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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화화되는 경제민주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9월07일 18시14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7일 18시14분

작성자

  • 최정표
  • 건국대학교 교수, (전)경실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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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경제민주화라는 담론이 자주 언론에 등장하는 것을 보니 내년 대선에도 한번 써 먹어 보자는 속셈인 것 같다. 지난번 대선에서 톡톡히 재미를 봤으니 아직 약발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경제민주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거나 정 반대 주장만 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경제민주화를 주창한다. 그동안 경제민주화를 말해 오던 사람이 어느 날 보면 재벌 대변자가 되어 있다. 그리고 이쪽저쪽을 몇 번이고 오락가락 하는 사람도 있다. 경제민주화가 희화화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재미있는 현상은 선거 때만 다가오면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약장사 약 팔듯이 경제민주화를 팔아먹는 것이다. 약장사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외치면 처음에는 많이 팔린다. 그러나 다음에는 별로 팔리지 않는다. 먹어보니 약효가 없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도 처음에는 많이 팔렸지만 또 그렇게 팔릴지는 미지수이다. 약은 사서 먹어 라도 보지만 경제민주화는 표라는 돈은 지불했지만 물건은 아예 받지도 못했다. 그런데 그 물건을 또 팔아먹으려고 한다. 물건이라도 주면 달았는지 썼는지 말이라도 하지만 아예 주지도 않아놓고 또 사 가라고 한다.

   지난 선거 때는 여당야당 할 것 없이 경제민주화를 팔아먹었다. 돈은 받아 놓고 물건은 거의 주지 않았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알짜 성분은 하나도 주지 않았다. 내년에 그 약을 또 사라고 하면 과연 사 먹을까? 국민을 더 이상 바보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역풍이 오히려 더 셀 것이다. 

   이제는 약의 성분과 그 약효를 확실히 보이는 것이 도리이고 순서이다. 더민주가 경제민주화 법안 34개를 내놓았다. 그런데 새로운 것은 하나도 없다. 그동안 학계, 시민단체, 정치권에서 수도 없이 논의되었던 내용이다. 성분은 옛날 그대로이다. 그런데 그 성분의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입증될 기회조차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약을 팔려면 그 약의 성분을 입증해야 한다. 34개의 성분이 들어 있으면 일부라도 그 성분의 약발을 보여야 다른 성분도 팔아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좋은 성분이 들었다고 외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외쳐 놓고 약을 주지 않는데 이번에도 속아줄까. 처음에는 속는 사람이 많아도 두 번 속는 사람은 적다. 그 다음에는 아예 속지 않는다.

   34개성분 모두 금박으로 포장되어 있다. 한국의 경제문제를 모두 해결할 것처럼 포장되어 있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성분은 약효를 보일 기회가 없었다. 항상 성분이 귀가 막힌다고 말만 하고 끝나버렸다. 이번에도 그러고 말 것 같아 매우 우려된다. 법이 만들어져 시행되지 않으면 정말로 무의미한 것들이다.

  정치인은 사실 경제민주화가 실천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이 표 받는 수단일 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실천하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실천한다고 해서 정치인에게 득 되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득이 되지 않으면 나서지 않는 이들이 정치인이다. 

  경제민주화와 달리 정치민주화는 그들의 일이고 그들의 이익이었기 때문에 목숨 걸고 나섰다. 그리고 많은 것을 얻어 갔다. 민주화의 혜택은 정치인의 몫이었다. 정권도 차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선거 직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경제민주화가 실천된다고 그들에게 무슨 이익이 생기겠는가. 

  경제민주화가 실천되어버리면 이 이슈를 더 이상 선거에 이용해 먹을 수 없으니 정치인에게는 오히려 손해이다. 경제민주화가 실제로 실천되어 버리면 이를 막으려고 재벌들이 더 이상 정치인에게 매달리지도 않을 것이니 정치인에게는 또 손해일 것이다. 이들은 예전같이 정치자금에 후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인에게는 이처럼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이런데 그들이 과연 경제민주화의 실천에 나서려고 할까. 그들 스스로는 이런 속사정을 너무나 잘 안다.

   경제민주화는 나라와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가는 것이지만 그 혜택은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 나타난다. 그러니 개별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절실한 이슈도 아니고 이를 실천시켜준 정치인을 고마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반면에 경제민주화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표를 달라고 하면 국민들은 오히려 귀가 솔깃해진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실현되지 않아야 정치인이 계속 우려먹을 수 있는 꿀단지이다. 정치란 본래 그런 것이다. 우리가 수없이 보아 왔던 일이다.

   경제민주화는 선거 때만 잘 이용해 먹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 뚝 뗀다. 그리고 다음 선거가 다가오면 또 들고 나온다. 참 철면피들이다. 국민은 이제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된다. 아니 속지 않을 것이다. 

  더민주가 진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이를 입법화시키는 성의를 미리 보여야 한다. 그것도 빨리. 국민들은 또 속지 않을 것이다. 말로만 계속 우려먹으려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선거 이전에 그 중 일부라도 입법화시키지 못하면 이번도 선거용 구호일 뿐이라는 것이 명약관화해진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입법화 하지 못하는데 선거가 끝나버리면 무슨 성의를 보이겠는가.

   경제민주화는 성스러운 과제이지만 매우 어려운 과업이다. 이를 반대하고 거부하는 집단은 분명한 반면 이를 실현시키려는 세력은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저항 세력은 그 주체가 분명하고 힘도 막강하다. 반면에 이를 실현시키려는 세력은 오합지졸이고 실체도 불분명하다. 경제민주화가 실현되면 재벌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하지만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어떤 혜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저항은 강력하고 추진력은 미약한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한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이다. 선거에만 이용하려고 이를 희화화시켜서는 안 된다. 경제민주화는 지금 거의 동네북 수준이다. 이 사람도 두드리고 저 사람도 두드린다. 그러다가는 모두가 양치기 목동이 될 것이다. 나라꼴이 어떻게 되어가겠는가. 경제민주화를 이제 더 이상 악용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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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9월07일 18시14분
  • 최종수정 2016년09월07일 18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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