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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복지지출 늘리기에 열중하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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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16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6일 18시47분

작성자

  • 김원식
  • Georgia State University 객원교수, 건국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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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포퓰리즘 소득주도성장정책(소주성)이 낳은 복지지출이 정부를 빚쟁이로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국민들의 생활이 나아진 것도 아니어서 작년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2.9%포인트나 상승해서 97.9%에 달했다. 중국 다음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그 동안 재정적자는 초과세수로 상당부분 충당했는데 이제는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국채발행을 더 늘리고 있다. 올해 예산증가율은 지난 해 경제성장률의 3배 이상인 9.7%로 적자국채를 30조원 더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 11일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4월말까지의 세수가 2013년 월간 지표를 발표해 온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정책인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들의 고용을 위축시키고,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실업으로 내몰았다. 이에 따라 소득세와 법인세를 중심으로 한 세수감소는 당연하다. 게다가 주 52시간 강제 적용은 연장근로에 따른 소득을 줄였다. 이 제도의 적용이 300인 미만 사업장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이러한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올해 경제성장률도 이미 2.4%까지 낮게 추정되고 있어서 현재와 같은 정부지출이 이어지는 한 적자국채를 더 발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실상 총선용으로 국회에 상정된 6조7천억 원의 추경 가운데 50%가 넘는 3조6천억 원을 국채로 조달하겠다고 한다. 지난해 정부는 사상 최대로 25조4천억 원의 세수를 초과 징수했는데 이는 세입예산 268조 원의 9.5%이다.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조세부담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재정이 경기를 위축시킨 것이다. 이 가운데 14조원의 국채발행을 축소하고, 4조원의 국채를 조기상환했는데 다시 이만큼의 국채를 더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선심성 복지로 인하여 이미 재정에서 법률에 따른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었다. 체감실업률이 25%에 이르는 청년실업을 위한 지출은 물론이고, 고령사회의 문턱을 이제 넘어서고 있는데 앞으로 이에 따른 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평균수명은 지금 이 시점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국민연금개혁은 시작도 못해서 국민연금의 수급권은 쌓여만 가고 있고, 정부는 국가지급보장을 명문화하겠다고 한다. 국민들의 의료비 걱정을 없게 한다고 하면서 필수 의료도 아닌 비급여의 급여화로 건강보험기금이 고갈되어 큰 폭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리고 국민연금보다 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치매도 국가가 평생 보장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결국 우리의 자손을 대대로 ‘빚쟁이’가 되게 하는 것이다.   

 

국가채무비율이 국민총생산에 대한 새로운 기준으로 38.2%에서 35.9%로 낮아졌다고 정부재정이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곧 다시 40%에 다가서고 이를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탈(脫)원전 및 통신비 규제 등 정부의 시장 간섭으로 늘어나는 공기업 적자와 버스공영제 등에 따른 자치단체 재정 악화까지 고려한 총체적 국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세금이 정책실패를 포장하는데 사용되는데, 그것도 부족해서 대규모 국채발행까지 불가피하다면 정부의 재정안정과 함께 민간부분의 활성화를 통한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첫째, 힘들게 입법화한 ‘국가재정법’의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추경은 동법89조의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및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 등에만 허용되어야 한다. 국회에 제출된 추경은 내용에 있어서도 경기부양과 관련이 없고 다분히 ‘촛불’ 지지층을 위한 총선용 선심성 지역 예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당장 시급하지 않고 효과도 크지 않을 미세먼지예산을 편성하였다. 내용상으로 마스크, 공기청정기 보급 등 사실상 국민들에게도 그다지 반가워할 것 같지 않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기초생활보호자들에 대한 지원 확대, 에너지 바우처 확대, 중장년 일자리 확대 등은 사실상 일반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내용이다. 즉, 보기 드물게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된 지 1분기도 안되어 제출된 추경은 사실상 금융위기수준의 예산을 편성하기 위하여 편법으로 정규예산과 분리되어 계획된 것임을 의미한다. 후반기에 경기 부양을 위한 또 다른 추경이 요구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청와대 경제수석이 누차 언급한 대외적 경제 요인을 개선하는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가장 경제적·지리적으로 밀접한 인접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에서 갈팡질팡하고, 일본과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서는 현재의 경제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 반세기만의 최저 실업률을 실현한 미국과 잃어버린 20년을 되찾아가는 일본의 경제를 배경삼지 못하면 어떤 경기활성화 정책도 허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5G의 확산으로 시간차 없는 글로벌 경쟁에서 외교와 경제는 불가분의 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셋째, 국가재정은 포퓰리즘적 소비성 분배의 수단이 아니라 미래 전략적 성장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층을 무작정 보호만할 것이 아니라 혁신적 서비스 산업의 지원과 정착에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기득권 근로자들을 전면 재교육시키고 기업가정신과 창조정신으로 무장된 신진 인적자원을 양성해야 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심정으로 정부가 노동시장을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희망이 없다. <ifsPOST> 

 

<※ 이 글은 지난 6월 14일자 서울경제신문 <시론> '정부 빚, 결국 국민이 갚는다'의 내용을 기초로 보완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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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6월16일 18시10분
  • 최종수정 2019년06월16일 18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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