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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즈벨트의 뉴딜과 한국판 뉴딜정책 (3)한국의 한계와 문제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6월13일 17시10분
  • 최종수정 2020년06월11일 11시49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카톨릭대학교 초빙교수

메타정보

본문

Ⅲ. 한국판 뉴딜 ; 한계와 문제점

 

< 추진 계기 >

 

   지난  4월 22일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앞으로 현재의 코로나로 인한 경제 위기가 심화될 가능성도 언급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적이고 과감한 정책을 주문하고 “과거의 대책이나 방식을 넘어 새로운 사고와 비상한 대책을 주저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라고 강조하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대통령은 과거 전례를 차기 힘든 여러 대책들을 직접 거론하였다.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조성하여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주요 산업에 대해 일시적인 유동성 지원을 넘어 출자나 지급보증 등의 방식을 통해서라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별도의 재정(10조원 규모)을 동원하여 고용 유지 기업 지원, 특수고용노동자 둥에 대한 지원 등에 더하여 정부가 직접 고용(약 50만명)하는 방안도 거론하였다. 나아가 고용 위기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고 포스트 코리아 시대의 혁신성장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을 것을 당부하면서 새로운 국가사업으로서 ‘한국판 뉴딜’의 추진을 요구하였다. 

 

   “관계 부처는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추진할 기획단을 신속히 준비해 주기 바랍니다. 정부가 특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나서 주기 바랍니다.”

 

< 사업 내용 >

        

   대통령의 제언에 따라 정부는 5월 7일 “‘한국판 뉴딜’ 추진 방향”을 제시하였다. 경제구조 고도화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정하고 단기적으로는 고용안정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으로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 회복을 도모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한다는 구상이다. 이 단계에서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디지털경제 촉진으로 삼았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의 디지털화 등을 포함하였다. 

 

   이후 그린 뉴딜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결과적으로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과 그린의 두 가지 사업 영역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용안정망 강화를 위한 사업들이 부수적으로 더해졌다. 정부 자료에서는 현재까지 25개 사업이 정해졌지만 앞으로 추가될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하면서 추가 과제를 보완·확대하여 7월중 한국판 뉴딜 정책의 종합계획을 확정, 발표하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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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예산과 추진 시기 등에 대해서도 대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였다. 한국판 뉴딜 사업 예산으로는 우선 금년도 제3차 추경에 5.1조원을 반영하였다. 그리고 2021년과 2022년에 총 31.3조원을 본격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 2023년 이후에도 45조원 내외의 재정자금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망하였다. 종합하면 금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간 동안 한국판 뉴딜 사업에 약 76조원의 재정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 정부는 한국판 뉴딜 사업을 통해 46만 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디지털 뉴딜을 통해 33만 명, 그린 뉴딜에서 13.3만 명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였다. 다만 이 고용 전망의 근거에 대해서는 제시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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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판 뉴딜의 배경 지식 유추 >

 

   정부가 마련한 한국판 뉴딜정책은 당초 대통령이 생각하고 제안한 것에 비해 그 범위가 협소하게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실행 계획으로 마련한 한국판 뉴딜사업은 경제 전체를 아우르는 본래 의미의 뉴딜이 아닌 고용 확대를 위해 정부가 직접 추진하여야 할 프로젝트 정도의 의미로 축소된 개념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구상이 발표될 당시에는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한 측면이 있다.  

 

   뉴딜정책이 그 본래 의미에서 일탈하는 것은 과거 여러 사례들을 연상시키고 있다. 

 

   2004년말 당시 노무현 정부는 뉴딜정책을 추진한다고 나섰던 적이 있었다. 카드사태 등의 여파로 하락하기 시작한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부동산 대책 추진으로 건설 경기가 급격히 둔화된 것을 배경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 뉴딜정책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치중하였다. 정부 부처와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고 이를 계기로 지역의 도로와 각종 기반시설 등을 건설함으로써 경기를 부양하고 실업자를 줄이려는 계획이었다. 자금 동원 등에서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여 실제로는 이 계획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였다. 

 

   이명박 정부도 뉴딜정책의 개념을 차용하였는데 그 분야는 ‘녹색 뉴딜(녹색성장)’이었다. 2008년 8월 국가발전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을 제시하고 이듬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녹색 뉴딜 사업’을 추진했다. 기본 의도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면서 동시에 경제성장도 이룩하겠다는 구상이었다. 2012년까지 50조원을 투입해 95만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었다. 녹색 뉴딜 예산 총 50조 원 중 4대강 정비를 포함한 토목사업에 32조원을 배정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과학기술과 IT를 농업, 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 접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스마트 뉴딜'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과거 사례들은 정치인들이 뉴딜의 진정한 의미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정책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하여 뉴딜이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지금의 한국판 뉴딜도 과거 사례와 마찬가지로 뉴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뉴딜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 않은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뉴딜정책을 공공정책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노출되었다, 공공사업을 통해 고용문제를 해결하고자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용 문제의 본질은 기업 활동의 저하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정부가 직접 나서서 실업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 계획대로 한다면 신규 일자리들이 단기 아르바이트 수준의 간단한 업무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재정자금에 의한 고용 대책은 미국 뉴딜정책에서 구제(relief)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경제가 부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번듯한 일자리를 대규모로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이 활발해져야 한다. 1930년대 미국의 경우에도 이 점을 간과한 것이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고 뉴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상기하여야 하겠다. 

 

   또한 재정지출 확대를 뉴딜정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한국판 뉴딜을 예산과 연계하여 그 계획을 발표한 것이 이러한 추론의 배경이다. 이로 인해 한국판 뉴딜을 보는 관점이 두 가지 측면에서 형성된다. 

 

   하나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코로나19 대책으로 이미 약 80조원 이상의 재정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리고 제3차 추경이 35조원으로 구성된다고 발표되었다. 앞으로도 재정 수요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가 제2차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조세 수입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금년 4월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56.6조원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막대한 재정자금을 지출한다는 계획은 재정건전성 악화 여부와 관련하여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판 뉴딜과 예산을 연계시키는 것은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히기도 한다. 재정의 어려움 속에서도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들여 고용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직접 시행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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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되는 문제점 >

 

   현재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앞으로 보완되었으면 한다. 

 

   가장 첫 번째로 지적하여야 할 것은 고용 창출을 목표로 디지털 변환을 촉진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변환으로 고용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화 및 로봇화, 비대면 거래 확대 등으로 기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이 크게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관련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첨단 ICT 기술의 적용 때문에 대체되거나 밀려나는 일자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디지털 변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정확한 논리에 입각하여 향후 고용 대책을 논의한다면 “디지털 변환 가속화에 대비한 고용안정 및 일자리 창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이 대책은 코로나19 이후 추진되어야 할 여러 정책 중 하나에 불과하리라 본다. 

 

   디지털 변환을 정부 사업으로 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디지털 변환은 앞으로 대세가 될 전망이고 거의 모든 영역에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도 이 사업을  정부가 담당하여야 할 영역인지 의문이 든다. 그리고 향후 운영 계획은 어떻게 할지 등에 관한 언급은 없다. 과거 금융전산화, 통신시설 현대화 등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지 않아도 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되었던 점을 반추할 필요가 있다. 투자가 완료된 이후에 그 디지털 기반 인프라 등의 운영에 정부가 계속 간여할 여지가 남을 가능성이 있는 바 이에 대한 입장도 미리 정하는 것도 검토하여야 한다.

 

   한편 현재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정책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의 변경이 아닌 기존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린 뉴딜이 한국판 뉴딜 사업으로 새롭게 포함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에너지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판 뉴딜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앞으로 정부의 정책 기조에는 변화가 없으리라 예상된다.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곤경 상황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하고 싶은 과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정부는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여러 개혁 입법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기업의 경제적 역할에 대해서는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이제까지 민간투자가 부진하고 해외직접투자가 급증함으로써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이미 이런 이유로 실업이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잠재해 있었다. 

 

   모름지기 뉴딜이라 함은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 분석을 바탕으로 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뉴딜은 기존 정책 기조의 유지 혹은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기존 정책 기조의 고수는 당초 의도한 고용 확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데 더하여 우리 경제의 체질은 더욱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한국판 뉴딜 사업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앞으로 한국판 뉴딜정책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환류(reshoring) 등을 포함하여 한국 제조업의 부흥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뉴딜 정책으로 포함되기를 기대해 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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