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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채무 1200조엔 넘는 일본, 재정파탄 피할 수 있나 <하> 저축-투자 불균형 시정이 답(答)이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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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2월07일 16시50분
  • 최종수정 2021년12월07일 16시28분

작성자

  • 김도형
  • 전 계명대 일본학과 교수, 현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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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포퓰리즘의 합창으로 성장전략과 재정건전성은 뒷전 

 

 아소정부의 경제부양정책 실패로 집권여당 자민당은 야당의 정권교체 공세에 적극적 조직적 대응이 어려웠고 정권재창출의 의지도 약했다. 2009. 9월 야당인 민주당에 의한 정권교체가 오히려 당연시 되었다. 동시에 일본이 처한 시대적 상황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인식도 자민당과 사뭇 달랐다. 자민당은 공공사업과 공급경제학 입장에서 사회안전망 확립보다 경제활성화를 우선함으로써 고용 없는 성장, 수요부진 속에서 오늘날 working and housing poor 로 대변되는 격차사회, 성장력 하락을 초래했다고 보았다. 

 

 사실 고이즈미 자민당 정권 이후의 구조개혁노선은 기본적으로는 고생산성부문으로의 최적자원 배분을 통한 안정성장과 성장이익의 노동자 환원을 목표로 한 것이었지만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상태에서 신자유주의식 돌파형 구조개혁은 격차확대와 국민의 장래불안을 가중시켰던 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돌입한 일본이 민주주의 유지를 위한 코스트로서 적절한 재분배를 실현해 가려면 생산성향상이 고용증대, 소득격차 시정, 소비 진작을 통해 내수주도 성장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메카니즘이 필요했다. 이것은 국제적 요구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에 소위 ‘5대 원칙(정치가 주도, 수평적 연대사회, 지방주권으로 전환 등), 5대 책략(정부부처에 정치인 배치, 총리직속 국가전략국 신설, 낙하산·철새 인사배제, 행정쇄신회의 신설 등), 5대 약속(의원 세습과 기업단체 헌금금지, 중의원 정수 80명 삭감 등 세금낭비근절, 무상 아동수당·고교수업료·고속도로요금, 농가소득보상, 중소기업 법인세율 11%까지 인하, 직업훈련수당 지급, 지구온난화 대책을 통한 신산업육성 등)’의 매니패스토로 도시서민층을 흡수하고 지방의 자민당 원로를 꺾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우선 자민당 정부가 집행 중이던 예산 동결, 삭감, 독자적인 예산지침 하에 09년 추경과 2010년 예산안을 제시하고 나아가 신성장전략을 통해 기존의 콘크리트 사회로부터 사람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러나 독자적인 2010년도 예산안은 기존의 공공사업예산은 축소, 사회보장예산 대폭 증액으로 세수결함은 결국 신규국채 등 발행으로 봉합하게 된다. 정권공약을 예산으로 구체화하는 첫 무대에서 ‘국채발행액 > 세수’ 라고 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했다. 명분상으로는 콘크리트 축소, 인간중심 예산이라는 인상만 줄 뿐 집권 4년간 총 46조엔이나 소요되는 무상시리즈 재원을 마련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사회보장관련비(29.5%), 국채비(22.4%), 지방교부세·교부금(18.9%) 등 3대 경직성지출로 인한 재정경직성이 심화되고 경기부진이 계속되어 세수 결함은 커지고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지출이 이어졌고, 신성장전략은 재원부족으로 실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무상시리즈 재원을 기존 세출 조정, 세출낭비 감축, 카스미가세키(일본의 관청가의 별명) 비자금(재정투융자, 외환 등 특별회계 잉여금과 공익법인 기금반납)으로 충분하다는 집권초기의 발상이 얼마나 허무맹랑했는지 재무성의 세출세입 예산을 직접 관장하기 시작한 정권말기에야 겨우 깨닫게 되었다. 수권정당 자격 미달이었던 셈이다.

 

 정권교체 1년도 채 남지 않은 2011년 말 국가채무 총 809조엔(미국: 14조 달러), GDP 대비 204.2%로 선진국 중 최악의 위기가 예상되었다. 일본국채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강등되었다. 2009년 이후 3년 연속 국채발행액이 세수(2011년도 국채발행액 44.3조 엔>세수 40.9 조 엔)를 초과한 상황에서 2011. 3. 11 동일본 대지진과 방사능 피해가 겹쳤다. 피해지역 복구와 부흥을 위해 세 차례 추경 14조 엔을 편성했고 간판공약인 자녀수당과 3세 미만 아동수당도 반액으로 줄이고 고속도로 무료화도 폐지하는 등 무상복지시리즈 공약은 크게 후퇴한다. 대지진 직후 리더십 위기 속에서 정권 지지율은 추락한다. 그럼에도 정권교체 임박해서 사회보장과 조세개혁 병행과 소비세율 인상에 관한 여야3당 합의를 도출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양적금융완화에 집중, 성장전략과 소비세 증세 기회 놓쳐

 

 2012년 말 정권교체에 성공한 자민당 아베내각은 아베노믹스의 3개 화살(양적금융완화, 대담한 재정정책, 투자 중심 성장전략)을 준비, 제1의 화살 양적금융완화를 통해 전대미문의 무제한 국채매입으로 금리인하와 자금살포로 엔화 약세 유도 및 엔강세 개입 절제를 시도했다. 그 결과 엔화 약세는 수출가격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출대기업 중심의 수익구조 개선, 일자리 확보에는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수출시장의 격심한 경쟁으로 달러표시 매출액은 그다지 늘지 않았기 때문에 하청기업 발주와 관련 중소기업 매출액은 오히려 크게 감소하고 이익도 줄었다. 기업수익 호전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는 부진했던 이유이다. 더욱이 일부 대기업의 수익호전으로 장기금리까지 상승, 디플레 아래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만큼 투자가 억제되고 국채상환비도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엔화 약세, 수출확대는 민간주도 자율성장궤도 진입에는 역부족이었고 후유증은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돌아왔다. 국채발행액은 아베정부에서도 40조 엔을 상회, 2014년도 기초재정수지 적자 25.4조엔, GDP대비 5.1%를 기록하게 된다. 민주당 집권 때와 유사했다. 기동적이고 전략적인 재정정책과는 거리가 멀었고 ‘기초재정수지(PB)의 대 GDP 비중을 2015년도에 2010년도(-6.6%)대비 반감, 2020년도 흑자’ 목표 공약은 실현 불가능하게 되었다.

 

 2014년 소비세율은 5%에서 8%로 인상했지만 3당 합의대로 2015년도에 10%로 인상했다면 기초재정수지 적자의 GDP비중은 3.2%(16.1조엔)로 인하할 수 있었다. 소비세 인상 시점은 2017년으로 다시 연장되었다. 물론 2017년에 소비세율 10%로 인상해도 세출억제만으로는 재정재건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소비세율 인상은 GDP성장을 제약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소비세율 인상만이 재정재건의 필수 요건이 아니었다. 성장잠재력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아베정부는 2017년 10월 총선을 강하게 의식한 나머지 소비세율 인상(8%에서 10%) 약속 시점을 2017. 10월에서 2년 더 연기하고 세수증가분(약 5조엔) 사용처를 당초 4대 경비(재정적자 삭감, 의료, 요양, 자녀양육)에 더해 고령자를 포함하는 전세대 교육으로 확대, 1조엔 배분할 것을 공약했다. 

 

 말하자면 실질2% 성장과 소비세율 10%에 의한 추가세수분 전액을 채무상환에 배분하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기초재정수지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아베정부는 새로운 흑자목표 연도는 ‘2020년대’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변경하고 ‘성장하면 국가채무/GDP 비중은 안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다’라는 입장으로 바뀐다. 당초 재정재건 목표에서 크게 후퇴하는 대신 적극재정 노선으로 복귀하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사회보장지출 삭감의 명분을 상실하고 국제적으로는 최악의 재정악화 상황을 방치, 신인도 하락이 크게 우려되기에 이르렀다. 금리인상을 억제함으로써 국채상환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본은행과의 강력한 일체감을 전제로 한 팽창적 재정정책의 결말이었다.

 

 이미 2016년 2월부터 저금리+양적금융완화정책에서 마이너스 금리+양적금융완화 정책으로 선회함으로서 제1화살과 2화살 보강에만 주력했다. 즉 일본은행이 시중은행 보유 국채를 매입하고 그 대금은 예치한 시중은행 당좌예금 잔고(200조엔 이상)가 구조적 경기침체 지속, 대기업 내부유보 증가, 중소기업과 벤처의 재무력 취약 등의 이유로 기업대출금으로 환류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당좌예금 일부에 마이너스 금리(연리 –1%)를 적용하고 상장투자신탁(ETF) 매입도 확대했다. 아베노믹스 소기의 인플레 기대를 조성하여 주가하락과 엔화강세 압력을 방지하고 투자를 진작하기 위한 배수의 진이었다. 

 

 뒤늦게 아베노믹스 제2탄에 들어갔다. 악성 디플레이션 탈피와 성장력 확충을 통해 지속적으로 재정재건에 매진하면서 초고령화 사회를 ‘1억 총 활약사회’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3개 화살’을 제시했다. 제1의 화살 ‘희망을 낳는 강인한 경제’는 전후 최대의 GDP 600조엔, 제2의 화살 ‘꿈을 엮어내는 자녀양육 지원’은 ’희망출생률 1.8,‘ 제3화살 ’안심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은 요양이직 제로 실현’이라는 과녁을 각각 겨냥하려 했다.

 

 코로나19 직전까지 아베노믹스 7년을 되돌아보면 일본경제 회복과 활성화에는 경제계 등 대기업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기업수익 호전과 일자리 창출 때문이다. 비전통적 양적금융완화로 엔화약세를 유도, 주가상승, 기업의 경상이익 증가, 도산건수 대폭 감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인력난에 부딪칠 정도로 최저 실업률(2.9%)에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중앙은행에 의한 시중은행과 연금적립금운용 법인 소유 국채 및 신탁자산 등 증권의 무제한 구입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일본의 유력 상장기업 80%의 대주주로 변신시키고 말았다. 일본은행 주식보유액은 31조엔으로 일본의 최대 민간투자가인 일본생명(약 8조엔)의 4배나 된다. 공적자금이 주식시장에서 거대한 공룡으로 변모하여 민간기업의 거버넌스를 좌지우지하며 실물경제와 거리가 먼 주가상승을 부추기는 주가유지정책(PKO)을 주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한 기관투자가로서의 안정주주는 아니다. 일본은행의 상장투자신탁 매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기업업적과는 관계없는 주가유지정책은 경영규율 훼손 초래. 소득감소, 실업률 상승 속에서 ‘주가상승 불황’을 현상 초래하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전후 세 번째로 긴 71개월(2012. 12~ 2018. 10월) 호경기로 마감되었다. 그러나 7년간 명목GDP 성장률은 불과 1.9%에 불과했다. 구조적으로 잠재성장률은 1% 전후로 낮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내각 발족 이후 주로 비정규직 중심의 여성과 고령자 취업률 증가와 자본 투입량 증가로 0.2~0.3% 정도 개선되었으나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인력부족에 직면, 2~3년 안에 잠재성장율 급락이 우려되고 있던 터이다. 노동 공급제약을 극복하려면 노동생산성 혹은 단적으로는 기술혁신 등에 의한 전요소생산성(TFP)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에 매진함으로서 재정건전성도 동시에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기시다 정부,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동(起動)’  

 

 아베정부 퇴진 이후 이를 계승한 스가정부도 단명으로 끝나고 기시다 정권이 등장했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새로운 자본주의의 기동(起動)’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기업의 법인세 감세 조치 등 분배를 우선하는 느낌이다. 당장은 코로나19 위기탈출용 금년도 추경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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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의 일반회계 세출은 35조 9895억 엔으로 과거 최고치다. 이 중 경제대책 관련 세출은 90%(31조 5627억 엔)으로 신형코로나 긴급사태로 영업시간 단축요청에 응한 음식점 등에 대한 협력자금(6조 4769억 엔), 250만 엔을 상한선으로 하는 매출격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금(2조 8032억 엔), 18세 이하 아동과 고교생에 1인당 10만 엔 지원(부모 연간수입 960만 엔 이상자는 제외) 예산 (1조 2162억 엔)과 병상확보를 위한 의료기관 지원, 백신접종 관련 국비부담(4조 4783억 엔), 보육·요양·간호사 등 의료보건 현장인력 임금인상 등(2600억 엔) 등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들 소요재원의 약 60%인 22조 580억 엔을 신규국채로 충당한다. 

 

 2021년도 세출예산은 총 142조 5992억 엔으로 작년 147조 6천억 엔에 이은 최대 규모이며 국채발행도 65조엔(2009년 리먼 쇼크 때 약 52조 엔)을 상회하며 추경의 국채발행을 포함하면 무려 87조 엔에 이른다. 이것도 기시다 정부의 경제대책 총 사업규모 78.9조엔(이 중 재정투입 55.7조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재정재건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도외시 한 적극 재정의 영역을 넘는 팽창재정이 아닐 수 없다. 거품 경제 2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코로나19와는 무관하게 기업경영이 어려운 사업자 지원은 신규 사업 진출에 오히려 장애가 되며 일과성의 현금지원도 지속적인 임금인상 등도 장래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결국 분배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한국이 이미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구미선진국은 코로나 대책으로 악화된 재정을 재건하기 위해 세출삭감과 동시에 증세를 포함한 재원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은 성장전략으로서 아동양육과 교육투자와 함께 대기업과 부유층 과세 강화 등 재원확보를 검토 중이다. 코로나로 확대된 경제격차 시정과 함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기시다 정부가 당초의 금융소득 과세 강화 방침을 철회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재 코로나 감염자수가 감소 추세임에도 오히려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이례적이다. 세계최악의 채무국 일본의 재정을 복원하려는 시도는 내년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정치권이 정치적 리스크를 무릅쓰고 추가적인 국민 부담을 설득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저축·저투자국’에서 ‘고저축·고투자국’으로 변모해야 

 

 지금과 같이 재정파탄을 둘러싸고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을만큼 여유롭지 않다. 시시비비는 국제신용평가의 몫이다. 파산하지 않는다고 마구 국채를 발행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최근 코로나19 긴급대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국채발행이 계속되고 미중경제패권 경쟁, 기후변화에 따른 디지털 탄소중립 에너지 비전 등 미래 경제안보 불안 대책의 실효성 등을 둘러싼 대내외 경제적 리스크가 급증하고 있어 국가부채 누적에 따른 불안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15년 9월 국제신용평가사 S&P가 일본국채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1단계(최고 AAA에서 최저 D까지 22단계) 인하했었고 2011년에도 AA에서 AA-로 1단계 인하한 적이 있다. 신용평가가 낮아지면 채권발행 금리도 높아지므로 국채이자 상환을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하는 차환부담이 커지므로 정부로서는 재정부담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는 일본이 과연 자신의 의사로 재정재건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에 신용도를 낮춘 것이었다.

 

 2015년에도 당시 아베노믹스가 의도대로 악성 디플레 탈피와 경제성장을 지향하는 경제정책의 효과를 당초와는 달리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S&P는 일본의 자국통화표시 장기국채 신용도를 AA-( 최상위에서 4번째)에서 A+(5번째)로 1단계 낮추었다. 다시 말하자면 일본의 총체적 경제력이 일본의 신용력을 지탱하는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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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2010년대 들면서 일본의 국채가 이따금 국제신용등급이 낮아지고 신용부도스와프(CDS) 금리가 상승했지만 이윽고 회복한 이유로서 다음 여섯 가지가 거론되곤 했다. ① 저축이 투자를 상회함으로써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② 가계의 금융자산보유액이 1,500조 엔에 이르는 국내투자가가 국채발행액의 95%(즉 내국채)를 소화하며, ③ 연간 1,500조 엔에 이르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계상하고(물론 무역수지 흑자는 감소해도 무역외 수지와 투자수지는 흑자), ④ 대외순자산 보유액이 260조 엔에 이르며, ⑤ 외화보유고(증권, 예금, SDR, 금, 국제기관 대부 등)가 1.1조 달러, ⑥ ①~⑥을 가능하게 하는 세계적 제조업 첨단기술과 특허권 보유국 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일본은 현재는 일본 금융기관이 개인예금 등을 원본으로 국채를 구입하고 있지만 앞으로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 인구감소시대를 맞이하므로 연금수령액이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와 같은 부과방식 연금제도하에서는 연금보험료를 지급하는 세대의 비중이 줄어드는 만큼 수령세대의 연금수령액 자체가 감소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연금수령세대 자신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스스로 적립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유가와 금리인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어 연금 등 실질수령액이 감액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 결과 노인의료, 요양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예저금 등 자산을 헐어야 한다. 국채구입의 원본인 예금이 줄어들면 일본의 금융기관이 지금과 같이 대량의 국채를 매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해외투자가들이 일본국채를 구입하려면 신용평가 인하의 영향을 받는 만큼 대량 국채발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일본은행의 시중은행 보유국채의 무제한 매입조작인 양적금융완화 기조에도 변화가 오기 마련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선진국 최고수준의 일본의 기술력과 고저축률이 현재와 같은 채무대국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이다. 흔히들 일본에는 부유층 고령자 비중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고령층에도 빈부 격차가 심하다. 무엇보다 장래불안이 높아지면 장래소비보다 현재소비를 선호하게 되고 장래불안에 대비하여 오히려 현재소비를 줄여 온 전통적인 일본 가계의 저축·소비 패턴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다. 

 

 일본의 고저축률이 하락하면 금융기관이 예·저금에 의거한 국채소화 능력은 제한되고 국채의존도는 급속하게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정법을 폐기하고 재정파탄을 무릅쓰고 적자국채 일본은행 인수를 강행할 수 없다. 그보다는 지금까지의 고저축·저투자국이 저저축·고투자국으로 변모하도록 저축투자 불균형을 가계, 기업, 해외, 정부부문이 함께 시정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정책목표로 내걸지 않더라도 성장추세는 내수중심 성장기조로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와 동시에 사회보장시스템도 자기부담이 증가하고 정부의 직접지원이 줄어드는 대신 공동체사회 내부의 공조(共助)의 비중이 증대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지난 잃어버린 30년간 경기부양파, 재정재건파, 구조개혁파의 갈등 속에서 경기부양파들이 언제나 득세한 경험이 이러한 미래를 개척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여전히 크다. 좌우이념과 관계없이 정치권 무분별한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있다. 이 결과 현재세대는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시키는 합법적인 일종의 아동학대를 일삼고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 최대의 결함이 아닐 수 없다. 

 

 2030세대가 아무리 정치에 관심에 있다손 치더라고 현재와 같은 중고령자 중심의 유권자구조 아래서는 정치참여의 길이 제한되기 마련이다. 스스로 수익과 부담, 순수혜의 로드맵을 가늠하고 이를 재단할 수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각도도생이 낳는 세대간 갈등은 정치와 선거제도 동시 개혁 없이는 치유될 수 없다.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현재 세대는 지금까지와 같은 자조(自助)·공조(共助)·공조(公助)의 사회보장시스템에서 자조와 공조 비중을 한층 강화하고, 대신 정부의 이전지출을 통한 공조(公助)기능은 줄여가야 한다. 즉 의료비 자기부담과 보험료 부담은 늘지만 대신 이에 대한 완충기능으로서 세대간 서비스 품앗이 즉 공동체 내부 세대간 이전시스템의 복원이 기대된다. 

 

 지금과 같은 고저축·저투자 사회의 무모한 경쟁과 낮은 수익률이 점차 고저축·고투자 사회로 변모하면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진정한 자유시장경제 사회의 도래야말로 이러한 복원기능을 원활하게 해 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 이는 동시에 일본이 저저축·고투자국인 미국 등 서구와의 무역 등 제반 갈등 해소에도 기여하는 진정한 국제국가로의 변모를 촉진해 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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