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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극복하려면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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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4일 12시2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04일 12시21분

작성자

  • 하지원
  • (사)에코맘코리아 대표·지구환경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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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진짜인지 아직도 의심 ?

 

코로나바이러스로 생명을 걱정하고,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은데 기후위기로 인한 생명과 경제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다. 당장 눈에 보이는 두려움에 대한 대처가 우선되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한 달만, 또는 1년만 살고 말 것이 아니기에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해결책 마련이 가능해야 우린 지혜로운 인간이라는 ‘호모사피엔스’라고 불릴 수 있지 않을까. 

 

고등학교를 다니는 우리집 아이가 얼마 전 친구들과 만든 포스터에 이런 문구(文句)가 있었다. 상단에는 출이반이(出爾反爾)라 쓰여 있으며, 그 아래에는 “나무 없으면 캠핑도 없다. 물 오염되면 낚시도 없다. 나무 베다 수명 베인다” 그리고 그 하단엔 이런 설명이 적혀 있었다. “교실 불을 끄고, 종이를 아끼는 것은 북극곰이나 먼 이웃이 아닌, 잘 보전된 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고 싶은 ‘너’를 위한 행동입니다.”

 출이반이(出爾反爾)란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온다’는 뜻으로, 자기가 행한 일은 그에 따른 결과가 모두 자기에게 돌아온다는 의미로 맹자(孟子)의 양혜왕((梁惠王)편에 나오는 고사성어이다. 어른들보다 세상 이치(理致)를 더 잘 아는 듯하다.

 

100년만에, 또는 사상 처음 겪는 온갖 재앙들이 밀려 오는데…

 

우린 아직도 백년 만에, 또는 역사상 처음으로 겪는다는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도 이것이 기후나 환경에 대해서 과학으로 또는 진짜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도 하고,  문제가 있긴 하지만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하는 안일함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최근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환경과 관련된 여러 이슈들을 보자. 당장 올 여름에는 역대 최장기 기록이라는 52일 동안 비가 내렸고 그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라 불려지고 있다. 작년 서유럽 전역은 1833년 관측이후 가장 무더운 40℃가 넘는 폭염에 시달렸으며, 올 2020년 7월에 스페인은 42℃까지 오르며 최고 더운 여름을 갱신했다.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지속된 호주산불로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었고, 2400억 마리의 곤충과 생물들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지난해 5월 UN산하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800만 정도의 생물종 가운데 약 100만종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2018년에는 척추동물 가운데 이미 60%가 사라졌다고 발표했으며, 매년 14만 종의 척추동물이 멸종되고 있다. 현재 속도라면 인류대멸종을 피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그리고 오늘날 인류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대멸종의 위기는 온실가스를 배출시키는 인류의 탓이라고 과학자들은 강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이전의 자연적 멸종보다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몸이 이상하면 열이 나듯이 지구도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지구 평균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도가 상승했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제5차 평가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21세기에는 4.5℃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지금도 인류의 대멸종을 경고하는 절망적인 징후들이 세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씨 상승하면 곡물생산량은 10~17% 줄며, 2025년까지 10~5%의 작물 수확량 감소가 예상된다. 지난 30년 동안 여름철 북극해 얼음이 40% 줄었고, 해양의 산성도가 30% 증가하여 식물 프랭크톤이 1950년 이후 40%가 줄면서 생태계 먹이사슬이 기초부터 붕괴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시한폭탄인 툰드라의 메탄가스가 2005년부터 방출되기 시작했고, 2010년부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위도 30-40도의 곡창지대가 건조지역으로 바뀌면서 식량 및 식수위기가 가속되고 있고, 지구 산소의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은 다국적기업의 산림벌채와 채광 및 석유산업 등으로 파괴되고 있다.  

 

사람이 빠진 그린뉴딜, 스마트 그린스쿨! 

 

학교건물에 태양광 판넬을 설치하고, LED전구를 끼우면 그린스쿨이 되는 것일까? 하드웨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즉 사람이 빠진 하드웨어는 고철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역할을 할 학생들이 “그린 인플루언서”가 될 때 그린스쿨은 스마트하게 완성된다.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전 세계적으로 녹색성장을 선언하고 주도한 큰 공이 있지만 사람이 빠져있는 한계가 있었다. 기술과 시스템중심의 하드웨어 변화만으로는 국민들의 지지가 지속되기 어렵고, 기후위기를 막을 실질적인 변화가 요원하다. 하드웨어만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위협적인 폭염의 발생 빈도는 1980년 이후 50배 이상 증가했고, 그 이유는 온실가스의 증가 때문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영국 탄소배출량의 절반은 비효율적인 건설방식이나 사용되지도 않고 버려지는 음식물, 전기, 의복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에너지 사용량의 2/3 역시 낭비가 불러온 결과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기후 악당국’이라고 불린다. 2016년 영국의 기후변화 NGO ‘기후행동추적(Climate Action Tracker)'은 한국을 사우디아라비아,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세계 4대 기후악당국가‘로 선정했다. 기후악당국가는 기후변화에 무책임하고 나태한 국가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국가이며, 현재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세계 7위이다. 

 

​ ’세계 4대 기후악당국‘​…한국 · 사우디 · ​호주 · ​뉴질랜드

 

대한민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져서 순(Net) 배출량이 영(zero)이 되는 탄소중립(Net-zoro)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매우 환영하고 꼭 가야할 길이지만 그동안 우린 국제사회에 선언한 온실가스 감축약속들을 단 한 번도 지킨 적이 없다.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고, 지난해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후행동추적’은 모든 나라가 한국처럼 대응하면 지구온도는 3-4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과거에도 전국적으로 ESCO(Energy Service Company)사업 등을 통해 약 15년간 LED전구교체, 친환경건축물 등 건물에너지 합리화 사업을 진행하였고 재생에너지도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지 않았다. 에너지효율을 높이고, 착한에너지를 확장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에너지 사용량이 줄지 않으면 소용없다. 에너지효율을 높여 1등급 가전제품을 만들고, 연비 좋은 자동차가 나오면 우리는 더 큰 것을 사거나 여러 개를 사는 리바운드 이펙트(Rebound Effect)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가족 수도 줄고, 외식도 많지만 냉장고는 더 커지고 개수도 많아지고 있다.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투자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마라

 

올해 2020년 지구의 날(4.22)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핑크 회장은 TCFD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게는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서 “투자받고 싶으면 ‘지구’ 열 받게 하지마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글로벌 투자기준이 되고 있는 TCFD는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산하 협의체인 FSB(금융안정화) 내부의 기후변화관련 리스크의 재무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이다. 

 TCFD는 “현재와 산업혁명 이전 시기의 지구 평균온도 차이를 2℃ 이하로 줄여야한다”는 2℃시나리오에 해당하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의 합의를 달성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올해 초 래리핑크 회장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상위권에 속하는 상장사들과 신한금융 등 금융업계에도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기후리스크는 투자리스크”라는 것이고, 기후변화정책이 전체 경제영역에서 가격·비용·수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가까운 시점에 상당한 규모의 자본 재배분이 일어날 것이고, 기업과 투자자, 정부는 이 같은 자본 재분배에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머니투데이, 2020.5.11.).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해결될 기후위기

 

환경문제는 선언으로, 또는 약속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삶의 방식은 우리의 가치관과 연결되어 있고, 습관으로 굳어진 생활방식이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어릴 때부터 받는 교육이 중요하다. 어른들은 환경문제와 기후변화가 심각한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알고 있지만 생활방식을 쉽게 바꾸지는 못한다. 편리하고 소비지향적인 생활습관이 굳어진 채 살아간다. 이는 친환경적인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에 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UN은 앞으로 15년(2016-2030)동안 전 세계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정해 청소년들을 위한 환경·지속가능교육을 강조하였다. 교육을 받은 청소년들이 사회의 리더가 되었을 때 지속가능한 세상이 될 거라 기대한 것이다. 사람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은 교육에 의해 바뀐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IPCC가 얘기하는 골든타임은 10년이다. 이 기간 내에 온실가스발생을 절반 이상 줄여야한다. 

 

결국 국민 모두의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하며 이를 위한 방법과 내용이 그린뉴딜에 포함되어야한다. 막연히 “이상해, 불안해, 북극곰이 위험해”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나와 연결된 긴박한 상황임이 인지되어 삶의 방식이 바뀌어야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다. 삶의 방식이 바뀌고 소비자가 바뀌면 기업도, 산업도 함께 바뀐다. 중상을 입은 환자의 운명을 결정하는 골든타임, 바로 치료받으면 살 수 있지만 놓치면 죽게되는 이 “골든타임”을 우리 결코 놓치지 않아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지혜로운 ‘호모사피엔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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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9월04일 12시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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