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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1)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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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03일 17시0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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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함께 거의 연초부터 준비해 왔던 프랑스 빠리 나들이를 하러 왔습니다. 오랫동안 미루어왔던 묵은 마일리지를 이용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처음으로 에어비엔비를 이용해서 호텔도 3개월 가까이 전부터 예약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 성적입력 마무리하고 6월달에는 괜찮겠지 하고 오기 전날까지 발표, 세미나 좌장 등을 계속 맡아서 했더니 바로 직전에 속탈이 나서 계속 설사를 하는 고통을 안고 빠리로 오게 되었네요.

더구나 오는 날이 장날인지 빠리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하게 오르더니 한밤중까지 30도 전후를 보이는 '열대야' 날씨를 만났는데, 하필 제가 예약한 빠리 시내 유명 관광지역의 하나인 생제르맹데프레 (St Germain des Pres)의 구식 호텔에는 에어컨도 없어서 아내와 둘이서 시차의 어려움까지 중복으로 겪으면서 잠을 설쳐 버렸습니다. 새벽에야 20도 초반으로 기온이 떨어져 겨우 다시 잠을 조금 자고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여행 내내 정로환을 먹으며 조심해서 그런지 속탈도 조금 가라앉아 글을 쓸 힘이 나네요.

어제 오후 6시쯤 이곳 생제르맹데프레에 지하철 RER을 타고와 내리자마자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하나와 맞부딪쳤습니다. 데모대입니다. 프랑스 극좌 계열의 '굴복하지 않는 당 (insoumise)'의 간판도 눈에 띄는, 제법 긴 행렬의 데모대는 생미셸대로라는 큰 길을 점령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데모대는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시선과 호기심을 사로잡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요란한 장식을 한 차량과 데모대가 흥겨운 음악을 틀면서 행진하니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구호와 험난한 손짓 위주의 데모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행인들도 음악에 맞추어 어깨춤을 추곤 했으니 그런 것이 프랑스 '똘레랑스'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곤했지만 바로 사진 몇 장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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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 체크인하고 짐 정리를 (한 달간 살 짐이라 다소 많음) 마치고 샤워로 땀을 다소 식힌 후에 호텔 주변 거리 탐험에 나섰습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뷔시가 (Rue de Buci)는 그야말로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곳. 이곳에는 조그만 전통 프랑스 식당들이 따개따개 붙어서 영업을 하는데 안쪽 자리보다는 바깥쪽 야외 자리가 당연히 인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앉은 식당 이름은 르 몰리에르 (프랑스 작가 몰리에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음). 기내에서 이미 2식을 했기 때문에 간단한 샐러드 하나, 스파게티 하나를 시켜 먹었습니다. 몸 상태가 아직 별로라 음식은 그다지 당기지 않았지만 바로 앞에서 연주하는 악사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했습니다. 이곳은 사르트르와 시몬 드보브와르가 중심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프랑스식 불꽃논쟁을 벌이던 장소로서도 유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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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호텔로 돌아가기는 싫어서 조금 피곤했지만 주변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가까운 지하철 역 두 곳 위치도 확인했습니다. 오데옹 역 근처에서 프랑스 혁명아 중 하나인 당통의 동상 아래서 사진도 하나 찍었는데, 바로 근처 극장에서 봉준호 감독 기생충 상영 광고도 발견해서 반가왔네요. 근처에서 빠리 6구청, 공공재정 박물관, 19세기초에 지은 시장 건물 등의 공공건물과 숨어 있는 생쉴삐스 성당 (Eglise St Sulpice)도 발견했습니다. 이곳은 관광명소는 아니지만 빠리지앵이나 빠꼼이 관광객들이 저녁에 와서 무료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해서 관심이 갔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이리저리 사진도 찍어 보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선술집 앞에서 맥주와 와인 한 잔씩 들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에 빠진 젊은이들도 만났습니다. 오자마자 프랑스 문화를 한껏 만난 셈이라 즐거웠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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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8월03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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