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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覺醒,Awakening)의 시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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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8일 17시10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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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깨달음과 성찰의 시간이고 릴케가 읊은 ‘기도하는 계절’이다. 나는 특히 우리 모두에게 가을서리(秋霜)같은 각성의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대한민국이 다시 깨어나 정신을 차리는 분기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시절에 대한 회한(悔恨)이 너무 많아서다.

 

광화문 촛불로 우린 다시 태어난 줄 알았다.<위대한 시민의 각성>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나 자칭 촛불정부 3년을 거치면서, 특히 그 시간을 압축한 ‘조국사태’를 겪으면서 우린 <눈먼  권력의 시대>에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국민모두가 주인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전체주의와 연성독재(軟性獨裁)등 민주주의의 위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정말 만들었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건 그저 반대세력의 정치공세일 뿐일까?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이 여실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실망과 불신의 여론으로 읽혀질 수밖에 없다.

 

프랑스 혁명,미국독립 혁명처럼 각성은 새 시대 탄생에 불을 지폈지만 우리의 촛불혁명은 박근혜 시대를 종식시켰다는 최면효과로 잠시 국민을 행복하게 했을지 몰라도 많은 시민이 동의하고 참여하는 사회개혁과 정치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명예롭던 촛불시민은 서초동에서 검찰개혁을 외치던 조국백서속의 그들로만 남아있다. 시민마저 쪼개졌다. 조국백서와 흑서가 부딪힌다. 추미애와 윤석열이 충돌한다. 토착왜구와 친일이 다시 소환된다. 임대인과 임차인,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 국민을 싸우게 한다.

 

그렇게 내전(內戰)으로 국민을 내몰면 우리 스스로는 이젠 무엇 때문에 싸워야 하고, 어떤 정의를 위해 싸워야 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평등/정의/공정. 우리가 이뤄줄 테니 국민께서는 지켜보시라는 그 아름다운 약속을 지켜보는데 너무 많은 인내를 했다. 대통령 임기를 채2년도 남기지 않은 지금 이 약속은 적폐청산과 함께 갑자기 사라진 듯 생경하다.

 

그 실망감속에 아래로부터 백성의 의분을 담은 격문(檄文)이 올려졌다. <시무7조 상소문>이다. “폐하, 부디 굽어 살펴주옵소서”라는 대통령을 향한 주문들은 하나 같이 폐부를 찌른다.유려하고 장대하다. <영남만인소>로 주고받기의 외침이 이어지면서 민의의 대열은 수십만을 넘기고 있다. 정치가 앞세웠던 혐오와 증오의 코드마저 해학과 풍자로 바꿨다. 이런 게 정녕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정치언어가 아닌가 싶다. “소설 쓰시네”의 삼류 말놀이와는 수준이 다른 장르의 탄생이다. 민초의 맺힌 가슴을 뚫어주는 카타르시스다.

 

국민들의 깨달음은 점점 깊어질 것이다. 정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각성된 국민이다.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하는 그 국민이다. 민심의 물결은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집값 문제, 부동산실정으로부터 반응을 시작했다. 집권당에 국회의석의 3/5, 176석의 절대 권력을 안겨준 그 표심이 불과 넉 달 뒤 변심했다.

 

4.15 총선 뒤 슈퍼여당은 그야말로 하고 싶은 대로 했다. 상임위를 독식하고 임대차3법을 일사천리로 처리했다. 총선 압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 것처럼 거침없이 나아갔다. 하지만 내 집마련이 더 암담해진 국민들의 절망을 밟고 다닌 셈이다. 총선 승리후 여당의 전신 열린우리당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자만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은 그저 하루살이 코스프레였음을 국민들은 알게 됐다.

 

이 타이밍에 코로나가 위험수위를 넘나든다. 여권에 정치적 승리를 안겨준  < K-방역>이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코로나야 말로 시대적 각성을 준다. 자연과의 공생을 져버려 생긴 재앙, 그리고 인류적 공존‧공영으로 극복해야할 팬데믹이다. 코로나는 일차적으로 과학의 과제지만 우리에겐 가장 정치적인 이슈로 여론을 지배한다. 진영 간 편 가르기와 절대지지층의 팬덤이 개입한다. 야당은 대통령이 그 중심에 있다고 비판한다.  

 

나를 둘러싼 것들과의 화해, 각자도생(各自圖生)이 아닌 선한 이웃이 가장 강력한 백신이다. 특히 최고지도자는 융합(融合)과 관용(寬容)의 리더십에 앞장서야 한다. 통치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적(敵)이다. 구중궁궐에 스스로를 격리시키면 그들만의 세계가 보일뿐이다.

 

계절이 바뀌고 있다. 가을이 오니 겨울도 머지않음을 걱정한다. 두려운 시간, 코로나 2차 대유행의 갈림길로 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위기에서 가장 필요한 것, 지금은 대각성(Great Awakening)을 준비할 시간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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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08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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