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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한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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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6월27일 17시10분

작성자

  • 이종규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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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은 5월부터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오고 있다. 지난 5월 통화정책 결정 이후 총재가 기자설명회를 통해서 처음으로 그 가능성을 언급하였다. 이어 6월 12일 창립기념사에서는 “통화정책의 정상화” 가능성을 아예 명문화하였다. 그리고 6월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설명회에서는 총재가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 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하였다.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활동 위축과 금융부문 경색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하였던 이례적인 통화정책을 경제 상황 개선에 맞추어 적절히 조정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바꾸고자 하는 이유는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반면 금융 불균형은 한층 더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중 경제성장률이 4%를 상회하고, 내년에도 비교적 높은 3% 수준의 성장률을 이어갈 전망이다. 백신 접종 확대로 경제활동 제약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활기를 보이고 그에 맞춰 설비투자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에 비해 코로나 기간 중 부문 간 계층 간 불균형이 확대된 점은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었다. 한국은행은 창립기념사에서 “코로나 기간 중의 이례적인 저금리로 경제주체들의 위험추구 성향이 강화되면서 자산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고 ,자산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진단하였다.

 

   요컨대 한국은행은 최근에 심화되고 있는 금융불균형 현상을 억제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은행이 정책금리 인상이라는 말 대신에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말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로써 지난해의 통화정책이 이례적이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발생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채권 구입을 확대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이례적인 통화정책의 효과가 없지 않았겠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이제는 추가적인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단계에 진입하였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러한 이례적인 상황을 벗어나겠다는 의미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일종의 모토로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통화정책의 정상화”에는 정책금리 인상이 핵심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 단계에서 통화정책 정상화를 적극 지지한다.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금융불균형의 정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지난 몇 해 동안의 금융불균형 누적이 비정상적인 통화정책 운용으로 야기되었다고 한국은행 스스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 돌이켜보면 근래 우리 경제는 전반적으로 경제 활력이 저하되어 왔다. 이에 대응하여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이완적으로 운영하여 온 것은 비단 지난해만의 일이 아니었다.

 

 경제성장에 치중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여 온 반면 금융부문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금융불균형은 누적되기 시작하였고 자산 가격 상승 등의 빌미를 제공하였다. 당국의 정책적 의사결정이 경제 상황을 왜곡하거나 불확실성을 제공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점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기필코 추진하여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한편 금융불균형은 또 다른 차원에서 경제상황을 왜곡하는 요인이 된다. 금융불균형은 통상적으로 경제주체들의 과다한 부채 수준을 지칭한다. 좀 더 넓은 의미에서는 차입 증대 등을 수반한 자산가격 상승 및 거품 형성, 금융취약성의 점증 등의 현상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경제주체들의 행태 면에서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경제활동보다는 투기 등에 의한 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풍조도 지칭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등과 같이 의사결정이 한 방향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이 금융불균형의 또 다른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한마디로 금융불균형은 경제체질이 허약해진 것을 의미한다. 금융불균형의 정도를 완화하는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바람직하고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금융불균형의 누적을 억제코자 정책금리를 인상하겠다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된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의 움직임에 걱정스런 부분이 없지 않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라는 이례적인 표현을 사용하였지만 한국은행의 의도는 금리 인상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그러나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금리 인상만으로 통화정책이 정상화되지 않을 수 있다. 정책금리 인상 그 이상의 정책 대안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허전한 감이 없지 않다. 현재 한국은행은 금융불균형 누적이라는 새로운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정책 과제를 올바르게 제시하고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통화정책 정상화를 위해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책금리 인상 결정 이전에 변화된 정책 여건에 대한 점검을 새롭게 하여야 한다. 특히 한국은행이 강조하는 금융불균형이 정책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히 금융불균형이 더 이상 누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사안의 반쪽만을 보는 데 불과하다. 앞으로 상당기간 금융불균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여야 하는데 그에 따른 문제점 등을 충분히 파악하여야 한다.

 

   금융불균형이 상존하는 상태, 즉 경제체질이 약화된 상태에서 정책금리 인상의 효과가 어떠할지를 충분히 감안하여야 한다. 이 작업을 등한시하는 경우 자칫하면 통화정책이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단초를 제공하였다는 비난을 자초할 수 있다. 좁은 시각에 입각하여 의례적으로 시행된 통화정책이 실패한 사례는 너무도 많다. 1937년 미국의 대공황 중의 불황, 1989년 이후 일본의 통화정책, 201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의 통화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상태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금융불안을 촉발할 수도 있다. 동시에 민간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질서 있는” 등의 조건을 달고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구하겠다고 한 것은 이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전개 상황, 경기회복의 강도와 지속성, 그리고 금융불균형 누적 위험 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융 완화 정도의 조정 시기와 속도를 판단하겠다’는 것도 이 점을 충분히 인식한 결과이다.

 

   이 단계에서 한국은행의 입장이 소극적으로 보이고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점이 노출되고 있다. 금융불균형을 시정하고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거나 방지할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는 전향적인 입장을 보여야 하는데 현재까지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해진다면 지금과 같이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것을 계속 용인하고 있을 것인가?

 

   아래에서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단기와 장기의 두 가지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한다. 단기적으로는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통화정책 정상화의 관건은 경제가 자연스럽게 지속적으로 회복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 또 다시 통화정책으로 하여금 경기를 진작하도록 하는 요구가 드세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금융불균형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 미리 점검하고 시장과 교감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통화정책을 온전하게 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과제로 금리 인상이 경제성장을 제약할 가능성부터 점검하기로 하자. 금융불균형이 누적된 상태에서 금리인상은 여러 부작용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민간소비가 위축될 여지가 매우 크다. 가계부채가 누적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가계의 부채상환부담이 증대됨으로써 소비지출 여력이 위축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소비지출 억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재정적자 확대로 인한 증세 가능성이 큰 데다 주택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세금이 늘어날 전망이고, 사회보장분담금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더하여 추세적인 요인들도 가세하고 있다. 고령화 추세에 더하여 중장년층의 일자리 축소 및 소득과 재산의 불균형적 분포 심화 등으로 소비가 위축될 소지가 다분하다. 만일 가계의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면 그와 동시에 가계부채의 부도가 늘고 금융안정도 위협받을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금년 하반기부터 소비가 살아나고 내년까지 민간소비 등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이 이어지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아래 오른쪽 표 참조). 하지만 정책금리가 인상되고 금융기관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이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겠는가? 

 

   사실 코로나19로 민간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아래 왼쪽 그래프). 그에 따라 기저효과 등을 예상하면 민간소비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민간소비를 제약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더하여 정책금리 인상까지 가세한다면 민간소비 확대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만일 한국은행의 공업대로 정책금리를 인상한다면 금년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 확대가 주도하는 경제성장세가 이어지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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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문제점을 완화하기 위한 방책을 강구하는 것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적절한 정책 조합(policy mix)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합당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금융권의 유동성 회수 속도 조절, 정부의 민간소비 진작책 등을 병행하여 직접적으로 민간소비를 유지 확대하는 정책을 병행하는 것이다. 간접적으로는 기업의 투자활동을 활성화는 조치를 병행하여 결제활력을 진작하는 것도 경제성장세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재난지원금의 용처 등을 민간소비 진작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기를 기대한다.

  

  두 번째 과제로써 금융불균형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 하는 과제이다. 금융불균형은 정상적인 통화정책에서 고려하는 핵심 변수를 변화시킨다. 현재의 통화정책 운용 메커니즘에서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자연금리)가 통화정책 결정의 기준이 되는데 금융불균형의 누적으로 이 두 변수가 변하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면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경제체질이 약화되었다는 의미가 바로 이것이다.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중립금리도 낮아지게 된다.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낮아진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정책금리를 적정 수준 이하에서 운용하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적정 이하의 정책금리는 금융불균형 누적을 촉진하는 악순환을 형성하게 된다. 

 

   2010년대 주요국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 주요 선진국에서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서도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를 지속하고 양적 완화를 추진하였음에도 저성장이 지속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각국에서 누적된 금융불균형으로 인하여 잠재성장률이 낮아지고 중립금리가 낮아진 결과였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저금리를 유지하고 양적 완화조치를 강구하였지만 결과적으로 금융불균형은 더욱 누적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상황이 전개될 처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주요국의 2010년대 경험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을 현 단계에서 특히 유념하여야 한다.

 

   현 단계에서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추구한다면 이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미리 강구하고 제시하여야 한다. 우선 금융불균형을 반영한 잠재성장률을 추정하여야 한다. 즉 금융불균형 정도를 감안하여 잠재성장률을 추정하고 보다 현실적인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와 관련하여 시장과 교감함으로써 앞으로 경제상황을 왜곡하지 않는 통화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여야 한다.

 

   나아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통화정책 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부채의 규모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방안 (예를 들면 모기지제도 도입 확충을 통해 금융권 가계대출을 모기지 전담기관으로 이관하는 등)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사회기반시설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다각적인 대책이 시행되어야 하고 제도와 관행의 효율화 등을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부문의 활력이 활성화되도록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구사할 필요도 있다. 

 

   이상의 논의를 요약하고자 한다. 현 단계에서 통화정책은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 이상의 금융불균형이 누적되는 것을 방치하여서는 안 된다. 다만 통화정책을 정상화는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들을 세심하게 점검하기 바란다. 그리고 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통화정책 정상화의 실질적 과제라는 점을 인식하였으면 한다. 

통화당국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여건에서 통화정책 집행 방식에 대한 전반적으로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Mishkin이 통화정책 운용방식으로 제시한 “risk management approach to monetary policy”가 지금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통화당국과 다른 정책 당국과의 적절한 정책 결합과 조화를 추구하기를 권고한다. 나아가 이상적인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넘어서 경제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종합적 정책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짜기를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한국은행이 정책금리 인상 그 이상의 정책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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