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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51) 화려한 봄꽃, 영산홍과 산철쭉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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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4월09일 17시0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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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이 난을 빌어서 1년 가까이 ‘나무 사랑 꽃 이야기’를 써 왔는데 그 첫 번째가 철쭉과 진달래를 비교한 글입니다. 2020년 4월 하순이었으니 진달래는 거의 지고, 철쭉이 피어나기 시작한 무렵에 쓴 글인 것 같습니다. 올해는 봄이 일찍 진행되어 그때쯤에는 철쭉꽃도 만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두 나무는 같은 집안이면서 (진달래과 소속) 여러 가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진달래가 이른 봄, 꽃부터 먼저 피우는 데 비해 철쭉은 진달래가 잎을 내밀 무렵에 잎을 먼저 이어서 꽃을 피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번 주 내내 필자는 도시 근처 공원, 대학 캠퍼스, 주변 산책길 그리고 아파트단지 등을 거닐면서 이 두 나무의 가까운 친척들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기 시작한 것을 보아 왔습니다. 영산홍과 산철쭉입니다. 독자들이 이 글을 읽으실 때쯤이면 두 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완전히 드러내게 되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누구나 봄이 무르익었다고 느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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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서강대 교정의 영산홍 꽃봉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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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서강대 교정 양지바른 곳에 개화한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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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7일 서강대 교정 양지바른 곳에 개화한 영산홍

 

필자가 예로 든 모든 곳에 대체로 두 나무 모두가 식재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햇빛에 반짝이는 영롱한 홍색과 자색을 각각 대표 색깔로 자랑하는 두 나무 꽃들의 조화를 충분히 즐기려고 하는 조경 전문가들의 의도인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 의도가 참으로 잘 적중되는 것 같습니다. 

 

영산홍이 다른 이름으로 왜철쭉이라고 불리고 있으니, 둘 다 이름으로는 철쭉 사촌쯤 되는 셈입니다. 물론 철쭉처럼 진달래과 소속이지요. 철쭉을 닮아서 그런지 둘 다 잎을 먼저 내밀고 나서 꽃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다음에 꽃을 피워냅니다. 산에서 피는 철쭉보다 조금 일찍. 그런데 철쭉이 공원으로 내려오거나 이들이 산으로 올라간다면 비슷한 시기에 피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영산홍은 다른 이름으로 왜철쭉이라 되어 있듯이 이 나무는 일본에서 조선시대에 건너왔다고 합니다. 한자로는 映山紅(영산홍)인데 뜻 그대로라면 映山(영산)에서 태어난 홍색 꽃이란 말이겠지요.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映山白(영산백)의 일종이라 했으니 본래 흰색으로 개발했다가 홍색 꽃으로 발전시킨 것 같습니다. 필자는 그래서 영산홍의 홍색 대신에 산철쭉 색깔을 닮은 보라색 계통의 꽃을 달고 있는 녀석을 자산홍이라고 부르는 데 대해서 불만이 많았습니다. 그 논리대로하면 映山紫(영산자)라고 해야 맞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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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4일 서강대 교정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영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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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9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영산홍

 

그런데 국립수목원장을 역임한 이유미 선생에 의하면 영산홍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다른 의견이 혼재한다고 하고, 어느 것이 정설인지 결정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영산홍이라는 나무가 있어서 고려영산홍, 궁중영산홍, 조선영산홍, 자산홍, 다닥영산홍 등으로 구분지어서 전해지고 있다고 하고, 더욱이 세종 23년 (1441)에는 일본이 일본철쭉을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다고도 합니다. 옛날부터 우리나라에도 자산홍이 전해져 왔다고 하는 것이라서 최근 필자는 크게 반성했습니다. 논리만 앞세워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 선생에 의하면 영산홍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심지어 그 본산지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영산홍이란 품종에 논란이 있다고 하고,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보통 영산홍으로 알려진 품종과는 다른 철쭉을 영산홍이라 부르고 있다고 하면서, 영산홍의 뿌리를 찾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짓고 있습니다.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산철쭉을 산에서보다는 주로 공원 등지에서 보아 온 필자로서는 이 나무 이름을 이렇게 지은 데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었습니다. 얼마 지나면 산에서 철쭉꽃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지만, 필자의 경험으로는 산철쭉 꽃을 산에서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왜 이 나무에다가 산이라는 접두어를 썼는지 몰랐지요. 더욱이 이 녀석의 흰색 꽃 버전은 백철쭉이라 부르니 이름을 짓는 논리가 없는 것도 영산홍과 자산홍의 경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물론입니다. (백철쭉은 조경하는 분들이 붙인 이름이고 공식적으로는 흰산철쭉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네이버 두산백과에서 산철쭉을 소개한 내용을 보니 첫 문장이 ‘산지의 물가에서 자란다’이니 자신의 관찰에만 의존해 온 필자가 뒤통수를 맞은 셈입니다. 더 깊은 산을 찾아다니며 이 나무를 꼭 산에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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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9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화려하게 만개한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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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15일 분당 아름마을 아파트 내의 산철쭉: 자색과 분홍이 어루러져 피었다.

 

두 나무는 우리 주변의 산에서 만나는 진달래나 철쭉에 비해 가지와 잎이 대단히 빽빽이 형성되는 공통의 특징이 있습니다. 두 나무 모두 키가 1m 내외로 낮게 자라는 (영산홍의 키가 더 작은 편) 특성도 있어서 공원, 대학 캠퍼스, 아파트 단지 등의 정원 울타리 노릇을 하도록 심기에 참으로 적합한 나무들입니다. 게다가 꽃도 빽빽이 예쁘게 피워내니 정원수로는 그 가치가 무한하게 큰 셈입니다. 두 나무의 가지나 잎 아랫 부분을 만지면 다소 끈적끈적함을 느끼게 되는 것도 닮았습니다.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다 보니 이 두 나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가 궁금했을 독자들에게 더 혼란을 드린 것은 아닌지 하고 반성해 봅니다.

보통 영산홍은 빨간색, 산철쭉은 보라색이라고 보면 거의 맞습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자산홍이라는 녀석이 혼란을 일으킵니다. 자산홍은 산철쭉과 거의 같은 색깔이니까요.​ 

 

그렇다면 잎 모양에 주목해야죠. 둘 다 작고 갸름한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영산홍이 더 크기가 작습니다. (네이버 두산백과의 기준으로는 잎의 크기가 영산홍은 1-3cm, 산철쭉은 3-8cm라고 되어 있습니다. 나무마다 개성이 있으므로 그 크기에 다소 편차가 있겠지만 이 정도의 기준을 적용하면 구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이 두 나무가 같은 곳에 이웃해서 심어져 있으면 그 크기를 비교할 수 있어서 구분이 가능합니다만, 따로따로 만난다면 자신이 없게 되지요. 그렇다면 잎 끝이 약간 동그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영산홍이고 산철쭉은 다소 뾰족하다는 기준을 하나 더 가지고 있으면 구분이 가능하겠습니다.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알려진 영산홍은 묘하게 한겨울이 되어도 잎이 마르지 않고 떨어지지 않는 경향을 보이는데 양지바른 곳에서는 녹색도 계속 유지하는 반상록성을 보인다는 특징도 알아두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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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4일 서강대 교정에서 어울려 핀 산철쭉, 영산홍, 흰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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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29일 분당 율동공원에서 만개한 영산홍 위로 핀 야생 철쭉: 좋은 대비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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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27일 분당 중앙공원의 영산홍 잎들

 

두 나무 모두 철쭉을 닮아서 상당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그 독성을 잘 활용하여 한방에서는 마취제로 쓰이고, 발진, 강장, 이뇨, 건위, 구토 등에 약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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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10일 필자가 종종 들르는 용인 고기리 음식점 앞의 연분홍 산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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