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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7)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14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14일 13시3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본문

빠리 구석구석 돌아보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일주일째를 맞습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에 이곳 빠리 생제르맹데프레 지역에 도착하여 오늘 7월5일 금요일까지.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하다고 하지만 한낮에는 땡볕을 맞으며 걸어다니다보니까 역시 힘이 듭니다. (오늘도 1만5천보를 넘겼네요.) 호텔에 오후 5시반쯤 들어오자마자 샤워만 하고 골아떨어졌다가 2시간 정도가 지나 겨우 일어나 미리 사들고 온 바게트 샌드위치와 과일로 저녁을 때우고 이 글을 씁니다. 매일 점심 저녁을 정식 식당에서 사먹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그렇고 힘이 들어서도 불가능한 것 같아서 이런 식으로 한 끼는 정식, 다른 한 끼는 가벼운 샌드위치, 피자, 크레쁘 등으로 가름하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프랑스의 두뇌'를 전체 테마로 잡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선 오전에는 프랑스 스타트업의 새로운 요람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는 '스타씨옹 에프 (Station F)를 방문했고, 오후 산책은 빠리 동남쪽에 모여 있는 프랑스의 최고 교육기관들인 그랑제꼴들과 그 이웃에 있는 연구소들을 중심으로 했으니까 그렇게 이름붙여도 손색이 없겠지요.

먼저, 스타씨옹 에프. 이곳은 빠리 RER C선의 동쪽 역인 Paris-Austerlitz (여기는 제가 역방향으로 탔을 때 내렸던 곳입니다.) 역과 그 다음 역 Bibliotheque Francois Mitterrand (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데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겸임 활동으로 직접 스타트업 기업을 창업해서 이곳에 입주해 있는 이장혁 교수의 도움이 컸습니다. 제가 오기 전부터 꼭 들러보고 싶었는데 후배인 이교수로부터 초대 QR코드를 받아서 들어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저녁에는 호텔 근처 홍합집 Leon에서 저녁을 함께 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침 들러서 함께 사진도 찍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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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혁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스타씨옹 F는 이곳 프랑스에서 미니뗄이라는 통신사업 등으로 돈을 번 자비에 니일 (Xavier Niel)이 이곳에 있던 철도기지를 무상으로 불하받아 자기자금을 부어 건설한 뒤 국내외 스타트업들에게 입주기회를 주고, 스타트업을 돕기 위한 프로그램을 유치하여 운영하는 궁극적으로 실리콘벨리를 지향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빠리 시내에 34,000평방미터, 600여개의 독립공간을 만들어놓아서 현재는 1,000여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고, 30여개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 세계의 스타트업 메카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중관촌, 화창베이 등으로 양분되어 있는 셈인데 세계 각국이 이들 나라들과 비슷한 여건을 조성해 주고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마도 프랑스와 우리나라가 비슷한 마인드를 가지고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대부분 정부나 공공기관들이 스타씨옹 에프와 같은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추어놓고 민간 스타트업을 지원하려는 어프로치를 선택하고 있는 데 비해, 이곳 프랑스는 정부가 부지는 제공했지만 민간이 스타트업 지원 사업을 운영하려는 어프로치를 취하고 있는 점이, 즉, 궁극적으로는 이익을 남기려는 접근방식을 취하는 점이 크게 다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기업들이 지원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기 시작했지만 대기업에 대한 의심의 시각이 크기 때문에 활성화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 민간주도의 방식이 지원만이 아닌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는 경쟁력 양성'에 방점이 두어질 것이므로 더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여하튼 프랑스 스타트업의 미래는 이곳 스타씨옹 에프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이곳의 스타트업들은 미국에 비해 IT기술력은 떨어지지만 소프트한 문화, 교육, 콘텐츠 등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프랑스이니까 이런 데서 경쟁력을 찾아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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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반에 컨퍼런스 콜을 해야 하는 이교수를 보내주고 점심 시간 직전에 지하철을 타고 프랑스 국립군병원이 있는 Val de Grace 지역으로 왔습니다. 빠리 천문대와 군병원 안에 있는 프랑스에서 제일 오래 되었다는 로마네스크 양식 성당을 보러 왔지요. 불행하게도 두 곳 모두 방문은 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군병원은 금요일이라 닫았다고 해서 날짜를 잘못 고른 셈이라 더욱 억울했습니다. 억울함을 달래려고 창살 사이로 성당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행히 군병원 근처 사거리에 있는 Le Crystal에서 오늘의 요리와 디저트를 곁들인 포뮬라 메뉴로 맛있는 생선요리와 쇠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이곳 빠리에 온 이후로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서 마음을 달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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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병원 북쪽부터 빵떼옹 남쪽 지역에 이르기까지가 프랑스의 두뇌들을  양성하는 그랑제꼴들이 밀집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지역의 남쪽 입구에 해당하는 곳에서 빅토르 위고, 빠스퇴르 등이 수학한 명문 Lucas de Nehou 고교가 있었습니다. 물론 일전에 빠리 대학들처럼 테러를 우려하여 모든 그랑제꼴들을 들여다볼 수는 없었지만 그 명판들만 보아도 가슴이 설레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리스트는 깁니다. 음악, 춤, 연극 인재를 키우는 Schola Cantorum부터 시작하여, 빠스퇴르 같은 과학자를 양성하는 ENS (Ecole Normal Superieure), 프랑스가 강한 미술계 인재를 키우는 ENSAD (Ecole Nationale Superieure des Arts Decoratifs), 그리고 그랑제꼴의 기원을 연 광업 그랑제꼴 Ecole Superieure des Mines을 거쳐서 프랑스 거의 모든 대통령과 수상들을 배출한 국립행정학교 ENA (Ecole Nationale d'Administration) 등의 명판들 사진을 모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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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의 도시 거리를 거닐며 이렇게 프랑스 두뇌들의 산실을 겉모습만 둘러보는 데 지쳐가는 가운데 한 줄기 시원한 물줄기 노릇을 한 것이 바로 퀴리 박물관 방문이었습니다. 퀴리 박물관은 지금도 퀴리의 이름을 걸고 운영되고 있는 병원을 비롯하여 많은 공공 연구시설들이 들어선 곳에 과거 퀴리 부인이 방사성 연구를 하던 곳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내부는 마치 퀴리 부인이 그 당시 실험하던 시설을 그대로 유리상자로만 덮어 놓은 듯 선명했습니다. 물론 부속된 정원의 벤치에 앉아서  마시는 물맛도 시원한 물줄기 자체였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생명과학연구소 명판 사진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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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프랑스의 두뇌들에 대해 더욱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이곳 거리를 거니는  동안 곳곳에 2차대전 당시 빠리 시내 전투에서 나라를 위해 산화한 젊은이들을 기리는 명판들이 붙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게중에는 이렇게 기껏 양성한 젊은 두뇌들도 있었고, 군병원에 근무하던 간호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이들의 거룩한 정신을 기리는 프랑스 국민들의 자세에 숙연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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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는 호텔로 돌아가야 하는 길. 마지막으로 뤽상부르 공원과 빠리 천문대 사이에 놓여 있는 천문대 분수라는 이름을 가진 (실제로는 천문대와 완전히 떨어져 있음.) 시원한 물줄기를 보러 잠시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지도상으로  뤽상부르 공원 가장 서쪽에 있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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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자유의 여신상은 실제로 보면 우리 키의 두 배쯤 되는 '자그마한' 상이므로 보면 실망하겠지만, 그걸 찾으러 나선 덕분에 무척 재미있는 빠리지앵들의 모습을 목격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빠리는 물론이지만 특히 프랑스 남부 지역에서 수학한 분들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뻬땅끄 (Petanque)'입니다. 이 놀이는 날씨가 이렇게 좋을 때 그늘 아래서 놀기에 매우 좋은 경기인데, 당구알만한 쇠공을 던져서 '꼬숑'이라 부르는 더 작은 목표물 주변에 자기편 쇠공들이 더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쇠공을 던져 접근시키거나 아니면 상대편 쇠공을 맞추어서 쳐내는 방식으로 하는 놀이로 1인 맞대결보다는 2인, 3인, 4인 등의 팀 대항으로 시합을 해야 제 맛이 나는 경기입니다. 동계올림픽에서 우리 국민들에게 인기를 크게 얻은 컬링이라는 경기를 얼음 위로 미끄러뜨리는 둥근 큰 돌 대신 당구알만한 쇠공으로 바꾸고, 그라운드를 얼음에서 맨땅으로 바꾸었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그저께 앉아서 신문을 읽었던 곳에서는 카드게임과 체스 시합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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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14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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