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있는 정책플랫폼 |
국가미래연구원은 폭 넓은 주제를 깊은 통찰력으로 다룹니다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7>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③ 최악 상황과 시사점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2월08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1년12월11일 15시36분

작성자

  • 이종규
  • 대구가톨릭대학교 초빙교수

메타정보

  • 2

본문

7.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는 사회경제적 계층의 분화를 촉발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예상치 못한 충격 등으로 발생하는 위험을 채무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채무가 누적되면 경제적 위험이 다양해지고 그 위험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경우 채권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소구권(recourse right) 1) 이 널리 인정되는데 이로 인해 경제 여건의 변화 등으로 인한 부담을 전적으로 차입자가 부담하고 있다. 빚을 지고 있는 가계는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채무는 여러 유형의 격차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우선 채무 부담 가계와 그렇지 않은 가구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는 과정을 생각해보자. 부채를 부담하는 가계의 경우 부채 규모가 많아지면서 소비지출을 줄이게 된다. 이 결과 수요가 위축되면서 물가는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낮아지게 된다. 부채 부담이 없는 계층에서는 낮아진 물가 수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함으로써 후생이 증진되는 혜택을 누리게 된다. 즉 부채 부담자의 희생 위에 부채 부담이 없는 가계의 후생이 증진되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대개의 경우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분포는 일치하지 않는다. 가계부채가 많은 가구는 순금융자산의 규모가 과히 크지 않다.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순자산이 많지 않은 가구(부채가 많은 가구)는 부채의 규모가 금융자산의 80% 수준에 달한다. 반면 자산이 많은 가구는 금융부채가 금융자산의 15%에 불과하다. 그리고 전체 가구의 36%는 전혀 빚을 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하여 금융자산은 일부 계층에게 집중되어 있다. 순자산점유율 상위 10분위가 전체 순자산의 43.7%를 차지하고 있다. 

 

   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분포가 다른 것이 경제적 지위의 격차를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산보유자와 부채보유자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기회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금융자산 보유자는 자산가격 상승의 혜택을 볼 기회가 많이 주어지게 된다. 그에 비해 부채보유자들은 투자 기회를 얻는 것은 고사하고 임대료 상승 등 부담이 가중되게 된다. 결국 경제 상황의 변동 등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와 부채 보유자의 소득이나 재산에서 그 격차가 더욱 확대되게 된다.

 

   부채가 누적되면 사회 통합이 저해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소득 불평등 확대 그 자체가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하게는 개인적 차원의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이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사회통합이 저해될 여지가 많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과다 부채 보유자들은 부채 상환을 위해 보유 자산을 파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대량의 자산 매각으로 인한 자산가격 하락은 심대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와 같이 부채로 인하여 남에게 큰 피해를 주는 의사결정이 다양하게 진행될 수 있다. 부도나 파산 그 자체가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다. 부채 보유자의 행위로 인한 부정적 외부효과를 차단하기 위하여 공적자금이 투입되더라도 개인의 위험을 사회 전체에 전가하였다는 점에서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이다. 요컨대 부채 누적은 개인적 차원의 합리성과 사회적 차원의 합리성을 서로 이격시키는 요인이 된다.


8. 최악의 상황; Debt-deflation

 

   누적된 부채가 물가하락과 겹치는 상황이 되면 최악의 경제상황이 전개된다. 부채가 과도한 상태에서 하락하는 물가는 “모든 악의 근원 (the root of almost all the evils)”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Fisher 1933).

 

   * Fisher, Irving, "The Debt-Deflation Theory of Great Depressions," Econometrica, Vol. 1, No. 4, 1933.

 

   금융부문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거나 부채 누적 정도가 심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물가하락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물가하락으로 실질소득이 상승하고 구매력이 증진됨으로써 수요가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일명 Pigou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부채 수준이 상당한 상태에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물가하락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부채 금액은 정해져 있지만 이를 상환하는 데 소요되는 가용 자원의 실제 가치는 물가하락에 따라 더욱 높아지게 된다. 

 

   과도한 부채와 물가하락이 서로 악순환적으로 맞물려 경제 상황이 악화된 사례가 1929년 이후 10여년간 지속된 미국의 대공황(The great depression)이다. Fisher(1933)는 대공황 사례를 기반으로 부채를 매개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가 위축된다는 Debt-deflation 가설을 제시하였다 2)

 

   부채가 과도한 상황에서 물가가 하락하는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은 그 이후 몇몇 학자들이 추가로 제시하였다(von Peter 2005). 물가하락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부채를 상환하는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작동하는 경로를 몇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금융자산 등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통화량이 축소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지출이 감소함으로써 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하는 악순환이 형성될 수 있다. 그리고 부채 상환이 여의치 않아 늘어난 부도에 대응하여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줄일 수도 있다. 대출 축소가 또 다시 지출을 억제하여 물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2a82020999a073fd7a1a710fe0b0bf96_1638234
 

    * von Peter, Goetz, “Debt-deflation: Concepts and a Stylised Model,” BIS, Working Papers, No. 176, April 2005.

 

   한편 debt-deflation의 형태로는 약한 형태와 한 형태 등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물가 수준의 절대적 하락으로 인한 debt-deflation을 성으로 표현한다면 물가하락이 수반되지 않는 연성 형태의 debt-deflation도 있을 수 있다. 물가가 하락하지 않더라도 경기부진 등으로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되어 소득으로써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보유 자산을 매각하여 부채상환대금을 마련하는 상황에서도 debt-deflation이 발생할 수 있다. 부채가 누적될수록 소득으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부채가 많아질수록 성은 아닐지라도 연성 형태의 debt-deflation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앞으로 있을지도 모를 최악의 성 debt-deflation의 모습을 예상하면 1990년대 시작된 일본의 장기불황과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결합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장기불황은 자산가격 하락과 부채 상환, 지출 축소, 그리고 물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작동되었다. 그러나 부도 확산과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를 통한 지출 축소 과정은 수반되지 않았다. 그에 비해 2008년 미국 금융위기는 물가하락이 동반되지 않았던 반면 자산 매각과 자산가격 하락, 대출금 상환, 금융기관의 대출 축소 등을 통한 혼란이 발생하였다. 이 두 사례가 결합한 형태의 debt-deflation, 즉 앞의 그림에서 모든 악순환적 고리가 동시에 작동하는 사례가 가장 극심한 형태의 dbet-deflation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대공황의 경험으로 인하여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이 더욱 하게 형성되어 있다. 2000년대 초 경제성장이 정체되고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력한 경기진작대책을 구하였던 것은 디플레이션을 우려한 조치였다(Ahearne et al. 2002). 당시 이례적으로 물가가 안정을 보인 것은 중국의 본격적인 세계경제 참여로 제조원가가 낮아진 가운데 9.11 테러 이후 민간지출도 위축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것이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은 상당하였다. 이를 배경으로 디플레이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연준은 초저금리 정책을 추진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적극적 경기대응정책이 오히려 2008년 금융위기의 단초를 제공하고 말았다.

 

  * Ahearne, Alan, Joseph Gagnon, Jane Haltmaier, Steven Kamin, and others, “Preventing Deflation: Lessons from Japan’'s Experience in the 1990s,” FRB International Finance Discussion Papers 72,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Washington D.C., June. 2002.

 

   debt-deflation은 부채가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중에서 최악의 형태에 해당한다. 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난국을 벗어나기 힘들다. 미국의 대공황이나 일본의 장기불황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이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기필코 막아야 하고 미리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만일 어느 경제가 이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그 경제는 파국에 직면하게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책적 시사점>

 

   부채의 부작용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다양하고 심지어는 심각할 수도 있다. 부채 수준이 임계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부채의 부작용에 관해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임계점을 넘어섰는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는 있으나 적어도 부채 누적으로 우리의 금융시스템이나 경제체제의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경제주체들이 부채 누적으로 인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앞으로 전개될지도 모르는 여러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적 합리성과 사회적 합리성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특히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상환능력이 있다고 차입을 확대하는 것은 총량 면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가계 이외의 경제주체들도 가계부채 문제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가계 채무 부담자인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 등 다른 주체들을 포함하여 모든 경제주체가 슬기롭게 금융시민의식(financial citizenship) 3)을 발휘하여야 하는 단계에 진입하였다고 하겠다. 

 

   특히 중요한 것은 정책당국에서 가계부채와 관련하여 제반 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정책 역량을 확고히 구비하는 일이다. 가계부채 누적으로 초래될지 모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정책당국의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경제 안정의 최후 보루이기 때문이다.

 

------------------------------------------

 

1) 소구권은 채권자가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는 경우 담보 이외에 대해서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지칭한다. 

2) 이 가설은 실물과 금융을 별개로 보았던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특히 Keynes가 실물과 금융의 상호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반이론’보다 훨씬 앞선 시점에 이 가설이 제시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3) 이 개념은 금융 행위나 관련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각 경제주체가 경제시스템의 근간에 위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숭고한 도덕적 의무감을 발휘여야 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미국 금융위기 과정에서 일부 금융인들이 보인 행태나 근래 인기영합주의식 경제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등장 등을 배경으로 그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덕목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가계부채 대책 편에서 좀 더 자세히 논의할 예정이다.

 

<ifsPOST>

 

<연재 순서>

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 무엇이 문제인가?

2.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2> 얼마나 늘었나?

3.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3> 누증의 원인

4.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4> 부채 수준과 질(質)에 대한 평가​

5.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5>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① 단기적 관점

6.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6>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② 장기적 관점

7.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7> 부채 누적의 부작용 ③ 최악상황과 시사점

8.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8> 과거 대책의 연혁

9.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9> 종전 대책의 특징과 문제점

10.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0>현행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의 문제점

11. 위기의 ​가계부채, 해부와 해법 <11> 바람직한 대책의 모색 ​
※ 이 제목은 집필과정에서 다소 변화될 수 있습니다.
2
  • 기사입력 2021년12월08일 16시30분
  • 최종수정 2021년12월11일 15시36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