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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목적세, 가능할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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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3월31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용하
  •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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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론인 기본소득 도입의 최대 장애물인 재원조달 문제의 대안으로 ‘기본소득목적세’를 제안하고 있다. 경기도는 최근 중앙정부의 코로나 재난지원금과는 별도로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이를 경기도민에서 전 국민에게, 10만원이 아닌 30만원을, 단 1회가 아닌 매월 코로나 종식된 이후에도 항구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를 최종 목표로 하는 단계적 확대 방안을 주장하고 있다. 

 

주민등록기준 2020년 말 우리나라 인구는 5,183만명이다. 전국민에게 매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면 매년 186조 5,88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추정 2020년의 우리나라의 경상GDP는 1,924조 4,529억원이므로, GDP 대비 9.7%에 해당하는 기본소득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기본소득 주창자의 재원조달 방안을 보면, 1차적으로 기존의 조세감면제도를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우리나라 조세감면 추정액은 53.9조원 이다. 이를 모두 폐지한다고 해도 필요한 재원의 28.9%를 조달할 수 있을 뿐이지만, 사회복지, 보건,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농림수산 등 4대 분야에 85.7%가 집중되어 있는 조세감면 제도는 대부분 폐지가 쉽지 않다. 기본소득 도입의 가장 큰 목적이 양극화 해소에 있다 하면서, 주로 취약분야에 대한 조세지원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장기적 재원조달방안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업체에 부과하는 탄소세,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카카오와 같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에 부과하는 디지털세, 노동력을 대체하는 로봇에 부과하는 로봇세, 토지에 부과하는 토지불로소득세 등 기본소득목적세를 신설하거나 기존 세목에 기본소득목적세를 추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목적세는 특정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과징되는 조세로서 일반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징수되는 일반세와 구분된다. 기본소득과 같이 단일 항목으로 GDP의 9.7%의 거대 재원을 조달하자면, 별도의 목적세로 신설하거나 다른 세목에 부가세 형태로 징수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탄소세, 디지털세, 로봇세 등은 나름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새로운 조세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서 검토하고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더딘 것은 부과되는 조세가 결국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사용자에 귀착하여 지금은 거의 무료로 사용하고 있는 이들 서비스에 이용료가 새롭게 부과되거나 이용료가 인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조세는 우리나라만 독단적으로 부과할 경우 글로벌 4차산업혁명 경쟁에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필요하다 하더라도 다른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이러한 불명확한 세원에 보편성 지속성이 요구되는 기본소득의 재원조달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방세인 재산세, 국세인 양도소득세와는 별도로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고 있고, 이미 재산관련 조세의 부담은 OECD국가 평균수준을 넘고 있어 여기에 토지불로소득세를 더 부가하기는 쉽지 않다.

 

설사 단일 세목으로 기본소득목적세가 타당하다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중장기 재정구조상 증세 여건에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가 전제되어야 한다. 2020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2%, 여기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합한 국민부담율은 27.2% 수준이다. 사회보장위원회의 2018년 제3차 사회보장중장기재정추계 결과에 따르면, 사회보장제도를 고정한다는 전제하에서도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은 2020년의 11.7%에서 2060년에는 28.2%로 높아질 전망이다.

 

 2060년에 GDP 대비 16.5%포인트가 높아지면, 국민부담률은 43.7%로 치솟게 된다. 여기에 기본소득 9.7%를 합하면, GDP 대비 53.4%를 조세와 사회보험료로 부담해야 한다. 2018년의 OECD국가의 국민부담률 평균이 34.0%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19.6%포인트 높은 국민부담률은 사실상 실현불가능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기존의 복지제도 일부를 상쇄가능하다 주장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현재 사회복지수준이 OECD국가 평균인 GDP 대비 20%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총액적으로는 상쇄할 것도 거의 없다.

 

전국민에게 1인당 매월 30만원 수준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한다는 것은 장기목표이고, 실현가능한 수준만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항변할 수 있다. 그렇지만 금년과 같이 1인당 10만원을 한번 주고 끝내는 것이나, 좀 더 확대해서 1년에 50만원을 지급하는 중간단계 목표를 ‘기본소득’이라 칭할 수는 없다. 막연한 미래에 사실상 시행 불가능한 기본소득이라는 신기루를 이용해서 희망 고문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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