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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한 상속과 효율적 기업승계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5월25일 17시41분

작성자

  • 오문성
  •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법학박사/경영학박사/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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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상속세 및 증여세(이하 상증세)는 개인에게 부과되는 조세이다. 예외적으로 비영리법인에게 자산수증이익이 생겼을 때 증여세가 부과되기는 하지만 이것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어서 최근에 법인세로 그 세목을 변경하겠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상증세의 납세의무자는 원칙적으로 자연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상증세에서 과세대상자산이 많은 자에게 주는 혜택은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공익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개인과 관련한 세목에서 가진 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부자감세”의 측면에서 비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속이라는 사건이 기업의 영속성과 관련될 때는 완전히 사적(私的)인 영역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상속을 거치면서 기업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제 환경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고유한 사업 분야에서 실패하여 도산하거나 경영을 더 잘할 수 있는 대주주로 변경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잘 경영되고 있는 기업이 상속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변경되는 것은 당사자인 주주나 사회 전체적으로 모두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 때문에 독일, 일본 등 각국의 세제는 원만한 기업승계를 위한 지원제도가 존재하고 있다. 

 

작년에는 유난히도 기업승계와 관련한 세미나 등 학회활동이 많았다. 어려운 경제 환경 하에서 기업승계와 관련한 세제지원제도가 경제 환경에 또 하나의  장애물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여 정치적으로는 여·야당 모두 그 완화 분위기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제도의 구체적인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의 개정도 이루어졌다. 가업상속공제 이후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한다든지, 중견기업이 유지해야하는 고용조건을 “10년 통산 정규직근로자의 120%”에서 “7년 통산 정규직근로자의 100%”로 완화하고 정규직근로자의 인원기준 뿐만 아니라 총급여액기준을 사용할수 있도록 한 것이나, 업종변경도 소분류내에서의 업종변경을 중분류내에서 허용하고 중분류 외의 변경도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면 가능하게 한 것 등이 바람직한 방향의 개정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으로 현행 상증세법이 지니고 있는 기업승계의 문제점이 모두 개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가업상속공제가 보호하려는 법익은 집안사람들의 가업영속 그 자체가 아니라 경영을 잘 해오는 대주주의 경영권을 보호하여 상속이라는 과정이 경영권의 불안을 조성하는 것을 방지하고, 더 나아가 경영권의 안정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조직에 속한 피고용인 등의 고용환경을 저해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결국 가업상속과 관련한 세제의 입안은 두 가지를 고려하여야 그 논란의 결말을 볼 수 있다.

 첫째는 가업상속에 대하여 세제지원을 보는 측(이하 A그룹)과 보지 못하는 일반인(이하 B그룹)과의 상속재산간 공평의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둘째는 상속이라는 사건만으로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는 것을 막아야 한다. 현재의 가업상속제도를 손질하여 둘째에서 언급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지분자산등의 상속재산을 기타자산과 차별한다는 B그룹의 A그룹에 대한 비난을 영원히 잠재울 수 없다.

 그렇다고 가업상속대상자산에 대하여  일반 상속재산과 똑같은 세제상 대우를 해준다면 기업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주고 기업의 영속성에 문제가 생기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당사자인 A그룹뿐만 아니라 사회전체에 마이너스가 된다. 

 

 상속재산에 대한 과세공평과 기업지배구조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상속재산 중 기업의 영속성에 직접 영향을 주는 주식 등의 재산에 대하여는 그 재산을 처분할 때까지 상속세 과세이연을 시키는 것이다. 과세이연방법은 A그룹과 B그룹 모두 반대할 이유가 없다. 

 

과세이연은 세금을 전부 면제하거나 일부 면제하는 방법이 아니어서 B그룹의 과세공평에 대한 불만을 야기하지 않는다. A그룹이 기업의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처분하지 않는 지분자산 등에 까지도 상속재산임을 이유로 상속세 납부를 위한 처분을 강요하는 명분은 과세이연을 허용하고 자분자산을 팔 때까지 상속세 납부를 이연해주는 명분보다 크지 않다. 

 

지분자산을 처분하지 않고서도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상속인에게는 과세이연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면 이 논리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세제의 선택은 이해관계인의 불만을 최소화시키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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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25일 17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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