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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동의 문화시평 <35> 미술품이나 유물의 뮤지엄 기증 문제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24일 17시00분

작성자

  • 김찬동
  • 전시기획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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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국보인 김정희의 <세한도>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던 수장가 손창 선생이 지난 6월 11일 향년 95세로 별세했다. 기증 시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처럼 자기 죽음도 알리지 말라는 유언과 함께 떠났다. 엄청난 가치를 가진 국보를 아무 조건 없이 국가에 기증하고 떠난 그의 숭고한 정신에 새삼 머리를 숙이게 한다. 그는 세한도는 물론, 2018년 ‘용비어천가’ 초간본과 추사의 ‘불이선란도’를 비롯한 문화유산 304점을 기증한 바 있다. 또 고인은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연구 기금 1억 원을 기부했고, 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약 200만 평을 산림청에, 2017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억 원 상당의 건물과 기금 1억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세한도>는 조선 후기의 학자이며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그를 찾아온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준 그림이다. 어려운 유배 생활을 겪는 그가 제자의 변함없는 애정의 고마움을 담은 그림뿐만 아니라 그와 교류하던 북경의 청나라 학자들이 남긴 숱한 감상평이 포함되어 있어 당대 한류 스타였던 추사의 학문적 위상과 당시 양국의 정신문화를 함께 맛볼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세한도>는 초기엔 휘문의숙의 설립자인 민영휘와 그 아들 민규식의 소유였다가 1926년 경성제대 교수로 부임한 후지 후지쓰카 지카시(藤塚隣)가 추사의 학문과 예술을 흠모해 많은 자료와 함께 ‘세한도’를 사들여 일본으로 가져갔었다. 하지만 국내 서예가이며 후일 정치가로 활동했던 손재형 씨가 세한도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되찾기 위해 일본의 후지쓰카 교수를 여러 차례 방문하고 설득한 끝에 무상으로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과정에 관한 기록은 과천 추사기념관에 상세히 보관되어 있다. 작품은 손재형 씨가 보관해 오다가 정치를 위한 자금이 필요해 기증자에게 팔게 된 것이다. 이 과정을 상기하면 후지쓰카 지카시의 추사에 대한 존경과 사랑, 그리고 손재형의 열정이 없었다면 이 보물은 여전히 일본의 소유로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로 돌아온 작품 역시 기증자의 사유재산으로 골방에 보관되었다면 국민이 함께 그것을 감상하며 가치를 공유할 기회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에겐 어수선한 대와 일제 식민 시절,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무수하게 많은 유산이 해외로 흩어지거나 없어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는 국외 소재 문화재를 파악하고 이를 돌려받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열심을 내고 있다. 하지만 민간에 흩어져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들의 관리도 매우 중요한 실정이어서 이것들이 국공립 뮤지엄의 소장품이 되어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가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최 이건희 컬렉션의 기증에서 보듯, 개인이 수집한 중요한 작품과 유물들이 국가에 기증되어 공공의 자산으로 전환되는 일은 미래의 문화유산 효율적 관리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로 드러났다.

 

  해외의 경우, 많은 뮤지엄의 소장품들은 대개는 개인 소유자의 기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예산을 투입해 새로운 작품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공공미술관의 열악한 재원으로 고가의 작품이나 유물을 구매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해외 뮤지엄의 경우, 기증한 작품이나 유산들의 비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컬렉션의 약 절반은 기부를 통해 획득되었다. 여기에는 개인 수집가와 자선가들의 주목할 만한 공헌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박물관 소장품을 풍요롭게 했다. 예를 들어, 유명한 미술품 수집가이며 자선가였던 해브마이어(Louisine Waldron Havemeyer)는 4,500점이 넘는 미술품을 기증하였다. 또한 출판인, 방송인, 외교관 및 자선사업가인 월터 아넨버그(Walter Annenberg)가 1991년에 기증한 인상파 및 후기 인상파 걸작 53점은 당시 가치가 10억 달러에 달하며 박물관 역사상 가장 중요한 단일 기증 작품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미술관에 미술품을 기증한 유명한 인물 중 하나는 월리스 컬렉션(The Wallace Collection)으로 유명한 리차드 월리스 경이다. 이 컬렉션에는 할스(Frans Hals)나 푸생( Nicolas Poussin) 프라고나르 등 다양한 유럽 예술가들의 걸작이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저명한 인물은 코토드(Courtauld) 갤러리에 많은 중요한 작품을 기증한 산업가이자 미술 수집가인 사무엘 코토드(Samuel Courtauld)가 있다. 그의 공헌에는 에드워드 마네의 명작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 (A Bar at the Folies-Bergere)>과 같은 상징적인 작품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이나 영국 등 개인이 뮤지엄에 작품 기증이 활발한 이유는 이들의 사회공헌의 가치를 숭상하는 문화적 전통도 있지만, 기증 시 그들에게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실질적인 요인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증 시 개인의 소득에 따라 차등 적용을 받지만, 기부자의 총소득의 30% 내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높은 양도소득세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경우 고가의 작품을 기증할 때 즉, $5,000 이상의 가치가 있는 미술품 기증의 경우 적격한 감정이 필요하며, $20,000 이상의 가치가 있는 기부금은 국세청(IRS) 미술 자문단의 검토를 거쳐 공정한 시장 가치를 결정하게 된다. 영국의 경우, 우리의 물납제도와 유사한 제도인 AiL(대체 승인) 제도를 통해 납세자는 개인 소장품을 공공 소유로 이전하여 상속세 등을 공제받을 수 있다. 세금 공제는 예술 작품을 공개 시장에 판매하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것과 비교할 때, 예술 작품 가치의 약 17% 정도를 더 공제받을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 선물 제도(CGS)인데, 기증자가 평생 예술 작품을 기증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기부자는 기부금 시장 가치의 30%에 해당하는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 계획은 기증자에게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문화적으로 중요한 유물의 기증을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도 최 물납제도나 기증 시의 세제 혜택을 통해 과거보다는 개인소장의 미술품이나 유산의 공공 기증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전히 세제 혜택이 크지 않고, 체계가 복잡함은 물론, 공신력 있는 작품가격 평가 전담 기구 부재 등 선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은 실정이다. 또한 뛰어난 미술품이나 유물이 공공재로 공유되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아직은 미흡하므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적 모색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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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24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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