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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18일 17시00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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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차질 영향 우려

 

지난 9월 14일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요 석유 지대를 강타한 공격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함으로써 10월 1일에 소비세 인상을 앞둔 일본 경제에 또 하나의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 이번 공격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에 따르면 570만b/d(배럴/1일)의 생산이 정지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생산량의 절반, 세계 석유공급량의 5% 이상이 되며, 국제석유시장을 강타할 수준의 충격이다. 

 

물론, 파괴된 시설이 복구에 나설 것이며, 그동안 각국에서 비축된 석유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사실,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국제에너지기구(IEA) 가입국은 지난 6월 시점에서 민간 보유분을 포함한 원유비축량이 순수입량의 330일 정도가 된다. 또한 일본의 경우 아람코나 아랍에미리트에 대여하고 있는 오키나와에 위치한 비축기지를 긴급 사태 발생 시에 활용하겠다는 계약에 따라 석유를 조달할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지대인 Abqaiq와 Khurais의 복구가 이루어져도 추가공격이 있을 경우에는 국제유가와 함께 일본경제에 대한 불안감도 고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본은 1, 2차 유가파동 이후 중동산 석유의존도의 절감에 주력해 왔으며, 수입선 다변화 정책이 한때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바도 있다. 다만, 인도네시아 등 비중동 산유국의 경우도 경제성장을 거듭하면서 석유수요가 확대되는 반면, 점차 석유자원이 고갈됨으로써 일본의 중동산 석유의존도는 재상승하는 패턴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2018년 기준으로 일본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38.2%이며, 중동 전체로는 88.2%에 달한다. 지난 1987년의 경우 일본의 중동석유 의존도가 68%까지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크게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는 각종 석유화학 프로젝트가 이루어져 일대 공급기지가 되었다. 이와 함께 알루미늄 등 에너지 다소비형 소재의 생산에서도 중동지역의 공급능력이 중요해 졌다. 일본 및 세계가 중동 지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추세에 있으면서도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지정학적 구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예멘 내전의 악화의 불안정성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추세와 달리 미국은 셰일 혁명으로 에너지 자원 자립도가 높아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유인이 줄어든 것이 중동정세의 안정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특히 예멘 내전이 심각해지면서 군사 개입중인 사우디아라비아로까지 전투가 확산되기 시작하고 있다. 사실, 이번 Abqaiq와 Khurais에 대한 공격 이전에도 예멘 북부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된 시아파의 후시 정권에 의한 드론, 미사일을 활용한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이 심해져 왔으며, 그 공격 능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藤 和彦, 年末にかけて急騰する可能性が出てきた原油価格, JB Press, 2019.8.30.)

 

사실, 후시는 지난 8월 17일에 10기의 드론을 사용해서 사우디아라비아 남동부의 Shaybah 유전의 석유 및 가스 시설을 공격해 액화천연가스 플랜트에서 소규모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여기는 100만b/d의 원유를 생산하는 곳이며, 예멘 국경에서 1,100km의 떨어져 있는 중요 시설이다. 또한 후시파는 8월 21일에 예멘 중부에서 미국제 무인기 MQ91을 신형 지대공 미사일로 격추했으며, 8월 22, 25, 27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남부의 공항과 군사기지에 대해서 드론 공격을 감행 했다. 이들 드론은 대당 가격이 200달러 수준에 불과하고 시판되고 있는 일반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는데도 비행거리가 1,200km이나 되고 공격 능력, 전술 능력이 계속 향상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GPS에 의한 조정, 미사일 탑재 등의 기능 확장이 지속되고 있다. 드론은 저공으로 비행할 경우 레이더 탐지도 쉽지 않으며, 대량의 드론을 투입해서 군사기지나 정규군을 공격하는 전술도 발전할 수 있다. 또한 후시는 지난 8월 1일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연안 도시인 Dammam의 군사 거점에 장거리 탄도 미사일로도 공격을 감행한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군사개입에도 불구하고 예멘 반군 후시의 괴멸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한 다국적 군사개입 체제에도 어려움이 나오고 있다. 예멘 내전은 북부를 지배한 후시가 이란의 지원을 받으면서 확고해지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군사 개입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남부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잠정정부와 아랍에미리트가 지원하는 남부잠정평의회(STC)간에서도 군사 충돌이 발생해 남부의 주요 군사거점 등을 점령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예멘내전 개입군의 일각을 담당했던 자국 군부대를 철수해 이란과의 대화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하고 있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 군부대를 구성했던 수단의 젊은 용병(일부 미성년자 포함 보도)도 수단에서 30년간 집권해 왔던  바시르 대통령이 금년 4월의 군부 쿠데터로 축출되어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의 뇌물 사건으로 고발된 상황에서는 더 이상의 용병 지원이 어려워졌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할 때, 예멘 내전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세계경제에 치명적인 충격을 가할지도 모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불안을 막기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예멘 내전 종식을 위한 개입에 소극적인 자세이지만 이대로 둘 경우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될 우려도 있다. 예멘 내전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화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미국과 이란이 대화에 나설 경우 예멘의 후시 등 강경세력이 대화를 방해하기 위해서도 강경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과 같이 악화되는 중동 정세를 고려할 때 국제유가는 세계경기의 악화로 인한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 부진 하의 고유가는 결국, 세계적인 탈석유 현상을 한층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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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18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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