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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로 엉망이 돼버린 대학입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11월10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0일 19시41분

작성자

  • 이덕환
  • 서강대학교 화학과 명예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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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느닷없이 ‘정시 확대’를 천명해버렸다. 겉으로는 대학입시의 공정성 강화를 외쳤지만 대통령의 진짜 의도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학종이 조국 일가의 윤리적 일탈(逸脫)을 가능하게 해줬다고 탓하고 싶은 것이 대통령의 마음이다. 야당과 보수 언론의 집요한 의혹 제기에 분노한 대통령이 절도범의 도심(盜心)을 자극한 제도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시 비율과 수능 등급제를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홍역을 앓았던 경험도 잊어버렸고,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입장도 무시해버렸다. 

 

대통령의 의중을 읽지 못한 교육부

 

  청와대로부터 철저하게 패싱을 당해버린 교육부가 멘붕에 빠져버렸다. 나름대로는 검찰 수사를 핑계로 활용해서 조국 수호에 앞장섰다고 믿었던 교육 부총리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수능 등급제를 비롯한 전임 장관의 온갖 객기(客氣)와 유치원과의 볼썽사나운 대립으로 체면을 구겼던 교육부를 이번에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쑥대밭을 만들어버린 셈이다. 교육부만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절차를 통째로 무시해버린 대통령의 독단에 대학과 학부모도 혼란에 빠졌고, 교육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가 허겁지겁 정시 확대의 명분 쌓기에 나섰다. 학종 비중이 높은 13개 대학만을 골라서 어설픈 학종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결과는 어정쩡했다. 고등학교의 유형에 따라 학종의 합격률이 과학‧영재고(26.1%), 외고‧국제고(13.9%), 자사고(10.2%), 일반고(9.1%)의 순으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합격자의 실제 규모는 슬그머니 감춰두고, 합격 비율만 공개해서 조사 결과를 멋대로 입맛대로 왜곡하는 일도 서슴치 않았다. 100명이 응시해서 50명이 합격한 것과 2명이 응시해서 1명이 합격한 것을 구분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대학들이 학종에서 고교 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심증은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물증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 교육부의 황당한 해석이다.

 

  자소서‧추천서에 금지된 내용을 우회적으로 적은 사례 366건을 찾아냈다는 주장도 황당하다. 교육부가 대단한 비리를 찾아낸 것처럼 요란스럽게 법석을 떨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4년 동안의 학종 응시생의 수가 무려 202만 명을 넘었다. 결국 기재 지침을 어긴 자소서‧추천서의 비율은 고작 0.018%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도 모두 대학이 자체의 입시 규정에 따라 감점 처리해버린 사안이었다. 교직원 자녀의 합격률이 높은 대학이 있었다는 지적도 어처구니없는 궤변이었다.

 

  학종의 불공정성을 확인하는 목적으로 실시한 교육부의 어설픈 실태조사 때문에 정시 확대의 명분이 더욱 불확실해졌다. 고교 등급제에 대한 심증이나 엉터리 자소서‧추천서는 정시 확대의 명분이 될 수 없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서라도 조국 일가가 저지른 것과 같은 위조 증명서와 고등학생의 이름을 끼워 넣은 논문을 학종에 합격한 사례를 무더기로 찾아냈어야만 했다. 이래저래 교육부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정시’도 아니고, ‘학종’도 아니다

 

  대학입시의 문제는 감정적 대응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시와 수시의 ‘적정 비율’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수능을 근거로 하는 ‘정시’와 학생부를 근거로 하는 ‘수시’(학종과 교과전형)가 모두 공교육 붕괴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왜곡된 입시제도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정시의 ‘공정성’과 학종의 ‘창의성‧다양성’은 허울만 그럴듯할 뿐이지 사실은 공교육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독소다.

 

  대통령이 기대하듯이 객관식 수능을 근거로 하는 ‘정시’가 공정하다는 인식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고소득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시가 공정성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엉터리 입시제도라는 사실은 우리가 충분히 반복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현재의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래 전부터 극도로 왜곡된 ‘학력고사’로 변질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문제은행식 출제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객관식 수능의 출제는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학생들은 비정상적으로 비틀린 객관식 문제의 정답을 알아내는 요령을 가르치는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핑계로 도입한 수많은 선택과목도 수능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표준변환점수가 선택과목간 난이도를 보완해준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은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허구일 뿐이다.

 

  그렇다고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수시’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사회적 투명성이 턱없이 낮은 우리 사회에서 학생부의 공정한 관리는 무의미한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학생부 작성 지침을 아무리 촘촘하게 만들어도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범죄적 수준에서 학생부와 입시자료의  조작과 왜곡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제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학생부를 통해 대학입시를 노리는 몰염치한 수험생에게는 어떠한 제도와 처벌도 의미가 없다.

 

  학종에서 시행하는 학생 비교과 영역에 대한 평가의 공정성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30장이 넘는 비교과 영역의 학생부를 모두 읽고,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입학사정관의 무책임한 억지일 뿐이다. 사실 학생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평가하는 일은 신(神)에게서나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것이다. 학종이 학생의 다양성을 키워줄 수 있다는 주장도 근거를 찾기 어려운 교사의 일방적인 주장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

  ‘정시’와 ‘수시’가 대학입시의 전부일 수는 없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찾지 못했다는 자사고‧외고의 폐지도 신중해야 한다. 과도한 평준화에 의한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어렵게 만든 것이 자사고‧외고였다. 성급한 폐지로 가족해체의 원인이었던 조기유학의 아픔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대학입시의 당사자 역할을 포기하고, 적정한 거리로 물러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대학에게 스스로 학생 선발에 필요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사실 학생 선발 능력을 상실해버린 대학은 사회적으로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대학은 확실하게 퇴출시키는 길도 찾아내야 한다. 

  더 이상 교육부가 획일적인 제도로 공교육과 대학교육을 무너뜨리는 일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대학입시와 고교의 단순화는 필연적으로 인재 양성의 획일화로 이어진다. 그런 교육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가장 민감하고 가장 중차대한 이슈인 대학입시는 대통령이나 교육부의 어설프고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둘 수 없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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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11월10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11월10일 19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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