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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직한 환율 정책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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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강태수
  • KAIST 경영대학 초빙교수, 前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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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까지 1280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단번에 1300원을 돌파했다. 1997년,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 자본유출을 부추긴다. 한·미 간 기준금리도 역전이 임박했다. 외환시장에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다. 외환위기 재발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 자본시장은 개방한 채 통화정책을 독자적으로 집행하고 싶다면 환율이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놔둬야 한다. 예컨대 한국은행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해외보다 더 높이면 단기자본이 유입된다. 유입된 자본은 원화 가치를 높인다. 자본유입이 늘면 환율을 특정 타깃에 고정하는 게 불가능한 거다. 

 

□ 거시경제학의 ‘삼각 딜레마(trilemma)’ 명제다. 「통화정책 자율성+자본시장 개방+고정 환율」 등 세 가지는 동시 달성할 수 없고 두 개만 고를 수 있다는 이론이다. 

 

□ 「통화정책 독립성+환율 안정성」 패키지를 택하려면 전제조건은 자본시장 통제다. 중국형 트릴레마다. 자본유출입을 통제하는 중국은 교역 강국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미가입 상태다. 

 

□ 「자본시장 개방+환율 안정성」 정책조합은 통화정책 독립성을 포기해야 가능하다. 유로지역 국가의 트릴레마다. 유로지역 19개 국가는 통화정책 결정권을 유럽중앙은행(ECB)에 넘겼다. 

 

□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을 전면 개방하고 변동환율제도를 도입했다. 자유로운 자본유출입은 허용한 채 독립적 통화정책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한국이 선택한 트릴레마다. 

 

□ 하지만 현실은 이론처럼 굴러가지 않는다. 환율 상승으로 자본이 이탈하면 초조해진다. 외환당국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마음’이 놓인다. 외환위기 때 각인된 스티그마(낙인효과) 때문이다. 환율안정용 외환시장개입 유혹이 커지는 이유다. 

 

□ 정작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이 환율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오히려 자본유출과 외환보유액 소진을 다그친 결과로 이어졌다. 

 

□ 1997년 10월 20일 이후 한 달 동안 외환당국은 매일 5억~10억 달러 규모로 외화매도 개입을 강행했다. 그래도 환율은 폭등했다. 원/달러 환율은 1997년 9월 910원에서 12월 1499원으로 세 달 만에 64% 급상승했다. 결과는 1997년 11월 21일 IMF 구제금융 신청이다.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만 소진한 채 환율상승은 막지 못한 거다. 이런 뼈아픈 실패가 1998년 자유동환율제도 전격 도입 계기다.

 

□ 실패는 반복됐다. 2008년 글로벌 위기 대응방식이 1997년과 비슷했던 것이다.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외환당국은 600억 달러를 매도했다. 4개월 만에 외환보유액 25%를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40% 급등하고 GDP 대비 20% 규모의 순자본이 유출됐다. 

 

□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역(逆)환율 전쟁’에 나서고 있다. 새로운 유형의 통화정책 대응이다. 종전 ‘환율전쟁’은 자국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춰 수출경쟁력을 지키는 것이었다. 반대 양상이 지금의 역환율 전쟁이다. 미 달러화 강세로 수입물가 상승과 자본유출 압력이 커졌다. 각국은 경쟁적 금리 인상으로 통화가치 유지에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 안타깝지만 자본유출을 막는데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결국 환율의 가격조정기능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필요한 만큼 환율이 충분히 올라야 외국인 자본유출 인센티브가 수그러드는 거다. 

 

□ 외환시장 참가자가 공감하는 적정 환율이 1300원인데 당국의 환율 타깃이 1280원인 경우를 가정해 보자. 정부는 1280원을 지키려 시장에 개입해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된다. 외환보유액을 쏟아 부어 1280원을 사수하는 거다. 이 틈에 외국인은 더 이상 손해 보기 전 자본을 빼 나갈 수 있다. 시장 개입의 수혜자가 외국인인 거다. 

 

□ 정부 개입이 없다면 결과는 어떨까. 환율이 즉각 1300으로 상승하면 외국인 행태는 사뭇 달라진다. 환율이 1300원이면 보유자산을 팔고 떠날 때 안게 될 환차손 부담이 너무 크다. 1280원 수준에서 자금을 빼고 싶었는데 환율 급등으로 기회를 찾지 못했다. 변동환율 메커니즘 작동이 외국인의 자본유출 인센티브를 누그러뜨린 거다. 

 

□ 개방된 자본시장을 운용하는 경제라면 자유로운 환율 변동이 필수다. 자유변동율제도의 핵심 작동논리다. 환율안정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으면 외환위기를 부른다. 25년 전 금융위기 교훈으로 자유변동환율제도를 택한 이유 아닌가. 

 

□ 환율 변동 위험 관리는 시장 플레이어 각자의 몫이다. 환율 마지노선 운운하며 정부 시장 개입을 유도·압박하는 행태는 자유변동환율 체제를 거부하는 거다. 1997년 이전으로 돌아가자는 퇴행적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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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7월0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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