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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기업구조조정인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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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15일 21시10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6일 18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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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왜 기업구조조정인가

  ㅊ매달 받은 월급으로 살림 살고 남는 돈은 저축한다. 이자 낼 게 있다면 그것도 낸다. 하지만 남는 돈보다 내야할 이자가 더 많다면? 살림 규모를 줄여 쓸 돈을 안 쓰는 게 일반적이다. 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사해서 남는 돈이 영업이익이다. 이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를 못낼 정도라면? 말을 바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보다 적다면? 기업 역시 투자나 인건비를 줄이는 축소경영에 돌입한다. 적신호라서다. 

 

◆부실기업 늘고 부실화도 심화

와이즈에프앤(wisefn)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을 계산했다. 이 비율이 1미만인 기업이 31.3%에 달했다. 10개사 중 3개사 꼴로 위험한 회사란 의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 2009년은 25.8%로 지난해보다 적었으니 말이다. 2012년은 30.2%였고. 갈수록 위험 기업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올해는 지난해보다도 더 많았다. 상반기 중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기업이 33.3%였다. 상장사 3개 중 한 개가 위험하다는 의미다. 

더큰 문제는 양극화다. 위험 기업들의 부실이 더 심화되고 있다. 가령 지난 해 전체 상장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4.49로 나쁘지 않다. 이자보다 영업이익이 4.5배나 더 많다. 하지만 이 비율이 1미만인 505개사의 이자보상비율은 –1.19나 된다. 영업이익이 적자(–7조8300억원)였고, 이자비용이 6조5700억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율이 1미만이 위험 기업들의 이자보상비율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2005년 –0.35, 2009년 –0.73, 2013년 –0.7등이었다. 올 상반기는 더 나빴다. –3.05로 급등했다(표1 참조). 

물론 한 해 동안의 실적만 놓고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건 섣부르다. 하지만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이라면 진짜 위험한 기업이라고 판단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이런 기업을 좀비기업 또는 한계기업이라 한다.  

 

◆좀비 기업은 6개사 중 한 개사

와이즈에프앤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2~2014년 3개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기업은 6개사 중 한 개꼴이었다. 1560개사 중 258개사(16.5%)였다. 이들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0.43.

좀비기업은 조선과 철강, 건설 등 몇몇 업종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 업종에 걸쳐있다. 24개 업종 중 통신서비스와 유틸리티만 없었다. 나머지 24개 업종에는 모두 좀비 기업이 있다. 기업 부실은 전산업의 문제란 얘기다. 이중에서도 에너지산업과 조선산업이 심각했다. 에너지는 2개사 중 한 개사(45.5%), 조선은 3개사 중 한 개사(34.6%)가 좀비였다. 화학, 철강, 건설 등도 5개사중 1개사 꼴이었다.  

게다가 좀비기업 중 큰 기업은 거의 모두 재벌그룹의 주력기업이다. 대한한공과 한진해운(한진그룹),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두산그룹), 동국제강, 한화케미컬, 현대상선, 한진중공업, 코오롱글로벌, LS네트웍스, 동부제철 등이다. 30대 그룹 중 17대 그룹이 좀비기업을 갖고 있다. 이들 기업이 대체로 주력기업이라 자칫 나라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좀비기업이 빌린 돈도 엄청나다. 505개 좀비기업의 지난 해 차입금(이자발생부채 기준)은 70조원이었다. 기업부채 발 경제위기라는 말이 과장되지 않았다. 이중 1년 내 원금을 상환해야할 단기차입금이 무려 32조원이다(이상 표2 참조).   

 

◆부실 심화는 성장 둔화 탓이 커

좀비기업 비중이 늘고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이유는? 저성장 때문이지 싶다. 고성장이면 경쟁력이 없는 기업도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저성장으로 들어서면 우량기업만 남는다. 실제로 상장기업 전체의 매출 증가율은 2013년을 기점으로 갈린다. 2009~2012년의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5.7%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의 2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에 그쳤다. 지난해는 매출증가율이 –0.1%로 오히려 감소했다. 올 상반기는 더하다. 지난 해 상반기 대비 매출액이 무려 3.7%나 줄었다. 특히 조선과 화학, 철강업종의 매출액은 모두 감소했다. 올 상반기까지 3년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2(철강)~-5%(조선)였다(표3 참조).   

성장이 둔화되면 ‘부실로부터의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시간 벌기’였다. 인고의 세월을 견디다보면 경기가 살아나고 부실로부터 탈출했기 때문이다. 하이닉스 등이 단적인 예다. 우리의 기업구조조정 역사는 대개 이랬다. 일시적 불황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채권단이 지원해주고 기업과 정부는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린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힘들어졌다. 저성장이 상시화되는 뉴노멀 시대라서다. 세계경제가 앞으로도 몇 년간 지금처럼 골골대면, 우리 경제도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기업들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부실이 심화된다. 부실 탈출은 불가능하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도 따라서 인상하면? 좀비기업은 줄줄이 도산한다. 금융기관 부실로도 전이되면서 기업발 경제위기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터뜨리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조조정 안한 일본이 반면교사

좀비기업의 증가는 그 자체로도 문제다. 금융사 부실은 물론이다. 덧붙여 과소투자와 고용 둔화로 이어진다. 일자리 창출 효과를 파악하기 위해 와이즈에프앤의 데이터를 통해 차입금(이자발생 부채 기준) 10억원당 종업원수를 계산했다. 전체 상장기업의 지난해 종업원수는 2.9명이었다. 하지만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좀비기업의 종업원수는 1.3명에 불과했다. 만일 금융지원이 정상기업에 더 됐더라면 고용창출효과는 더 컸을 게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부실기업의 자산비중을 10%포인트 낮추면 일자리가 11만 개 더 생길 것이라고 한다. 

좀비기업은 외부 비경제도 초래한다. 가령 시장에서 사라져야할 좀비기업이 금융지원으로 연명한다고 치자. 그러면 좀비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제품 가격을 덤핑친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좀비기업 때문에 생산이 늘어나면 제품값이 내려간다. 정상기업의 이윤은 줄어들고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다. 

장기적으로도 부정적이다. 좀비기업이 퇴출되지 않으면 산업 전체의 임금 수준과 자본가격이 올라간다.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저해된다. 신기술을 보유한 신규기업 진입도 막힌다. 이래저래 국민경제의 생산성과 역동성이 저해되는 까닭이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이 그랬다. MIT대 카발레로 교수(Ricardo J. Caballero, “Zombie Lending and Depressed Restructuring in Japan”, 2008)에 따르면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가 일본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구조조정 주체는 세 곳이다. 기업과 은행, 정부다. 기업이 부실인지, 그래서 구조조정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아는 곳은 기업 자신이다. 오너 회장등 최고경영자가 스스로 구조조정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구조조정에 가장 저항한다. 구조조정 역사가 그랬다. 위기가 턱밑까지 차올라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금만 지원해주면 살릴 수 있다며 큰소리다.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나서도 미적거리는 건 여전하다. 버티면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는 배짱에서다. 갈 데까지 가는 이유다.

금융사도 적극적이지 않다. 구조조정을 하면 당장 손실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승진과 보수에 영향 받는다. 자신도 없다. 부실 여부의 평가과 회생 방안 마련에 노하우가 많지 않아서다. 결국 남은 건 정부다. 하지만 정부도 미적대기 쉽다. 정치적 부담도 있다. 감원 등으로 사회적 동요도 있다. 역대 정부는 대부분 미적댔다. 김영삼 정부는 미루다가 외환위기를 맞았다. 김대중 정부는 신용카드 빚을 다음 정부에 넘겼고, 노무현 대통령은 가계부채와 건설사 부채를 이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구조조정과는 담을 쌓았다. 물려받은 부실과 부채를 더 키워서 이번 정부에 넘겼다. 그러는 새 막판까지 물렸다.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그만큼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과거 정부처럼 엄포에 그치거나 용두사미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번이 어쩌면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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