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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환시장은 안전한가? (3,끝) 한국의 대외준비자산과 방어능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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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5월29일 17시00분

작성자

  • 신세돈
  •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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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및 채권의 현물시장에서의 자산손실에다가 파생상품 시장에서의 손실까지 합해진다면 한 해 수 백 억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자산 손실은 전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외환부족 혹은 외환 위기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국내 투자가가들이 보유하고 있는 외국증권의 자산가치가 하락하더라도 대상외국증권을 보유하는 경우에 외화유동성위기를 촉발하는 것은 아니다. 평가가치의 하락이 그대로 위기로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둘째로 우리나라 현재의 외환보유액이 약 4600억 달러이고 순대외채권이 4500억 달러이니까 자산 가격 하락에 따른 국내 경제 주체의 손실을 큰 어려움 없이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 가지 측면에서 불안요소가 잠재해 있다. 

 

첫 번째는 과도한 대외증권투자 손실로 인해 국내금융기관이 부실해지거나 그럴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다. 이 경우 해당 금융기관은 물론 다른 대외투자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대외자산 조기매각 요구가 몰리는 경우 심각한 외환 및 금융귀기로 번진 가능성이 있다. 마치 2008년 미국 서브 프라임 대출기관이나 리만 브라더즈가 파산한 것이 좋은 예이다. 

 

두 번째는 대외손실로 인해 한 편으로는 외화유동성 공급이 줄어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외화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환율이 지속적으로 불안해 지는 경우 발생할 불안정성이다. 

 

세 번째로는 한국의 종합적인 대외지불능력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대규모 국내투자 회수로 이어지는 경우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미칠 수 있다. 

 

개별 금융기관의 부실우려, 원화환율 불안, 그리고 한국의 종합적인 대외 지불 능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 현재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900억 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와 46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그리고 2021년에 600억 달러에 가까운 탄탄한 외국인의 국내증권 투자가 지속되는 한 한국의 외환위기는 발생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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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를 보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먼저 경상수지 흑자를 보면 1997년 IMF 위기 직전인 1996년 경상수지적자는 245억 달러로 사상최대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경상수지는 105억 달러의 흑자였고, 2008년에도 18억 달러의 흑자였다. 

게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의 국내투자 회수가 259억 달러였지만 내국인의 외국투자 회수 또한 235억 달러였기 때문에 외자유출로 인한 외환경색의 정도는 상당 부분 흡수할 수 있었다. 

원화환율도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 가까이 원화가 강세였다. 따라서 2008년 금융위기를 보면 원화도 강세였고 경상수지도 흑자였고 외환보유액도 2000억 달러가 넘었지만 금융위기, 즉 외환유동성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없었다.  

 

그 결정적인 이유는 외환보유액의 ‘유동성’, 즉 현금화 할 수 있는 능력 부족이었다. 당시 외환보유액은 언제든 현금화 할 수 있는 단기성 예금이 아니라 대부분 국채 혹은 회사채와 같은 채무성 증권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정확한 비율은 알 수 없지만 대체로 외환보유액의 80% 혹은 90% 가까이가 부채성 증권으로 구성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초부터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회사가 부도나고 미국 채권가격이 폭락했고 미국금리가 급등한데다 국내적으로 원화환율이 상승하면서 260억 달러에 달하는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급격히 회수되기 시작했지만 외환부족 사태를 모면할 수 없었던 것은 당시 외환보유액이 ‘즉시 가동하기 어려운’ 외환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IMF 위기 때이던 1997년 말에도 발생했다. 당시 1996년 외환보유액은 324억달러였고, 1997년 11월 IMF 위기 발생 직전 외환보유액도 200억 달러가 넘었지만 그 대부분이 ‘가용할 수 없는 부실채권’이었다. 

결국 160억 달러 정도의 IMF 긴급유동성을 동원하고 또 연간 5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흑자 덕분에 신속하게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외환위기 예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의 규모가 아니라 유동성 혹은 현금가동성에 있다. 아무리 금액이 많아도 그것이 채권과 같은 유동성이 떨어지는 자산이라면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결론은 이렇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국인들은 대외 증권, 특히 대외주식에 너무 과도하게 투자를 해 왔다. 최근의 국제 고금리 사태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큰 충격을 받으면서 대외투자 개인이나 기업이나 투자금융기관은 물론 한국은행마저 큰 자산 손실을 떠 앉게 되었다. 투자 손실 규모는 최소한 수백억 달러일 것이다. 

 

이에 따라 외화유동성의 공급이 위축되고, 외환에 대한 수요는 크게 증가했다. 만약 투자금융기관이나 혹은 기업이 대외투자손실로 인해 건전성마저 위태로운 지경이 된다면 국내외투자가들이 한국을 빠져 나가면서 심각한 금융 및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비상시에는 한국은행의 지불준비자산을 동원한다고 하지만 한국은행이 외환위기 수습에 나섰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외환시장 불안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다. 

 

당국은 당장 대외투자에 대한 개인과 기업과 투자금융기관의 대외투자 손실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라 예상되는 사태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

 개인과 기업과 투자기관의 대외투자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외환유동성도 충분히 강화시켜 두어야 한다. 

외환보유액 규모도 배가시켜야 하지만 특히 즉시 현금 가용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예금의 비중을 크게 높여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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