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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 정말 하고 싶다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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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4년10월09일 03시23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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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매각, 정말 하고 싶다면

우리은행 민영화, 이번에는 성공 할 것인가? 마땅한 해법은 무엇 인가? 이에 대한 답은 간단치 않다. 정부의 민영화 원칙과 투자자들의 생각, 그리고 금융시장의 현실 등 얽히고설킨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과거 외환위기 이후 자기자본 부족에 빠진 금융기관들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진 한빛은행에 여러 부실 금융사들을 한데 모아 만들어진 금융지주사이다. 2001년 정부는 공적 자금 12조8천억 원을 들여 이 지주사를 세웠다. 그 이후 내로라하는 금융 전문가들과 명망가들이 회장, 행장 등을 맡아왔고 정부는 어떻게든 공적자금 회수를 해 보려고 국내 상장에 이어 뉴욕증시에 등록시킴은 물론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공개입찰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d59a456235.png 과거 민영화 노력의 실패는 왜?

 

우리 금융 민영화에는 3가지 원칙을 내걸었다. 공적자금의 조기 환수, 회수금의 극대화, 그리고 금융산업 발전. 모두 매우 타당 하고 좋은 목표이다. 다만, 아무리 좋은 목표를 세운다 하여도 현실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면 그 것은 캠페인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이들 목표는 서로 상충 된다. 조기 환수를 위해서는 회수의 방법이 유연해야 한다. 그런데 회수금 극대화와 금융시장 발전이라는 항목이 발목을 잡는다. 회수금의 극대화는 경영권 지분으로 매각하여야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금융 시장 발전이라는 목표 때문에 자격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일단 외환위기 당시 부실 자산 풋 옵션까지 붙여 뉴 브릿지라고 하는 해외 사모펀드에 넘겨준 제일 은행 매각에 대한 곱지 않았던 시각과 외환은행을 투자해 수 조원의 차익을 올린 론스타 트라우마로 인해 해외자본의 인수는 법적인 제약을 떠나 정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아무리 글로벌 은행이라 해도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에서 받은 내상을 치유 중인데다 규제 많기로 소문난 한국의 은행산업에 그리 관심이 있을 것 같지 않다. 씨티(Citi) 나 HSBC 조차 우리나라에서 그닥 재미를 못 보아서인지 규모를 줄이고 있는 판이다. 국내 PEF(사모펀드)는 규모가 턱없이 작아 그 인수 능력과 인수 후 경영능력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또 누가 뭐라 해도 국내 정서상 아직은 금융회사라기보다는 공공기관으로 더 인식 되고 있는 은행경영을 일개 사모펀드에 맡긴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게다가 우리나라에는 철저한 금산(金産)분리 원칙까지 있어 매수자 풀은 더욱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이 세 가지 목표는 공존이 불가해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시각이었다. 하지만 여론과 정치적 이유로 새로운 정부는 들어설 때 마다 민영화를 외쳤고 당연히 무위로 끝났다.

 

박근혜 정부의 민영화 전략

 

박근혜 정부들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의 분리 매각을 시도했다. 한층 현실적인 신 위원장의 이러한 전략은 우리금융 경영진과 실무진들에게 ‘해 볼만 한 일’이라는 목표로 다가왔고 경남 및 광주 등 2개 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 우리F&I 등 비은행 계열사들을 나름 좋은 조건으로 매각해냈다. 각 금융사별로는 애초부터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것이고 각자 임자를 찾아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은행 매각이다. 시작한 일이니 잘 되길 바라지만 이 시도 또한 앞에서 거론한 제약들로 역시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라고 본다. 가장 자연스럽고 실현 가능성이 높은 매수자는 금융지주사들이다. 그런데 금융지주사들끼리 통합하게 되면 은행의 숫자가 너무 줄어 시장 독과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통합 후 단일 은행의 부실화가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또 통합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게 우리 사정이고 보면 금융지주사들이 지금 우리은행을 매수하겠다고 나선다는 것은 것을 기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뜩이나 대다수의 금융지주사들이 자체 문제로 각각 내홍을 겪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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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비 은행 금융기업의 입장은 어떨까? 교보생명을 비롯해 한 둘의 잠재적 매수자에 기대를 거는 것 같다. 이들은 모두 꽤 성공적으로 금융사를 경영해 온 곳 들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운영은 왜 가능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오너십과 경영의 자율성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은행을 인수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부터는 사기업 방식의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런 비 은행 금융사는 장사를 잘해 돈을 많이 벌 수록 훌륭한 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이 돈을 많이 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뿐 아니라 소비자단체 그리고 언론매체들까지 나서서 과도한 이익을 낸다고 목청을 높이고 각종 수수료와 이자 등을 내리라고 아우성칠 것이다.

 

은행은 엄연히 원금과 이자를 보장하는 보수적인 예금수취기관인데 때때로 정책적으로 가계나 중소기업에 대출을 더 하라고도 하고, 본업도 아니고 전문성도 없는데 기술만 보고 투자하라고도 한다. 또 어느 산업이나 그렇듯이 부침(浮沈)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부실이 커지면 경영진은 국회에 가서 변명도 해야 하고 보수도 공개해야 할 뿐 아니라 자발적(?) 감봉까지 해야 하는 입장으로 내 몰린다.

 

금융은 지식 기반 산업이다. 더 머리 좋고 돈 잘 버는 아이디어 많은 사람이 모여야 하고 리스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모으려면 철저하게 성과에 준하는 투명한 보상과 승진, 그리고 책임 추궁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은행이 이렇게 경영 되고 있다고 누가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가? 물론 정부는 이렇게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니 주인을 찾아주고 자율경영을 하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국내 금융 환경을 누구 보다 잘 아는 대형 금융사의 사주나 경영진에게 이 말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제 값 받는 민영화는 불가능 한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100% 가능하다. 어떻게 하면 될 것인가?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말로 할 필요가 없다. 당장이라도 실천 하면 된다. 지금 말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누구도 그 말을 영원히 책임질 수 없고 그런 말만 믿고 수조 원짜리 M&A에 나설 사람은 없다.

 

한때 필자가 몇 국내외 은행 잠재 매수기관 최고 경영진과 대화 한 적이 있었다. 이들의 질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은행의 대주주가 되면 정말 인사 보상 프라이싱(가격책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가? 국내에 은행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는 CEO 풀은 얼마나 되는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은 어느 정도 폭으로 가능한가? 만일 전략적으로 필요해 다시 매각 하고자 하면 용이한 일인가? 사실 이들은 전혀 특별한 질문이 아니다. 어느 M&A를 하거나 상식적 수준의 질문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우리나라 은행 산업에 대입해 보면 답답해진다.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위원장, 더 나아가서는 대통령이라고 해서 자신 있게 답을 줄 수 있는 문제일까? 물론 자율경영을 하는데 이미 법적으로는 별다른 제약이 없다. 그래서 법적인 부분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실적 제약과 더불어 무엇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가장 우려하는 것이다.

 

인수자 입장에서 M&A는 주주 가치를 극대화 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목표이다. 많은 IB(투자은행, Investment Bank)들이 우리금융에 대한 인수매력을 얘기할 때 대주주인 정부의 경영간섭으로부터 벗어나 자율 경영을 하면 수익성을 대폭 올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또 정부 지분 매각 후에는 매각 대기물량이 해소 되어 주가가 상승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결국 은행의 경영이 사기업 운영하듯 하면 금방이라도 좋아 진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미 답은 나온 것이다. 앞에 언급한 자격제한으로 어차피 경영권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주체를 찾기 쉽지 않고, 또 현실적 우려로 선뜻 좋은 가격을 내고 살 곳이 없다면 결국 우리은행 자체를 투자 매력이 높은 대상으로 만들면 될 것 아닌가? 민영화 후 대주주와 경영진이 해주었으면 하는 경영을 가능케 해 주면 될 일이다.

 

물론 민영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은행이라는 속성상 여느 금융 사기업처럼 운영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부에서 보장 해 주려고 하는 자율경영을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모범적 지배구조를 통해 실행하면 대주주가 누구이건 수익성도 좋아지고 성장성이 있는 매물이 될 것이기에 경영권 매각을 통하지 않더라도 국내외 많은 투자기관들이 앞 다투어 이 주식을 쓸어 담게 될 것이다.

 

정책당국에 묻고 싶다. 우리금융 매각 방법을 고민하는 동안 이 물건을 매입해 어떻게 가치를 제고할 것인가를 설파 하며 매수자를 찾아 헤매었던 IB들의 피치북(Pitchbook)을 진지한 자세로 들여다 본적은 있는지? 이 매물 자체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방법을 애초부터 어려운 매각 방정식만큼 고민하고 실행하려 시도나 해 보았는지?

 

JP 모건이나 씨티은행 HSBC 등 세계 최대 은행의 대주주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관심이 있는 사람도 없다. 시장투자자들은 단지 그들이 내는 수익과 재무건전성, 그리고 그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차별화된 전략과 경영진 만 쳐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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