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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2)귀룽나무와 산이스라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0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1일 09시34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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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드릴 나무 두 종류는 우리가 사는 주변에서는 잘 만나지 못하지만, 가까운 산에라도 가시면 종종 만날 수 있는 나무들입니다. 그 중에서도 이맘때쯤 눈길을 끄는 예쁜 꽃을 피우는 나무들인 귀룽나무와 산이스라지입니다. 

 

예쁜 꽃의 대명사는 역시 장미겠지요. 이 나무들 공통점이 바로 장미과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라면 이 두 나무 다 조그만 열매를 맺는데 그 열매 크기가 장미과의 대표적 나무인 벚나무 열매 버찌 크기 만하다는 점입니다. (서양 버찌인 체리가 아니라 우리나라 버찌 크기입니다.) 그 두 가지 공통점을 제외하고 보면 두 나무는 크기도 천양지차를 보이고, 꽃 모양도 확연히 다릅니다. 제가 이 두 나무를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이 나무들이 그 가치에 비해 사람들의 주목을 덜 받는 것 같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서서인지도 모릅니다.

 

인터넷의 약초도감의 소개를 보면 귀룽나무는 '깊은 산 200~1,000m 고지의 골짜기나 비탈, 계곡 주변에 주로 서식한다.'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즉, 이 나무는 양지바른 곳에서 큰 나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약간 응달진 곳도 견뎌내고 무엇보다도 물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금년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때 저의 새벽 운동인 수영을 못하게 되어 대신에 집 근처의 여러 산을 찾기 시작했는데, 다른 큰 나무들은 기척도 하지 않는 3월 하순부터 골짜기, 약수터 근처 등에서 일찌감치 파릇한 초록 잎을 내밀기 시작한 귀룽나무가 저의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한동안 무슨 나무일까 궁금해 하다가 이 나무가 꽃망울을 머금기 시작했을 때 알아챘습니다. 귀룽나무는 바로 이 꽃 모양이 식별의 포인트이지요.

 

새로 나온 가지마다 긴 꽃대를 내밀고는 그곳에 잔뜩 하얀 작은 꽃을 가득 피운 모습이 마치 신부의 부케다발을 연상하게 만듭니다. 박상진 선생이 쓴 '궁궐의 우리 나무'란 책에 의하면 귀룽나무라는 말은 원래 아홉 용(龍)의 나무라는 뜻의 구룡나무라고 불리다가 이렇게 바뀌었다고 하고, 북한에서는 구름나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이 나무의 꽃핀 모양이 용이나 구름의 올라가는 이미지를 주었나 봅니다.

 

 제가 4월 하순에 본 남산의 귀룽나무나 영장산의 귀룽나무나 이런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미 잎을 가득 피운 나무 전체를 하얀 꽃 뭉치들이 다시 뒤덮은 모양은 용이 승천하는 모습이나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합니다. 귀룽나무는 벚나무 크기와 비슷하게 자라고 벚나무가 버찌를 매다는 시기에 역시 비슷한 모양의 열매를 매다는데 드문드문 열리는 점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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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8일 분당 영장산의 귀룽나무는 하얀 구름을 연상케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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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2일 남산의 귀룽나무에서 용트림하는 용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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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10일 방문한 세종시 금강수목원에서 본 귀룽나무 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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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30일 판교 태봉산의 귀룽나무가 열매를 맺었습니다.

 

산이스라지라는 이름은 어감은 좋은데 도통 나무 이름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무슨 뜻일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인터넷에 있는 한국생태보감에 매실 등 벚나무속에 속하는 나무의 열매(버찌, 앵두, 매실, 자두, 복숭아 등등)들을 일컫는 우리 고유어라고 하네요. 이런 열매를 수목 용어로는 핵과라고 부르는데 이 용어보다는 고유어인 이스라지가 일찌감치 알려졌다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도 듭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산이스라지는 귀룽나무와는 달리 아주 작은 키의 나무입니다. 1m 전후까지 자란다고 하니까요. 이 나무 역시 저에게 오랫동안 숙제를 안겨주었습니다. 여러 산에서 일찌감치 파란 잎을 내민 작은 나무인데 정체를 한동안 모르고 지냈으니까요. 그러다가 역시 4월 중순에 이 나무가 벚꽃을 닮은 꽃을 잎 사이로 피워냈을 때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문득 왜 이렇게 어여쁜 나무가 우리 주변에서 심어지지 않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는데, 늘 가던 식당 정원에 심어진 '산앵두'라는 팻말이 꽂혀 있는 나무의 크기, 꽃 모양이 비슷하다 싶어 얼른 인터넷을 뒤지니 다른 이름으로 이스라지라고 부르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개량된 산이스라지이겠지요. 이스라지는 산이스라지와 달리 꽃 색깔도 고운 분홍색으로 차리고 있었습니다. 이 녀석이 앵두만한 크기의 열매를 매단 모습은 재작년 7월에 같은 식당에서 찍은 사진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산앵두라고 쓰여 있고 열매 모양도 비슷했지만 주변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앵두나무와는 잎 모양이 매우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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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1일 분당 영장산에서 만난 산이스라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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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4일 대모산의 산이스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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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3일 용인 고기동 음식점에 핀 산앵두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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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4일의 고기동 음식점의 산앵두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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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2일 서강대 교정의 앵두나무.

 

귀룽나무나 산이스라지 같은 좋은 이미지의 나무들이 좀 더 널리 심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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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1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1일 09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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