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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24) 가을의 전령사 들국화 3자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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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25일 17시02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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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불편하게 만든 지 반년이 넘었습니다. 생활의 모든 면이 힘들어지고 무엇보다도 국가경제는 물론 각 가정의 경제도 모두 쪼그라들고 있는 지금, 그래도 한 가지 코로나19가 가져온 선물이라면 참으로 몇 년 만에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높고 파란 하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산들 바람은 마스크 속의 호흡마저도 시원하게 만드는 기분을 줍니다. 필자가 코로나19 발발 이후에 거의 습관화되다시피 한 새벽 산행길이나 공원 산책길에서도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가을의 전령사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겠지요. 가을의 전령사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수확의 계절이라 불리는 만큼 이맘때 공원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빨간색 열매들이나 혹은 들판에서 영글어가는 곡식들도 좋은 후보이겠지요. 그렇지만 산과 들로 나서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키워가는 사람들에게는 들국화들이 더 좋은 후보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선물하는 아름다운 꽃들이니까요. 물론 국화가 더 예쁘지만 어쩐지 사람의 손을 너무 많이 타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만, 들국화의 경우도 어떤 꽃이라고 지목할 실체가 없는 이름입니다. 수많은 꽃들이 이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어느 꽃도 이 이름을 대표하는 꽃이라고 할 수가 없다는 말이지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들국화라고 하면 떠오를 만한 꽃들이 있습니다. 흔히 들국화 3자매라고 불리는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세 꽃입니다. 

국화가 꽃잎이 여러 겹으로 형성되어 있고, 잎 모양도 잎 가장자리의 결각이 매우 심하게 구불구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비해, 들국화들은 보통 홑겹의 꽃잎을 피우고, 잎 모양도 비교적 단순한 모양을 가지고 있어서 이미지 그대로 화려하지 않은 청초한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공원, 정원 등에서 오히려 들국화들이 국화보다도 더 많이 심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들국화 중에서 가장 먼저 피는 꽃은 벌개미취입니다. 들국화라면 당연히 가을에 피는 꽃으로 여겨지지만 여름 더위가 한창인 때부터 피어서 우리 시선을 끄는 녀석입니다. 그래도 가을 내내 꽃을 피우니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도 이 꽃을 감상할 수 있지요. 대체로 연보라색을 띠고 있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거의 없이 밋밋하지만 길고 힘이 느껴지는 잎을 달고 있습니다. 그래서 싱싱한 힘을 느끼게 하는 이 꽃은 공원의 산책길 주변, 공공기관의 화단 울타리 부근, 골프장의 화단 등에 많이 심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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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3일 분당 율동공원 책조각공원 풀밭을 장식하고 있는 벌개미취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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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8일 선정릉 화단에 핀 벌개미취 (잎이 길쭉하고 힘있게 벋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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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14일 호암미술관에 핀 벌개미취

 

 

들국화 3자매 중에서 유독 쑥부쟁이를 향해서 애틋한 감정이 묻어나는 것은 다른 두 꽃이 정원, 공원 등에 잘 모셔지는 입장인 데 비해 이 꽃은 그야말로 들판에서 만날 수 있는 대단히 서민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자태가 매우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도 이 꽃을 소재로 다루고 있고 2008년에는 MBC에서 이 꽃 이름의 드라마도 방영했다고 합니다. 쑥부쟁이 역시 연보라색을 띄는 것이 일반적인데 거의 옅어져 흰색같이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꽃모양만으로는 벌개미취와 구분하기가 어려울 수 있지만, 대체로 잎의 길이가 벌개미취보다는 훨씬 짧고 줄기의 아래쪽에 달리는 잎들은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군데군데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 점을 알면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 꽃은 9월 초 경부터 막 만개하기 시작해서 10월을 거쳐 11월 중순 서리가 내려도 살아남아 있어서 가냘프지만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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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1일 판교 금토천 풀숲에 무리지어 핀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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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청계산 이수봉과 망경대 사이 등산로를 장식하고 있는 쑥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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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3일 청계산 쑥부쟁이 (잎의 결각에 초점 맞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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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8일 오대산 하늘목장 산책길 쑥부쟁이

 

 

쑥부쟁이가 풋풋하고 가녀린 시골아가씨라면 구절초는 우아하고 깔끔한 도시의 미인입니다. 우아한 상류사회 미인답게 잘 갖추어진 정원에 그것도 누구에게나 눈에 띄는 핵심 장소에 심어져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들국화라 하면 국화보다 좀 소박하고 덜 우아한 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구절초만은 그 예외인 것 같습니다. 국화와 다른 점은 동그란 꽃의 중심 뭉치의 가장자리에 홑잎의 꽃잎이 빙 둘러 핀다는 점이라 할까요. 국화는 겹겹이 꽃잎이 겹쳐서 피지요. 구절초도 9월 중순에 피기 시작해서 가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꽃입니다. 구절초는 대부분 아이보리 계통의 흰색 옷을 차려입는 것이 보통입니다. 드물게 옅은 보라색 옷을 입은 경우도 있지만 앞에 소개한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보라색이 우세한 것에 비하면 거의 아이보리색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그래도 역시 구별의 핵심은 잎입니다. 구절초는 국화보다는 덜 하지만 잎에 톱니가 뚜렷이 나서 제법 심하게 구불구불하게 형성된 편이기 때문에 앞의 두 꽃과 쉽게 구분됩니다. 한마디로 구절초의 잎은 국화의 잎과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구절초라는 이름은 음력 9월9일에 꺾는다는 뜻으로 지어졌다는 설이 유력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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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24일 필자가 올들어 처음 만난 구절초 (야탑동 행정복지센터 화단: 잎모양이 국화에 많이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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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0월26일 국회 언덕에 핀 구절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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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8일 오대산 하늘목장 산책길의 산구절초

 

 

실은 들국화의 범주를 더 넓히면, 쑥부쟁이와 구분하기 매우 힘든 키 큰 개미취도 있고 (호암미술관 사진 참조), 하얗고 작은 꽃을 피우는 참취, 노란색 꽃을 피우는 곰취, 미역취도 있으며, 가을이 더 무르익고 조금 춥다고 느껴지면 뒤늦게 작은 노란 꽃을 피우는 감국, 산국도 있지요. 이 모든 들국화들을 다 구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는 지금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들국화 세 자매만이라도 구분하며 가을을 즐기는 것은 어떠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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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25일 17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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