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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의 세 가지 결핍증, 그리고 생존을 위한 3대 필요조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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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0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07일 20시43분

작성자

  • 김형준
  • 배제대학교 인문사회대학 석좌교수(정치학),전 한국선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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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때 한 자릿수까지 좁혀졌던 더불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조국 정국’ 이전으로 돌아갔다. 

한국갤럽의 10월 다섯째 주(29~31일) 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40%, 자유한국당 23%, 정의당 6%, 바른미래당 5%, 우리공화당 1%, 민주평화당 0.2% 순이다.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無黨)층은 25%였다. 민주당은 3주 연속 지지율이 상승(10월 3주 36% → 10월 4주 37%, → 10월 5주 40%)한 반면, 같은 기간 한국당 지지도는 연속 하락(10월 3주 27% → 10월 4주 26%, → 10월 5주 23%)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과 한국당 지지도 격차는 조국 전 정관 후보 취임 전인 9월 첫째 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시 벌어졌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갤럽의 10월 5주 조사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들의 44%만이 한국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당이 대여 투쟁의 선봉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구나, 중도층에서 한국당 지지도는 10월 3주 25%였지만 최근에는 17%까지 추락했다. 한국당이 외연 확대에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당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는 상승하고 있다. 한국 갤럽의 10월 셋째 주(15~17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39%였고, ’잘 못 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3%였다.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무려 14% 포인트 많은 데드크로스가 일어났다. 그런데, 10월 5주 조사에서는 긍정 평가가 44%, 부정 평가는 47%로 긍․부정 격차가 오차 범위내로 좁혀졌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에서 5일 당 전면 쇄신과 ’중진 용퇴론‘이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김태흠 의원이 5일 “영남권, 서울 강남 3구의 3선 이상 선배 의원들과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등의 용퇴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주장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영남권과 강남 3구의 3선 이상은 총 16명이며, ‘원외 지도자’는 영남권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 도지사를 지목한 것 같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유민봉 의원(비례대표 초선)도 6일 불출마 선언과 함께 당 쇄신을 촉구했다. 그동안 ‘인적 쇄신 무풍지대’였던 한국당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세 가지가 없다…국민 공감 능력 부족·전략 부재·혁신실종

 

 그렇다면 한국당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정치에 생명수와도 같은 세 가지가 없기 때문이다. 

 

첫째, 국민 공감 능력이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달 22일 국회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특위(TF)팀 여상규 의원 등에게 표창장을 수여하는 셀프 축하파티를 열었다. 황교안 대표는 공관병 갑질 논란의 박찬주 전 제2작전 사령관(예비역 육군 대장)을 ‘영입 1호’로 꼽았다가 당내 거센 반발로 보류했다. 박 전 사령관은 해명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공관병 갑질 의혹을 제기한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에 대해 "삼청교육대 교육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일으켰다. 황 대표는 5일 박 전 대장 영입과 관련, “국민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사실상 영입 철회를 시사했다. 셀프 표창장과 영입 1호 논란은 한국당이 얼마나 국민 공감과 동 떨어진 행보를 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최근 한국당은 당내 의원 위주로 꾸려진 12명의 총선기획단을 발표했다. 이중 전희경 의원이 유일한 여성이다. 반면 민주당의 총선기획단은 15명 중 원외인사가 7명이었다. 여성은 5명, 2030 청년층은 4명이었다. 주목할 것은 조국 사태 속에서 소신 발언을 했던 금태섭 의원이 포함되었다. 이는 국민들의 관심과 공감을 일으킬 만한 것이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은 금 의원 기용이 “확장성을 고려하면서도 당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한 수이며 어떤 인재영입보다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친문 순혈주의’를 외형적으로나마 깼다는 점도 금 의원 기용 효과라고 덧붙였다. 정치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당에는 국민들의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메시지도 이벤트도 없다. 

 

둘째, 전략 부재다. 한국당은 그때그때 발생하는 현안에 대해 대처하는 전술만 있는 것 같다. 반면, 인재 영입, 혁신과 통합을 통해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당 지도부는 ‘영입 1호’가 갖는 상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과거 야당은 인재 영입을 전략적으로 적극 활용해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었다.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데 크게 이용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1996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소설가 김한길·김진명, 대중적 인지도가 탄탄한 MBC 앵커 정동영, 대구 출신의 추미애 전 판사, 노태우 정부에서 대북정책을 맡았던 군 출신의 임동원 전 장관과 천용택 전 장관 등을 영입했다.

 

 2000년 총선에서 야당인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김윤환, 이기택 등 영남 거물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원희룡, 오세훈, 김영춘 등 젊은 인재를 영입해서 돌풍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은 133석을 얻어 당시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115석)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이 됐다. 한국당은 인재 영입을 통해 바람을 일으킨다는 가장 고전적인 선거 전략도 눈에 띠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셋째, 혁신이 사라졌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는 지난 7월 3대 비전과 7대 혁신 과제를 마련해 지도부에 보고했다. 3대 비전으로는 국민과 함께 경제를 세우고 정책으로 강한 열린정당·인재정당·미래정당을 만드는 것을 꼽았다. 또 당내 계파적 분열주의를 배격하고, '쌈질하는 정당' 이미지에서 벗어나 당내 화합과 통합의 기반을 확립하며, '꼰대'와 '기득권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 미래정당·청년정당으로서의 활력과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등 7대 혁신 과제를 내놨다. 

 

 혁신 과제에는 집권 대안 정당으로서 정책 정당의 역량을 확보하고, 가치 정당으로서 보수우파의 가치와 정책을 구현하며, 당 운영의 민주성과 투명성과 소통역량을 제고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들이 체감하는 혁신 성과는 없었다. 황교안 대표는 6일 "한국당도 혁신과 쇄신이 필요한데, 총선기획단을 중심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만 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친박(친박근혜)’에서 ‘친황(친황교안)’으로 갈아탄 이들이 개혁으로 포장해 벌이는 ‘정치 쇼’를 국민은 또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면 이런 치명적인 한계를 보이고 있는 한국당에게 희망이 있는가?

 황교안 대표가 6일 현재 직면한 위기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보수 통합'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 우파의 모든 뜻있는 분과 함께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통합 협의기구 구성을 제안한다"며 보수통합을 공론화하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이 통합 협의기구에서 통합정치세력의 가치와 노선, 통합의 방식과 일정이 협의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물밑에서 하던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고, 과정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반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합을 위해서는 자리를 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보수 통합 시점에 대해서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겠다"면서도 "12월은 돼야 할 것 같고, 1월이 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저는 이미 보수 재건의 원칙으로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고 제안했다"며 "한국당이 이 원칙을 받아들일 진정한 의지가 있다면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그동안 ‘선 혁신 후 통합‘의 입장을 취했지만 이제는 “선 통합 후 혁신”으로 좌표를 이동하고 있다. 

 

통합 전 ‘보수 참회록’부터 쓰고, 미움 받을 용기와 획기적 정책 능력 보여줘야

 

 보수 통합이 지지를 받고 한국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통합 전에 ‘보수 참회록’을 써야 한다. 한국 보수가 성장과 안보를 고수하면서 진보세력의 무능과 오만으로 반사 이익을 얻는 시대는 지났다. 한국 보수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남을 탓하기 보다는 부패, 인권탄압, 정경유착, 국정농단 등 과거 잘못에 대해 끊임없이 참회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런 참회를 통해 도덕적 고지를 확보해야 비로소 보수의 상징인 자유주의를 논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국민들로부터 보수가 부패한 적폐 청산의 대상이고 무책임하고 능력마저 없다고 인식되면 희망은 사라진다. 

 

둘째, 황교안 대표는 ’미움 받을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황 대표가 ‘통합 그물’을 너무 넓게 펴서 우리 공화당까지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히려 통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유승민 의원은 “탄핵은 이제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보수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공화당은 시종일관 “유승민을 포함한 탄핵 5적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보수 통합을 위해선 황 대표가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반대하고 따라오지 않으면 친박 세력과 우리 공화당을 버리고 갈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광속에서 TK에 기반한 친박 신당이 생겨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한국 보수가 ‘박근혜의 산’을 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가 된다. 따라서, 가장 비현실적인 것이 가장 개혁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셋째, 민심과 중도층에 반전을 일으킬 수 있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정치실험과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갤럽의 10월 2주 조사(8일, 10일) 결과, 각 정당에 '호감이 안 간다'는 응답 비율이 한국당(62%), 바른미래당(56%), 정의당(51%), 더불어민주당(47%) 순이었다. 최근에도 조국 사태와 관련해 정부·여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해도 한국당 지지율은 20%대에 갇혀 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선 황 대표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는 담대한 혁신을 해야 한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는 영남이 아니라 수도권이 될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 당시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국민의 당 후보를 찍은 180만 표가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가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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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은 이들 계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토대로 도덕적 보수, 서민적 보수, 개혁적 보수의 길을 걸어야 한다. 더불어 민부론과 민평론과 같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정책 구상보다는 국민들이 쉽게 체감하며 보수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총선 승리에만 몰두하는 ‘정치 공학적 통합’을 넘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고 정치를 바꾸는 ‘국민 희망 통합’으로 가야 한다. 단언컨대, 내년 총선에서 패하면 한국당과 황교안의 미래는 없다. 이제 한국당이 모든 것을 버리고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왔다. 한국당이 희망이 되기 위해선 ‘혁신 우파 빅텐트’ 이외엔 대안이 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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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07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07일 20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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