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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장기화와 북한의 대응, 그리고 남북보건의료협력의 시사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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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1월19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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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0-11월호-제26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가시화되면서 현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백신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성과에 따라 코로나-19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이와 유사한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한 감염병과 관련한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나가야 할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유행은 보건안보의 중요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국가 간 물적·인적 이동이 활발해지면서 감염병의 전파는 과거보다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국가들은 바이러스의 유입 및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을 최소화시키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 

감염병의 확산은 개인에게 있어 건강상의 위협이기도 하지만 기존의 사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단기적으로는 감염병의 발생 및 전파 위험을 낮추는 것이 최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감명병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한 사회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감염병은 그 특성상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경적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안보다 국가 간 연대와 협력이 필요하다. 남북 간에도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된 상황 속에서 협력방안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북한의 대응 

 

북한의 보건의료제도는 전반적인 무상치료제도, 예방의학제도, 의사담당구역제도로 구성된다. 제도의 목표에 비추어 보면, 모든 주민이 비용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며, 치료보다는 예방을 중시하고, 담당 의사들이 구역을 나누어 담당 주민들에 대한 치료와 예방접종 및 위생관리 사업을 담당한다. 

제도가 원활하게 돌아가면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의료 혜택은 고르게 돌아갈 수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보건의료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즉, 국가 차원에서 전문가 확보 및 역량 발전을 위한 뒷받침, 기초인프라, 필요한 의료시설과 약품 확보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있다면 보건의료제도는 취지에 맞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건의료제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모든 주민들에게 의료접근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전력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의료기관에 전력을 공급하지 못해 약품관리와 수술의 원활한 진행이 어려워졌다.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국가가 보장하지 못하면서 의사들은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재정과 소득을 얻기 위해 음성적으로 치료비용을 받고, 그마저도 환자들이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소모품을 스스로 조달할 때에야 치료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졌다. 물적 토대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무상치료제도는 유명무실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김정은 집권 이후에도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하였다. 평양을 중심으로 대성산종합병원, 류경치과병원, 옥류아동병원 등이 연이어 개원하였고, 원격치료체계 마련, 제약공장과 의료기구공장 등을 개건·현대화하는 등 부분적인 성과는 있었으나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하였듯이 다른 부문에 비해 개선 속도가 뒤떨어지고 있었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북한은 1월부터 전방위적으로 방역사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보건의료부문을 재정비하는 사업에 착수하였다. 

먼저 국가비상방역체제로 전환한 후, 최고인민회의에서 국정 기조를 ‘인민의 생명과 안위 보장’으로 제시하고 국정 과제의 우선 순위를 조정하였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부문과 관련한 과제를 최우선 사업으로 선정하고 예산을 확대 편성하였다.

 제도적으로는 전염병예방법을 수정·보충하여 전염병의 전파속도와 위협성에 따라 비상방역등급을 1급, 특급, 초특급으로 구분하고, 중앙인민보건지도위원회를 비상방역체계로의 전환 여부 및 등급을 결정하는 기관으로 명시하였다.

 

연초부터 바이러스의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접경지역에서의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하여 북중 간 교역을 사실상 중단하였고, 해외에서 귀국한 사람들과 의학적 감시대상자에 대해서는 30일 간의 격리기간을 거친 후 일상에 복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최우선 사업으로 평양종합병원 건설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 창건 75년이 되는 10월 10일까지 완공할 것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경공업 공장들을 중심으로 방역 물품들과 격리 조치된 의학적 감시대상자들에게 제공할 생활물품들을 생산하도록 하였다.

 방역사업은 주민들의 협조없이는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상황 및 관련 정보들을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방역 관련한 선전사업들을 진행하였다. 

 

대외적으로는 봉쇄정책을 추진하였지만 내부적으로는 경제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생산 현장에서는 엄격한 방역활동을 강조하고 소비 생활에서는 비대면 방식을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하였다. 태풍과 홍수에 따른 피해 복구 사업에 주력하기 전까지 2020년의 북한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 주력하였다. 

 

 2020년 10월 현재까지 코로나-19 전파나 다수의 확진자가 발생한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 또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연설에서 모든 것이 부족한 현실에서 장기적인 제재와 비상방역, 재해복구를 수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는 나라는 지구상에 북한 하나뿐이라고 하면서도, 북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속에 피해자 한 명 없이 성공적으로 방역사업을 진행하였다고 언급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감염병 유입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되는 개성을 3주간 폐쇄하였다. 집단 발병도 아닌 의심만으로 도시 전체를 봉쇄할 정도로 북한은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강한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방역사업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면서 일상에서의 방역사업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장기화 국면에서 북한의 과제

 

북한은 현재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고 있으며 오랜 기간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보건의료제도를 정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현재 북한은 감염병 발생 및 확산이라는 외부적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고려한다면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봉쇄정책을 선택하고 내부적으로는 의사담당제도와 예방의학제도를 활용하여 예방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북한식의 고강도 대응방식은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예방 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이러한 선택에 따른 기회비용이 너무 커진다. 방역 사업의 성과는 성공적일 수 있으나 다른 부문, 특히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접경지역에서의 교역을 중단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북한 경제의 타격을 불가피한 상황이다. 투입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생산에 총동원하고 있는 현재의 경제 상황과 대북제재를 고려하면 북한의 자원 제약 문제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과 공장들은 중간재 및 원자재 수입은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존의 생산시스템을 활용하여 방역 물자 및 격리된 의학적 감시대상자에 대한 생필품 공급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공급 측면에서부터 부족의 문제가 발생한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 밀무역과 같이 국가 통제를 벗어난 활동들이 출현할 수 있다. 이는 방역 체계에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 북한 당국도 현재의 방식을 고수하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북한 내부적으로도 코로나-19의 발생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진단키트와 시약뿐만 아니라 확진자 발생 시 치료할 수 있는 약품과 의료기관의 확보가 필요하다. 

올해 북한은 삼지연시 인민병원 완공 및 라선시 인민병원 현대화 사업을 보건의료부문의 성과로 『로동신문』을 통해 보도하였지만 정작 올해 10월 10일까지 완공했어야 할 평양종합병원의 건설 진행 상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추진되었던 지방의 인민병원의 현대화 사업들은 마무리되었지만, 올해 국정 과제로 내세운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홍수와 태풍의 발생은 보건의료사업에도 차질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북한은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복구 사업을 외부의 지원을 일체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10월 3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에서 80일 전투를 제기하였다. 북한은 8차 당 대회를 80여 일 앞둔 시점에서 80일 전투를 통해 경제발전5개년전략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 중 주된 목표로 자연 재해에 대한 피해복구와 농업부문의 결속 및 내년을 준비하는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방역사업을 철저히 수행한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지만 당면해서는 연말까지 기존의 경제계획을 최대한 수행하도록 노동력을 중심으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제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것은 모든 국가들이 직면한 과제이다. 북한과 같이 경제적 여력이 없는 경우에는 이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더욱 심화될 수 있다. 특히 보건 위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그에 맞는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한데, 이는 제도 정비와 물적 토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적어도 방역을 비롯한 보건의료부문과 관련한 과제는 기존의 폐쇄적인 방식보다는 국가 협력을 통한 개방적 방식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보건의료 교류협력사업의 가능성 

 

보건의료협력은 정치적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생명과 안전의 보장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문제이다. 위험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지만 이 위험이 낳는 피해는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 사회적 약자가 위험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남북보건의료협력은 남북교류사업 중에서도 선차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제한적으로나마 국제사회로부터 방역 물자들을 받아들이는 점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북한도 보건의료부문에서의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과 무관하게 현재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한다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올해만 해도 대북전단지 살포로 촉발된 문제는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발로 귀결되었고, 최근 서해 공무원 사망 사건이 벌어지면서 한국 내 북한에 대한 불신은 커진 상황이다. 북한 또한 8월에 열린 16차 정치국회의에서 ‘코로나-19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피해복구와 관련한 외부로부터의 지원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킨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해결이 전제된다면 향후 교류협력사업의 재개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북한은 올 해 국경을 봉쇄하면서도 동시에 신압록강대교의 북측 도로연결 건설 사업을 지속하였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당장에 교역을 재개할 수는 없지만 재개한다면 과거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은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사과를 담은 통지문을 전달하였고, 당 창건 75주년 기념식에서의 연설에서도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남북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하였다. 다만 올해 연말까지 북한은 대외부문보다는 대내적으로 당면한 과제들을 최대한 해결하면서 내년에 있을 8차 당대회 준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의 남은 기간은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내년에도 보건의료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갖는 유효성은 여전할 것이다. 관건은 추진 여건이 조성될 수 있는가의 여부이며, 여건 조성 시 바로 착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통일부에서도 2021년도 예산편성에서 보건의료부문과 가축방역부문, 공유하천 홍수 예방사업 등 등 감염병,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공동 대응이 필요한 분야의 예산을 증액하여 향후 이 분야를 중심으로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였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교류협력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내년에 전개될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채널을 다변화시켜 추진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2019년 통일부가 인도적 대북지원사업 및 협력사업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여 지방자치단체들도 독자적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민간단체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가 추진 주체로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대북지원사업자로 선정되어 북한과의 교류협력 사업들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였다.

 

경색되어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상호 신뢰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신뢰회복을 위해서는 남북 교류협력사업을 재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는 것을 넘어 실현할 수 있는 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대북제재 하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된 인도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물품에 대한 대북제재 면제 승인을 받는 한편 모니터링 문제가 해결된다면 승인받은 물품들을 해상을 통해 전달하는 것과 같은 비대면 전달 방식을 타진해 보는 등 북한의 호응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다각도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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