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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광의 바이오 산책 <2> 당신은 술(酒)이 센가요? 약한가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5월18일 17시10분

작성자

  • 오태광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주)피코엔텍 상임고문,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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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거나 술에 아주 약한 친구, 그리고 반대로 두주불사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왜 이런 차이가 있을까? 답은 인체 기능의 차이에 있다. 술을 잘 마시고 그렇지 못한 이유는 사람 간(肝)에 있는 알콜 분해효소 유전자의 아주 미소한 차이, 즉 알콜해독 효소 유전자를 만드는 1,551개의 염기 중 단 1개가 변이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또한,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도 ‘알콜성 지방간’이 될 수 있다. 그 이유도 사람의 작은창자에 있는 미생물종의 차이에 의한 것이다. 결국 술이 강하고 약한 것은 개인의 노력과 습관이 아니고, 유전적 요소에 의한 것이다. 갑자기, 젊은 시절, 술을 잘 못 마시는 후배에게 반강제로 술을 권하던 생각에 부끄러움마저 느낀다.  

 

 알콜 해독효소 유전적 변이에 따른 음주 

 

  사람에 따라서는 ALDH의 유전적 변이가 있는 경우, 술을 마시면서 생긴 독성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무독화 시킬 수 없어서 술을 전혀 마실 수 없거나 마시더라도 빨리 해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들을 ‘ALDH 변이된 사람’이라 한다. 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ALDH (Aldehyde  dehydrogenase, ALDH) 효소 단백질은 517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에 487번째 아미노산이 정상일 때는 글루타민(Glutamine)인데 유전자 변이가 되면 라이신(Lysine)으로 바뀌게 되고, 이렇게 되면 알데하이드 분해율이 낮아지거나 아예 분해할 수 없어진다.

 

 글루타민에서 라이신으로 바뀐 것이 큰 변화인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미노산 유전정보를 코딩하는 염기암호는 글루타민이 GAA 코딩되고 라이신은 AAA로 코딩되어 단지 1개의 염기가 G(Guanine)에서 A(Adenine)로 치환(置換)된 것이고 30억 염기쌍 인간 유전체에서는 아주 극미소한 변이이지만 나타나는 생리적 활성의 차이는 굉장한 것을 알 수 있다. 

 

ALDH 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술에서 생긴 아세트알데하이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대사 생리작용으로 만들어진 각종 독성 알데하이드를 분해하지 못하게 되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어날 확률이 높다. ALDH는 부모로부터 각기 1개씩 물려받아 2개씩 쌍으로 이루어진 2중체(Dimer)를 이루고 있고, 알데하이드 분해 작용 시는 2중체 2개가 합쳐져서 4중체 (Tetramer)가 되어 작동한다. 여기서 4중체이므로 487번째 아미노산은 당연히 4개가 있고 <그림1>에는 4중체가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변이를 도시하였다. 

 

부모로부터 얻은 2중체의 487번 아미노산 4개가 모두 글루타민을 물려받으면 완벽하게 알데하이드를 산화시킬 수 있어서 속칭 술이 아주 강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부모 중 1분은 2중체에 완벽히 2개 모두 글루타민이고 다른 분의 2중체 중 1개 또는 2개가 라이신으로 변이된 경우는 ALDH 활성이 50% 이하여서 알데하이드를 분해할 수 있어서 술에 약한 사람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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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각기 2중체가 1개 또는 2개 모두 라이신 변이가 있는 사람은 알데하이드를 전혀 분해할 수 없어서 술을 마시면 독으로 작용하여 한 잔의 술을 마셔도 응급실로 실려 갈 정도로 술은 치명적이다. 현재의 지구 인구수가 78.7억 명 정도로 추정하면 이중 약 8% 이상인 6억 3,000만 명 정도가 ALDH 유전 변이형으로 이중 약간은 알데하이드를 분해할 수 있어서 술에 아주 약한 사람과 아예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아주 위험한 유전적 변이가 있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백인은 ALDH유전 변이가 거의 없는데 반하여 동아시아인은 대략 30%이상이 유전 변이형을 가진 사람이어서 백인에 비해서 술에 약하다. 특이하게도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는 특히 유전변이 형이 36~50%로 알려져서 실제로 술을 마시고 숙취 해소제를 먹거나 해장하는 풍습이 있는 이유는 ALDH의 유전자 변이된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소장(小腸)에서 알콜 분해와 장내 흡수 

 

사람의 소장에서는 수많은 미생물의 군집인 Microbiome이 존재하는데 그 숫자는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세포 수(50조 개)의 10배 이상이라 추정하고, 장내 microbiome 미생물 종류만도 10,000종 이상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자가 2.5만 개 정도인데 장내 있는 Microbiome의 유전자가 인간 유전자의 300배 이상인 790만 개 이상이 되어 인간 유전자로는 할 수 없는 효소반응도 장내 미생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알콜을 Microbiome이 가지고 있는 효소로 많은 긍정적 반응도 하지만 다량의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만들거나 음식물을 이용하여 다른 독성 알데하이드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장의 상피조직(Intestinal epithelium)위층에는 <그림 2>에서 보듯이 무코스층(Mucose layer)과 루멘층(Lumen layer)의 2층이 존재하고 음식 소화물은 루맨층 위층으로  지나가는데, 이렇게 되면 음식 소화물에 포함된 병원균이나 독소가 직접 소장 상피세포와 접촉하지 않아서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술, 알데하이드 포함 다른 독소 및 병원균이 소장 내에 들어오면 소장 상피조직을 보호하고 있는 무코스와 루맨 층(그림2 가-B)이 파괴되면서 소장 내는 비정상(Dysbiosis)적인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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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소장 상태(그림2 나)에서는 상피세포가 견고하게 밀착되어 필요한 물질만 능동적으로 혈액에 흡수하는 데 비해서, 알콜이나 독성 알데하이드로 장(腸) 상피세포가 느슨해지면 무작위 수동적으로 장내 독성물질이 혈액으로 흡수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특히, 장내에서 생성된 알콜이나 독성 알데하이드는 혈액을 통해서 해독작용을 하는 간뿐만 아니라 혈액이 지나는 모든 인체 기관에 혈액을 타고 이동하여 부작용의 원인이 된다. 

 

알콜 해독에 국한하여 보더라도 이미 식도와 위에서 흡수된 알콜이 간에서 해독 작업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다시 소장에서 흡입되는 알콜과 각종 유해물질들이 간으로 이동해서 해독하면 간은 전혀 쉬지 못하여 극도로 피로해 진다. 또한, ALDH 효소해독 작용은 조(助)효소인 NAD, NADP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고 조효소의 양이 적어지면 해독 효율이 떨어진다. 

 

심지어 조효소량의 아주 부족하게 되면 ALDH 효소가 활성을 잃게 되어 해독을 하지 못하게 되는 간이 극도로 피로한 상태가 된다.  일차적으로 간 세포가 알데하이드의 공격을 받아서 파괴되고, 알데하이드가 혈액을 타고 다양한 생체 조직으로 이동하여 독성 알데하이드의 공격을 받게 된다. 특히, 유전자 변이된 ALDH를 가진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독성 알데하이드가 유전자와 세포를 파괴 시킬 수 있어서 매우 치명적이다.

 

 실제로는 평소에 전혀 술을 마시지 않는 ALDH 유전자 변이된 사람도 종종 간에서 알콜로 인한 지방간이나 간 섬유화, 간경변증 진단을 받아서 놀라기도 하는데,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소장에 있는  Microbiome은 먹은 음식물을 발효하여 알콜 및 알데하이드를 만들어 혈액을 통해서 간에 도달하면 유전자 변이가 된 사람은 알데하이드를 무독화(無毒化)시킬 수 없기 때문에 지방간 또는 간 경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맺음말

 

‘술에는 장사가 없다’는 옛 말이 있다. 아무리 유전자 변이가 전혀 없는 술 장사(壯士)라 하더라도 간은 쉬지 않고 계속 알데하이드 해독을 할 수는 없다. ALDH 효소만 분해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NAD나 NADP와 같은 조효소가 반듯이 있어야 해독할 수 있는데, 간이 쉬지 않고 해독하여 NAD나 NADP를 아주 많이 사용하여 양이 아주 적어지면 결국 알콜 해독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술을 즐겨야 한다. 

 

특히, 두주불사(斗酒不辭)하여 자신의 간이 무독화할 수 있는 범위를 넘으면 결국은 건강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에 알콜 함량에 따른 음주잔 수(數)를 기억하여 자신에 적합한 음주 습관을 지킬 필요가 있다.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몇 년 전 만 하더라도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술을 강제로 마시고 사고를 당한 학생들을 보면서 유전자 변이 사람들에게 술은 생명을 뺏을 수 있는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술뿐만 아니라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 인간유전체 해독은 필수적으로 하여야 하고, 이를 통해서 술 해독에 관련된 ALDH 효소 유전자 변이가 있는지는 개인적으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정말 놀라운 일은 ALDH효소 변이는 인체 유전체 30억 염기 중 단지 1개의 염기가 G에서 A로 바뀌었는데, 술 해독은 물론 인체 내에 항상성 유지에 큰 변화가 있고 개인의 살아가는 생활패턴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주로 술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실제로는 간, 뇌, 심장, 신장, 췌장, 혈액 등 신체상에 일어나는 많은 비정상은 ALDH와 관련이 있다는 수많은 보고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전체 인체단백질 수(※인간유전체의 단백질 수는 약 25,000개)에 비하면 극히 작은 1개 ALDH 효소(※대략 1/25,000)중에서도 극히 일부인 1개의 염기(※ALDH  염기 수 1,551개, ※ ALDH는 517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단백질이고 1개 아미노산를 표현하는 염기수는 3개, 517x 3=1,551)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런 큰 변이를 보면서 아주 작고 사소한 인체 변이도 무한한 생명현상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데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나 이를 뛰어 넘어 잘 이용만 하면 인체의 끝없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질 수 있음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다.

 

  <오태광은 누구?>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생물효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30년 넘는 미생물 연구를 통해 국제 학술논문과 특허 등 350여 건의 연구 업적과 성과들을 이루었다. 2002년부터 2012년 9월까지 10년동안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신분으로 교육과학기술부 21세기 프론티어 미생물유전체활용기술개발사업 단장을 맡아 우리나라 미생물 연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을 재임한 뒤 지금은 서울대 특임교수 와 (주)피코엔텍 상임고문으로 여전히 바이오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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