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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공정거래법 개정의 문제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9월09일 17시1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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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들어가는 말

 

지난 8월 25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통하여 그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이른바 ‘반기업 3법’이라 불리는 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 감독법의 제·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내세운 법안 통과의 주요 목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통해 공정경제 기반 대폭 확충’이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 시 내걸었던 ‘공정경제’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정부의 보도자료 첫머리에 내세운 논리가 눈에 띈다. 즉, 이렇게 확립하고자 하는 공정경제가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축’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과연 그 목적이 의도대로 달성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2.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문제점 

 

이번 상법 개정안에서 재계의 반응이 가장 민감한 이슈는 다중대표소송제의 도입과 감사위원 분리 선임의 두 가지이다.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의도하는 것은 ‘대기업들이 설립한 자회사들에서 자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등의 방법을 동원한 배임행위’를 상법 차원 즉, 기업 경영 측면에서 민사소송의 길을 열어주려는 것이라고 보인다. 지금까지는 특정 기업 내의 배임 행위를 대상으로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가진 주주들이나 이사진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으나,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서 특정 기업을 넘어서서 (전혀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회사의 배임 행위까지 모회사의 주주들이나 이사진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부가 특히 초점을 두고 있는 경우는 대기업집단들이 설립한 자회사들 중 많은 경우 모회사의 지배주주들이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서 동 기업 내에서 민사상으로 배임 행위를 문책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유사한 사건들이 검찰 수사를 통해 해결된 바 있었다는 점에서 과연 민사소송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이었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계에서 우려하듯이 우리 대기업집단들 중 그동안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지주회사에 일정 정도의 지분을 가진 해외의 ‘투기자본’들이 동 대기업집단 소속의 모든 자회사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길을 열어주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투기자본에 의한 소송남발, 경영권 위협 등의 사례가 많아질 가능성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많은 중소/중견 기업들도 이런 형태의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추세인데 이들 기업들의 수준에서도 많은 분쟁이 일어날 소지가 있을 것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 규정 도입의 의도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이사 선출 단계에서부터 다른 이사들과 분리 선임하도록 하여 대주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감사위원의 분리 선출 과정에서 지배주주들의 (합산)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함으로써 일반 주주들의 권한을 상대적으로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기업 경영의 결정권이 주주들의 지분율에 달려 있다는 기본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재계의 반발이 일고 있다. 즉, 기업을 설립하여 경영하려는 최대주주를 역차별하는 규정이라는 것이다. 또한 최대주주들의 혈연관계를 바탕으로 적용되는 3% 룰의 경우,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지배주주 가족들 사이의 이견 등을 감안할 때 규정도입의 근거 자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재계가 주장하듯이 오히려 해외의 투기자본은 지분을 나누어 보유함으로써 자유롭게 상대적으로 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3.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관련한 문제점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이의가 제기되고 있는 부분은 신규 지주회사 전환시 지분율 강화,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한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의 세 가지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먼저 정부는 이번 개정을 통해 새롭게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의 지분율을 현행보다 10% 포인트씩 상향 조정하여 (상장 20% → 30%, 비상장 40% → 50%) 지주회사 전환을 어렵게 하였다. 정부의 판단은 그동안 전환 지주회사들의 자·손회사들과의 내부거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서 불공정한 내부거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지배구조의 개선을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장려해 온 기존 정책기조와 배치된다는 근본적인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렇게 될 경우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하는 추가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추가비용은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목적에 (일자리 창출, 투자 확대 등) 쓸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다는 문제도 안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정부는 그동안 공정거래법 상 정의된 가격 담합, 입찰 담합 등의 이른바 경성담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유하고 있던 전속고발제를 폐지함으로써 법 집행에 경쟁 원리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기업 거래관계의 복잡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을 시인한 셈인데, 공정위와 검찰이 동시에 수사하는 경우라든지 검찰의 별건 수사 등이 가능해진다는 재계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현행 총수 일가 지분율에 따라 적용되는 (상장 30%, 비상장 20%)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하도록 하향 조정하기로 (상장/비상장 모두 20%) 결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규제 대상 회사가 현행 186개에서 519개로 대폭 확대되는 결과를 초래하는데, 그만큼 기업 경영에 제약에 커지게 된 셈이다.

 

4. 종합적인 시각에서의 문제점 (산업/기업 활동과 관련하여)

 

이번 상법,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정부가 주장한 ‘공정경제’의 달성이라는 목적에 일정 정도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종합적인 시각에서 다음과 같은 더 큰 문제점들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과연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업과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지금 감내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실 우리 산업들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대단히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선 생산 측면을 살펴보면, 4월 이후 7월까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전년 동월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동 4개월 동안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단순 평균해 보면 각각 –4.4%, -2.9%에 이르고 있어 그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산업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수출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월부터 7월까지의 수출 증가율은 –10.6%인데,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며 특히 중국을 제외한 우리 주력시장 국가들의 상황이 심각해졌던 4월부터 6월까지는 전년 동월대비 평균 20%씩 감소했다. 7월부터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출시장의 코로나 확산 상황이 다소 진정되면서 수출감소 추세가 –7.1%로 다소 개선되는 듯 했지만, 8월부터 이번에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재확산되면서 향후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이다.

 

주력산업들이 이러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이 산업들에서 주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경영환경 면에서 이러한 새로운 충격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 심각히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더욱이 세계 각국은 지금 한창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국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려고 하고 있는 미국이 기업들의 자국으로의 회귀 (이른바 유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 등의 적극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고, 이른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로의 이전을 장려하는 통상정책을 (경제번영네트워크: Economic Prosperity Network) 펼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이웃 일본도 기업의 회귀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기업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유럽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유럽연합 내의 결속을 다지면서 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러한 주요 국가들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기업의 경영환경에 충격을 주는 조치는 가능한 한 이 위기의 시기를 피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이 법안 개정을 위해 내세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오히려 기업환경을 개선해야만 달성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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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9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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