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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규제, 어떻게 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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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7월0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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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근
  •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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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이 어떻게 각종 먹거리와 유·무형의 서비스로 교환될 수 있는 걸까? 만약 문명사회를 접하지 않은 원시인에게 화폐라는 것을 설명하라고 하면 쉽게 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그 당시에는 물물교환으로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시대의 변천에 따라 각 사회의 상황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공존했다. 근·현대의 화폐에 대해서만 간략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과거 교역에서는 국제적인 결제수단으로 금과 은을 주로 사용하였다. 금·은을 사용하는 상인 조합에서는 이를 운송하는 과정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어음을 발행하였고, 어음을 관리하는 기관이 최초의 은행이 되었다. 그 후 각국에서 중앙은행을 설립하였고, 금과 은을 보유하여 일정 기준에 따라 어음을 발행한 것이 근대적인 화폐의 개념이 되었다. 이러한 실물을 기준으로 한 화폐 발행제도는 훗날 미국이 냉전과 베트남 전쟁을 겪으면서 무제한으로 달러를 발행하면서 폐지되었으나 강력한 패권을 지닌 미국 정부가 그 가치를 보증했기 때문에 달러는 화폐로서 가치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제 암호화폐를 살펴보자.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이 통화량 확대정책으로 실물경제에 있어 인플레이션의 징조가 보이면서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가치는 과연 누가 보증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개인이 중앙권력으로부터 화폐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는 믿음으로 시작되었으나,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한마디에도 가치가 심하게 변동되는 것에서 암호화폐의 안정성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한번 돈의 맛을 직·간접적으로 본 사람들은 폰지사기처럼 이성이 마비되어 이러한 징후를 무시한 채 시장을 과열시켰고, 코인판은 그저 판 큰 도박장일 뿐, 정상적인 화폐시장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화폐의 근간은 안정성이다. 종이 한 장으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빵을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시민은 화폐라는 것을 신용하고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 어제는 빵을 샀던 것이 오늘은 가방을 샀다가 내일은 먼지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누구도 이를 화폐로 사용할 용기와 신뢰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안정성이 없다는 것으로 정말 암호화폐는 무가치한 것일까? 그것은 아니다. 암호화폐의 변동성을 억제해줄 수 있는 기관의 통제하에서라면 암호화폐는 새로운 형태의 대안 화폐로서 기능할 수도 있다. 오늘 날에는 현금 대신 신용카트, 모바일페이, 알리페이, 페이팔과 같은 다양한 결제 서비스로 실물 화폐의 거래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 만큼, 해당 흐름에 암호화폐가 더해진다고 해서 특별한 일도 아닌 것이다.

 

찰스 폰지, 버나드 매도프, 일론 마스크와 같은 한 개인의 욕망으로 화폐의 본질이 쉽게 흐려져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화폐는 욕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다. 인간의 욕망을 견제할 수 없는 화폐는 모래 위에 높게 지은 궁전과 같아 언제든지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다. 화폐는 신용이라는 튼튼한 기반 위에서 지어져야 비로소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다가올 메타버스 세상에서 암호화폐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메타버스로 기존 화폐 체계를 그대로 복제해 오는 것보다 암호화폐 시스템을 도입하여 보다 편리한 결제체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리 메타버스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기관은 정부나 그에 준하는 기관이어야 할 것이다. 최근 중국이나 미국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것도 언제든지 화폐가 등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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