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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열대야의 반복, ESG의 역할을 기대한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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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03일 17시0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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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기해년에 주목해야 할 3가지 키워드(탄소배출, 신재생에너지, ESG) 라는 글을 게재한직 후, 우리나라를 삼킬 듯한 재난 수준의 미세먼지가 심한 날들을 마스크 하나로 막아서야 했다. 이민을 처음 생각해 본 사람이 많았을 만큼 심각했다. 그 기억이 채 사라지기 전에 우린 다시 혹독한 열대야를 예고하는 이상고온을 마주하고 있다. 기약 없이 미세먼지와 열대야의 반복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개선 방법과 시점이 더없이 궁금하다. 원인에 대해 논란이 많지만, 둘 다 주요 원인이 화석연료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화석연료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리하고 싸다. 신차 구매 시 아직은 전기차 보다 휘발유 차를 선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정부도 기업도 화석연료 사용을 확 줄이기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럼 유사한 문제를 먼저 겪은 선진 사회에서 부상하는 관련 트렌드는 무엇일까?

 

필자는 환경에너지 전문가로서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사회에 소개해 왔다. 2017년까지 바르셀로나 국제배출권거래제협회(IETA) 이사회와 뉴욕 UN총회 등 글로벌 행사에서 강연하며 직접 목격한 글로벌 트렌드를 한국에 전달했었는데, 당시 언급했던 동 분야의 4차 산업혁명 트렌드들이 어느새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018년 환경에너지연구소로 이직 후 글로벌 트렌드의 국내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역할 부상이 예상 된다. 이미 2019년 국내 주총시즌에 주목 받은 스튜어드십코드(주주경영관여)의 주요항목이 ESG이기에, 생각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다. 그 동안 정부 주도로 기업과 개인이 화석연료 사용을 단기적으로 많이 줄이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시점에 ESG의 주체인 투자자가 새로운 역할을 자청하며 등장했다. 사회 이해관계자 중에 힘이 강한 편인 투자자가 화석연료 저감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기고에서도 간단히 설명했듯이, ESG란 투자자가 주주총회, 소송, 투자철회 등을 통해서 투자대상기업을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비재무적 항목으로, 환경개선(E) 사회책임(S) 지배구조(G)를 일컫는다. 재무정보만으로는 투자대상기업의 시장가치(주가)가 설명되지 못 하고, 환경개선노력 및 사회책임활동 등을 포함하는 기업의 비재무정보로 오히려 투자대상기업의 주가가 더 잘 설명되기에, 투자자가 직접 투자대상기업의 ESG상태를 점검하고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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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네덜란드 행동투자자인 ‘Follow This’는 영국석유회사인 BP(British Petroleum) 주주총회에서 파리협정 을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의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주주제안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12월 12일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본회의에서 195개 당사국이 채택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5월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채택될 것으로 예상된다. 요구의 형태는 주주총회에서 주주권 행사를 통한 요구 외에도 다양하다. 평상시 CEO에 편지를 보내 요구하기도 하고, 소송이나 투자철회를 통해 요구하기도 한다. 2018년 하반기 영국교회연금은 유럽정유사인 Shell(Royal Dutch Shell)에 탄소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임원성과급과 연계하도록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고, 뉴욕연금은 탄소가격을 낮게 전망해 투자자 손실위험을 초대했다는 이유로 미국석유화학사인 Exxon Mobile을 고소했다. 이런 요구는 글로벌 기업만 받는 것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자산운용사 스토어브랜드는 2019년 1분기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퇴출당한 기업 173개의 명단을 발표하면서 퇴출 사유는 대부분 ESG관련으로, 환경 파괴와 온난화에 중대한 해악을 끼친 기업, 국제 협약 위반 및 인권 침해 기업, 부패 및 금융범죄에 관련된 기업 등이며, 이 중에는 한국 기업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이 높은 국내 중견기업들까지 해외주주로부터 ESG관련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러면, 왜 이런 요구가 갑자기 가시화된 걸까?

 

그 해답은 2018년 미국 주주총회 특징을 보면 알 수 있다. ESG 중에서도 환경개선(E) 및 사회책임(S) 관련 주주제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투자대상회사의 E, S에 구체적으로 관여하여 주총에서 다수지지(30% 이상)를 받은 주주제안이 2008년 전체 안건 중 15%에서 2018년 47%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2018년에만 기관투자자 10곳 중 6곳이 ESG를 투자에 고려하기 시작했고, S&P 500대 기업 88%의 대주주인 글로벌 3대 자산운용사(BlackRock, Vanguard, SSGA)의 투자철학, 투자방침 등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Investment Stewardship  Report 2018에서 3사 모두 ESG risk, 특히 climate risk를 투자대상기업과의 engagement(경영관여)시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분명히 새로운 요구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요구의 흐름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 진다. 우선 기업이 공개하는 비재무정보를 바탕으로 ESG를 전문적으로 평가하는 ESG평가사가 기업을 평가한다. 투자자는 ESG평가사의 평가결과와 투자자 스스로의 ESG기준을 근거로 투자대상기업에 ESG관련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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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기업은 상술한 새로운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해외주주 혹은 평가사로부터 ESG관련 요구를 받은 기업과 국내외 평가사로부터 이미 부여 받은 ESG등급이 낮은 기업이 먼저 대응해야 한다. 핵심은 투자자들과의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17~’18 미국기업 이사협회(NACD) 설문조사 결과, 미국 기업들은 이에 대해 외부자문 요청(66%), 주요주주와의 소통 강화(65%), 문서화된 대응전략 마련(28%), 경영권방어수단 도입(27%) 등을 통해 대응한다고 답변했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는 장기주주들은 상술한 바와 같이 최근 ESG를 투자대상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가치로 내세우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회사 정책을 충실하게 수립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각 회사별로 주주 분석(지분율, ESG성향 등)을 하고 중점 관리대상 주주를 선별하여 개별 주주들 성향에 맞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대외적인 기업 이미지 제고와 주요 투자자와의 소통강화를 위해서 기업들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1)    기업지배구조보고서의 전략적 작성이다.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투자자들에 대한 일차적인 정보 창구로 투자자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작성되어야 하고, 주주성향에 따라 환경(E), 사회(S) 요소가 가미되어야 한다.

 

2)    ESG진단 및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ESG 현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투자자가 요구하는 ESG수준과의 Gap을 도출한 후 이를 메울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여 실행해야 한다. 이사회·지배구조 개선방안 분석 및 진단, 효과적인 E(환경) S(사회) 감독 방안, 주주관여에 대한 대응 메뉴얼 등이 포함된다.

 

3)    주요주주와의 신뢰관계 형성을 위한 적극적인 주주관리 활동이 중요하다. 이는 체계적 주주관리로서 주요주주 관심사항의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 개별 미팅, 주주총회 의안 사전 검토를 통한 리스크 요인 분석 및 선제적 대응 등이다.

 

4)    상시 위험저감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사회의 개별 중요의사 결정에 대한 다각적인 법적/규범적 리스크 포함 ESG대응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ESG 관련사항에 대한 이사 교육 등이 예시다.

 

정부의 주도로 기업이나 개인이 화석연료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빠르게 동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나서면 달라질 수도 있다. 물론 투자자의 ESG역할로 열대야와 미세먼지가 모두 해결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리하고 싼 화석연료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단기적으로 어렵다면, 사회구성원 중 영향력이 큰 투자자가 ESG를 통해 일정 역할을 해 준다면 지금보다 다소 개선되지 않을까 하는 절박한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내 딸도 미세먼지와 열대야의 반복에서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ESG의 큰 역할을 기대해 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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