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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비율 40%와 재정건전성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6월09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09일 16시24분

작성자

  • 김상겸
  •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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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채무비율 한도를 왜 40%로 제한하는지 물었다는 언론보도 이후, 국가채무비율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당초 경제부총리는 향후 재정지출을 점진적으로 확대, 국가채무비율을 GDP의 40% 내외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식으로 보고하였으나, 이에 대통령이 직접적인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짐작컨대, 경제부총리는 이러한 대통령의 지적에 상당한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제1야당 대표시절, 40%에 미치지 못했던 박근혜 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두고도 ‘나라곳간이 바닥난 수준’이라 신랄히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총리의 입장에서는 나름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린 적절한 계획이라 생각했을 터이지만, 뜻밖에도 대통령은 당초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반응을 나타냈던 것이다.  

 

대통령의 이러한 견해는 ‘빚을 더 내는 한이 있더라도 나랏돈을 더 많이 써야한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겠으나 청와대나 현재의 집권여당은 나랏돈 써대는 것을 마치 위정자의 미덕(정의로 포장된) 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이래,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수차례 ‘국가채무가 더 증가해도 좋으니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돈을 써야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정부여당의 주장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관심은 결국 ‘선거승리와 이를 통한 집권’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입장에서 경제란 삶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권은 선택받지 못한다. 결국 경제상황의 개선은 정치적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나랏돈을 퍼붓듯이 쓰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는데, 경제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일단 쓰고 보자는 것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는 우리나라의 과거 경제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소위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였다. 소득주도성장만 추진하면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일거에 개선될 것처럼 주장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결과는 보잘 것 없는 수준이다.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은 갈수록 시들고 있으며,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경제 여건 역시 전보다 더 나빠졌다. 그토록 자신하던 일자리 상황 역시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집권한지 2년쯤 지났으면,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야 할 텐데 아직도 ‘기다려봐야 한다’는 구차한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실력도, 염치도 없는 돌팔이 의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렇다면 국가채무와 관련된 작금의 논란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채무비율을 더 높이는 한이 있더라도 나랏돈을 더 쓰고 보자는 청와대와 여당의 주장은, 우리나라의 채무비율 수준이 다른 나라들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음을 근거로 하고 있다. 객관적 지표로 볼 때,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OECD 국가들의 평균적 수준보다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안정적이라 보기 어려운 것 역시 엄연한 사실이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은 대략 GDP의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는 일반정부 부채(D2)만을 따진 것이다. 공기업의 부채까지 포함한 공공부문 부채(D3)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에는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오래전에 GDP의 60%를 넘어선 상황이다. 공기업은 사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공기업이 빚을 지고 있다면 이 역시 정부의 빚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이며, 안정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채무비율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 수준인가? 이에 대한 학계의 컨센서스는 사실상 없다. 다수가 동의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유럽연합(EU) 구성의 토대가 된 마스트리히트 조약(Maastricht Treaty)에서 제시되었던 GDP의 60% 수준을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당시의 필요에 따라 설정된 주관적 어림일 뿐이다. 절대적 기준은커녕, 일반적 가이드라인이라 보기도 어려운 것이다. 어렵고 거창한 경제이론을 떠나, 상식적 시각에서 한번 생각해보시라. ‘적당한 량의 빚’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를. 빚이란 그 자체로 원금과 이자라는 확정된 의무를 의미하는데, 여기에 어찌 적정수준이라는 기준이 제시될 수 있겠는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남들보다 빚이 적으니, 빚을 더 얻어도 된다’는 주장은 매우 무책임한 견해인 것이다. 

 

나라살림을 공부하는 학자의 입장에서, 국가채무비율을 더 높이자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나랏빚은 결코 안심해서도, 안심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먼저 국가채무의 규모나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채무라는 것은 그 속성상 쉽게 줄어들지 않는 특징을 갖고 있다. 빚에는 반드시 이자상환 부담이 따르기 때문에 국가채무는 어느 나라에서나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자칫 예상치 못한 상황이 닥치면 이자가 빚이 되는 상황, 즉 기존이자에 이자가 가중되어 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도 한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우리나라의 채무증가 속도가 빠른 이유는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급격히 진행되는 인구고령화 때문이다.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재정지출의 급격한 팽창을 유발한다. 나날이 늘어나는 고령인구의 부양을 위해, 정부가 써야할 돈이 눈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구태여 직접 나서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는 향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의 증가가 바람직한 것도 아닌데, 이를 애써 촉진할 필요까지 있겠는가?

 

사실 국가채무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학계의 중요한 연구주제이다. 나라살림의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는, 재정준칙의 도입을 강조하는 것 역시,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재정준칙이란 각국이 놓여있는 여건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고 있지만, 나랏빚을 함부로 증가시키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두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재정준칙의 도입을 시도한 바 있지만, 법제화 과정에서 유야무야 무산된 바 있다. 빚을 내서라도 기어이 돈을 더 쓰겠다는 무책임한 주장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수준의 재정준칙이 하루빨리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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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09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09일 16시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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