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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운명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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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28일 17시10분

작성자

  • 김한곤
  • 영남대학교 명예교수(사회학박사),前 한국인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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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는 사망자가 신생아를 33,000명이나 초과하여 정부가 통계자료를 작성한 이래 인구의 자연감소를 경험한 최초의 해로 기록되었다. 관련 기사가 잠깐 동안 언론에 오르내린 적은 있지만 COVID-19 관련 기사들로 곧바로 묻혀 버렸다. 

 2020년 한국은 272,400명의 신생아가 출생하였으며 합계출산율 0.84로서 37개 OECD 국가들의 평균 합계출산율 1.64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불과 50여 년 전 한 해에 100만 명 안팎의 신생아가 태어났던 것과 비교해 보면 거의 1/4 수준으로 신생아가 줄어든 것이다.

 

 이러한 초저출산 현상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에 6명까지 낳던 자녀들을 왜 오늘날은 1명도 채 낳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답은 출산을 독려하는 정부의 출산장려정책과 부부의 소자녀관이 서로 충돌하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이와 같은 부부의 소자녀관에는 경제적 요인, 자녀양육을 위한 인프라의 부재, 사교육비 부담, 가부장제, 가치관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 출산율 감소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초혼연령의 상승과 미혼율 증가를 들 수 있다. 초혼연령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끊임없이 상승하여 2020년에는 여자 30.8세와 남자 33.2세를 각각 기록하였다. 그 결과 여성들의 평균초산연령이 32세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초혼연령과 초산연령의 상승은 출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며 둘째 아이의 출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초혼연령의 상승을 늦추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한편, 미혼율 역시 꾸준하게 증가하여 30세~34세 남성과 여성의 미혼율은 63.6%와 47.9%를 각각 나타내고 있으며, 35세~39세의 경우 38.7%와 28.4%를 각각 기록하였다. 즉, 30대 남성의 절반과 30대 여성의 약 35%가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혼외 커플에서 태어나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신생아의 2% 내외만이 혼외 커플에서 출생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출산율을 높이고 신생아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미혼율을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과제라 하겠다. 

 

 2000년 이후 경험하고 있는 초저출산 현상은 이미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1년 대학입시에서 상당수의 대학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 백 명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하였으며 이러한 현상은 2024년부터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머지않아 상당수의 대학은 존폐의 기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신생아수가 줄어들면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통폐합이 시작된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났으며 그 여파가 이제 대학에까지 미치게 된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5세에서 49세까지의 주요 생산활동인구는 2008년부터 이미 감소하기 시작하여 십여 년이 지났으며, 15세에서 64세의 경제활동인구 역시 2018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경제활동인구의 감소는 머지않아 노인부양부담의 증가, 경기침체, 세대 간 갈등 등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지난 몇십년 동안에 걸쳐 경험한 초저출산과 같은 인구학적 현상에 의하여 이미 결정되어 있는 미래사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연착륙 프로그램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정부는 2006년 이래 출산율 제고를 위하여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의 도입과 더불어 약 200조 원 가까운 예산을 지출한 바 있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막대한 예산을 출산관련 정책에 투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5년 동안에 합계출산율은 상승하기는커녕 오히려 1.08에서 0.84로 떨어졌으며, 신생아수는 435,031명에서 272,400명으로 162,631명이나 감소하였다. 

 

출산율을 높이고 신생아수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예산을 늘렸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것은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출산율을 높이고 신생아수를 늘리기 위한 인구정책의 현재의 성적표에 대하여 실망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출산장려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 하겠다.

 

 초저출산 사회로부터 탈출하여 인구대체수준에 가까운 출산율 수준으로 회복한 유럽 몇 나라의 사례를 보면 우리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하겠다. 인구정책 특히 출산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성과는 오랜 세월을 필요로 한다. 스웨덴이나 프랑스 같은 국가들의 출산장려정책이 결실을 맺은 데에는 출산장려를 국가의 최우선 정책으로 선정하여 수십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투자한 출산 장려 정책의 결과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아이를 낳아 양육하는 것이 부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와 국가가 함께 부담을 나누어 가져야 한다는 인식과 문화가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뿌리를 내릴 때, 한국사회의 초저출산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므로 불과 15년 동안의 출산장려 정책의 결과에 실망하기보다는 긴 안목을 가지고 꾸준하게 결혼과 출산에 우호적인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오그스트 꽁트는 일찍이 ‘인구는 운명이다’라고 하였다. 인구는 인류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므로 인구현상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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