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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파리 구석구석 돌아보기(9)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9월28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6일 19시45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 9

본문

이 시리즈를 쓰면서 피곤하다는 표현을 계속 썼더니 잘 읽어 주는 친구들로부터 좀 쉬어가면서 하라는 걱정어린 충고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곳 호텔이 쉬기는 조금 어려운 구조 (특히 낮 동안 방 안이 더워져서 더더욱...)를 가지고 있어 여하튼 밖에 나와서 쉬어야 되니까 오늘도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습니다. 아침에 매우 몸이 무거웠던 것을 생각하면 친구들의 걱정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억지를 부리는 심정을 이해해 주세요. (모처럼 빠리에 왔는데 말이죠.)

오늘은 호텔에서 멀지 않은 앵발리드 (Invalides: 상이병동으로 번역되지요.)와 그 양쪽 옆에 있는 프랑스 사관학교 (Ecole Militaire)와 로댕 미술관 (Musee Rodin Paris)을 들르기로 하고 나섰습니다. 강행군, 강행군이 따로 없습니다. 앵발리드는 금빛 찬란한 돔 지붕이 눈에 띄어서 빠리에 살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 관심을 가지기 마련인데도 저희는 이번이 처음 방문입니다. 앵발리드 안은 두 군데를 둘러보는 것이 보통인데, 하나는 무기박물관 (Musee de l'Armee) 다른 하나는 돔 바로 아래 있는 성당과 성당 지하에 있는 나폴레옹의 무덤이지요.

앵발리드로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하고 바로 근처의 유명한 알렉상드르 다리에서 내렸습니다. 다리 주변을 살펴본 후에 다리 밑에서 잠시 쉬었지요. 나올 때부터 벌써 힘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거 무리가 아닐까 싶어 덜컥 겁도 났습니다. 그래도 볼 건 보아야지 하는 심정으로 나서긴 했지만요. 알렉상드르 다리는 아래를 받치고 있는 철제 아치가 매우 튼튼해 보여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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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상드르 다리에서 앵발리드로 가는 길은 따갑게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다리는 천근만근 무거웠습다만 그래도 사진 몇 장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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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발리드 입구에서 과감하게 6일치 Museum Pass를 샀습니다. 2일치가 48유로인데 4일치는 62유로, 6일치는 74유로라 대부분의 박물관이 닫는 내일 월요일을 건너뛰어도 나쁘지 않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부지런히 박물관을 돌아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목표는 너무 크게 잡지 않고 오늘 박물관 외에 앞으로 10개 정도만 갈 수 있다면 대단히 가성비가 높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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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는 두 사람의 전쟁 영웅들을 떠받들고 있는 셈인데, 한 사람은 나폴레옹이고 다른 한 사람은 샤를르 드골입니다. 묘하게도 그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이곳 앵발리드에서 추모되고 있습니다. 우선 무기박물관을 들으서면 1층에 바로 드골의 일대기가 펼쳐지는데, 피곤한 우리로서는 여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어서 주마간산으로 보며 지나갔습니다. 과거 중세시대와 근대에 사용했던 무기라든지 전쟁터에 관한 전시물도 역시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네요. 저희가 지친 탓도 있었지만,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무기박물관은 아래와 같은 전시회를 매년 열어서 관람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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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시회는 뜻밖에도 '피카소와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피카소의 그림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 중 하나는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게르니카 미술관에 전시된 'Gernica'입니다. 제 큰 딸이 '어린애 낙서 같네' 하고 소리지른 것도 이 걸작 게르니카를 제작하기 위한 연습 과정으로 여러 가지 스케치를 한 소형 작품들을 전시해 둔 것을 보고 한 말이었지요. 그 게르니카가 그려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 두었는데, 전쟁 현지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던 피카소에게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전한 것은 전쟁에 참여했던 지인들의 편지였다고 하네요. 그 편지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지인들의 편지로 전해진 전쟁의 참혹함이 이 화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셈입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피카소가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어 그 참혹상을 그린 그림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는데 오른쪽에는 군인들이 총을 겨누며 쏘는 모습을 그렸고, 왼쪽에는 무고해 보이는 (임산부 포함) 사람들이 그 총구 앞에 떨고 있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과정에서 해설사 한 사람의 설명을 듣고 있는 무리에 합류하며 귀동냥도 조금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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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앵발리드 내부의 성당과 그 속에 있는 나폴레옹의 무덤을 보러 갑니다. 밖에서 보는 앵발리드의 모습은 이 성당의 황금색 돔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내부에 들어가도 그 돔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나폴레옹의 무덤은 그 돔의 직각으로 바로 아래 지하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어째서 나폴레옹이 이렇게 특별한 대우를 받을까요? 아마도 프랑스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승리를 많이 쟁취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곳 설명서에 의하면 나폴레옹이 이곳에 상이병동을 지어 전쟁에서 다친 사람들을 돌볼 병원으로 쓰도록 명하였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 무덤은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어딘지 모르게 계속 돔으로부터 내려오는 하늘의 기운을 계속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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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발리드에서 나와서 바로 맞은 편에 있는 Le Vauban이라는 식당에서 간단한 점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관학교를 찾아가는 길에 묘한 차를 만났습니다. 어쩐지 너무 느리게 달린다 했더니 그 차에 탄 열 명 정도의 사람들이 페달을 젓는 힘만으로 달리는 차였습니다. 그 차에 탄 사람들의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과 힘든 표정이 교차하고 있었습니다. 사관학교 내부는 들어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우리의 컨디션을 감안한 결정이었지요. 출석인증 사진만 찍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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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로댕 미술관. 역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는데 오전에 산 뮤지엄 패스의 위력을 자량하며 일찍 들어갔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본 로댕 미술관은 아담한 규모라고 기억했는데 이제 정원도 잘 갖추어져 있고 그 정원에 전시된 조각들도 볼만한 데다가, 건물 내부의 1, 2 층에도 볼만한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이 훌륭한 로댕의 작품들 수는 전시되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6천점이 넘는다고 하는데 로댕 스스로가 이 작품들을 모두 국가에 기부하면서 이런 미술관을 만들어 줄 것을 제의했다고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 담을 수는 없고 대표적인 그의 작품들 중, 생각하는 사람, 비너스,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들, 키스 (불어로는 Baiser: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 조각이 맘에 들어서 두 컷 했습니다.), 그리고 빅토르 위고의 두상 등을 담아봅니다. 정원의 한 작품 앞에서는 엄마의 지도로 예쁜 딸이 로댕의 작품 흉내를 내고 있는 장면이 연출되어 재빠르게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물론 모녀에게 사진도 보여주고 양해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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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해 놓고 미소를 지어 보이는 사진을 올렸으니 야단치실 분들도 계실 것 같은데, 실은 억지로 웃다보니 더 큰 미소를 지은 것이니 양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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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9월28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9월26일 19시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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