고 한다.

 

 금융지주의 K부회장은 “ 지금이 전성기, 꼭지점 아닌가요? 이젠 해외이민도 안갑니다. 과거 80년대 일본이 그랬어요. 그냥 안주하고 있는 것이지요”라고 지적한다. 모두들 비관적 시각이다,

우리는 한국경제가 일본경제의 종래 궤적을 20여년의 격차를 두고 따라 가고 있다는 얘기를 귀에 못 박힐 만큼 많이 듣고 있다.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의 김현철 교수는 ‘세계를 제패한 최강경영’이라는 저서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30년의 진상을 심도 있게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 저서에서 일본이 1995년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인구절벽을 맞은 그 다음해에 백화점을 비롯한 음식점 미장원 등 거의 모든 소매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던 사례를 주목한다. 또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경제가 더 나빠지자 정치인들이 희생양을 찾으려하면서 관피아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또 근로자들을 달래기 위해 정년연장이나 임금피크제와 같은 포퓰리즘, 그리고 기업들을 희생양 삼기위한 법인세인상과 같은 조치들이 나왔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작년 말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한국경제개혁의 골든타임론을 부쩍 강조해왔다. 골든타임(Golden Time)이란 통상 ‘위급한 환자가 생명을 건질 수 있는 마지막 시간’ 또는 ‘어떤 일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간’ 등을 의미한다.

박대통령은 작년 10월 29일 모처럼의 국회 시정 연설에서 “ 지금이야 말로 우리 경제가 도약하느냐 정체하느냐의 갈림길에서 경제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금년 3월 17일, 김무성 문재인과의 3자 회담에서는 “ 경제 한번 해보겠다고 2년, 3년 매달리는데 국민을 위해서 하고 싶은 것 하지 못하면 얼마나 한이 맺히겠느냐” 며 공무원연금개혁 관련법과 경제활성화법안을 4월에 처리해주길 요청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성완종사건과 관련한 대국민담화에서도 “지금 공무원 연금 개혁 처리 시한이 나흘밖에 남지 않았다. 내년이면 매일 국민 세금이 100억 원씩 새어 나가게 된다”며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국민의 고통이 너무 커지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20155112059294823789nqx.png
 

최경환 부총리도 골든타임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특히 금년 3-4월은 골든타임중의 골든타임이라는 용어도 썼다. 전국단위의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라는 점이 강조된 것이다. 물론 성완종게이트가 터지는 바람에 4.29보궐선거가 과열현상이 빚으면서 당초 예상을 빗나가긴 했다. 

 

 정부당국이 주장하는 왜 골든타임인가의 또 다른 중요한 논리의 축은 인구구조의 노령화 관점이다.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6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시작하게 된다. 1995년 인구절벽을 경험한 일본이 그 다음해인 1996년 전 분야의 소매매출이 급락했던 사례가 20여년이 지난 현재의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심각한 소비감소로 경제성장의 주요축이 무너질 수 있다.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라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 있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생산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이들 인구층이 또한 소비의 주도층이기 때문에 국내소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얼마 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한국경제 3% 성장, 위기 징후’자료를 보면 2010년대의 한국이 1990년대 일본의 불황패턴을 따라간다고 지적한다. 특히 소비측면에서 과거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0~1%로 제한적인데 민간소비증가율이 계속 떨어지는 저물가 저소비를 경험했는데 우리도 최근 동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낙관적인, 긍정적인 측면은 없는가? DJ정부와 노무현정부 때 경제장관을 지낸 이헌재씨는 “ 한국은 한 세대 내에서 자녀들의 체형과 골격이 바뀐 나라다. 엄청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통령이나 다음 대통령이 잘 하면 상당한 성과를 나타낼 것이다”라고 말한다. 막연하지만 앞날에 대해 밝은 진단을 내리는 편이다. 물론 이 전장관의 긍정론에도 지금과 다음 대통령이 잘 한다면 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어있다.

 

 모 연구원의 K원장은 현 정부가 1백40개 국정과제를 선정했는데 그렇게 무리한 목표보다는 차라리 10개정도만 확실히 추진해도 역사에 남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한다. 권력의 축이 국회로 넘어갔기 때문에 행정부 혼자서는 중요한 개혁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정부는 공공 노사 금융 교육 등 4대 분야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같이 어려운 분야로 역대 정권이 힘겨워했던 대목이다.

국무총리를 지냈던 모씨는 이번 4대 개혁 중 특히 노사개혁이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이 문제만큼은 대통령이 직접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이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해를 구했다면 노동계도 최소한의 성과라도 보였을 것 아니냐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지금의 여야 정치인들이 과연 제정신인가?

나는 그러나 정치지도자나 관료집단 그리고 기업인, 노동귀족 등을 탓하기에 앞서 더욱 무서운 것은 우리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기 시작한 패배주의 같은 것이다. 이런 정치구조와 이런 식의 멘탈리티로는 되는 게 없을 것이라는 식의 막연한 비관론이 번지게 되면 한국은 정말로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치닫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제통화기금의 라가르드 총재는 얼마 전 오늘날의 세계경제상황이 New Mediocre에서 New Reality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경제는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않는 뜨뜻미지근한 장기저성장상태(New Mediocre)가 지속되어 왔는데 이제는 세계각국 지도자들이 그러한 장기저성장침체상황을 알면서도 어떤 대응책도 못 내고 있는 New Reality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NATO(No Action Talking Only)라는 말과도 유사한 것 같다.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은 Long Range of Comfortable Inac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액션을 안하고 편안하게(comfortable)지내는 사안들이 많다는 말일 것이다. 영국의 영웅 윈스턴 처칠수상은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어떤 액션을 하느냐가 아니라 노액션이라는 말을 남겼다.  

 

20155112105w26t133903.png
 

 No Action은 과거에도 문제였지만 한국경제엔 골든타임이 지나가느냐 마느냐는 절체절명의 순간인 만큼 더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주열 한은총재도 얼마 전 경제동향간담회에서 “ 지속적인 성장으로 가기위해서는 경제체질이 개선되어야한다. 우리가 다 아는 얘기지만 실행이 중요하다”라고 한 말도 우리가 노액션 상태에 있음을 새감 확인한 셈이다. 

지금 우리에겐 액션과 자신감 회복 패배감 퇴치가 예방책이요 살길이다

 

37
  • 기사입력 2015년05월11일 21시0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0시23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