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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수정치, 한국 의료와 함께 붕괴하나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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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8일 17시16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8일 22시20분

작성자

  • 이상돈
  •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20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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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알았던 ‘보수정치’가 무너져 가고 있다. 금년 미국 대선에선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에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는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2기를 앞두고  있다. 영국에선 보수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시장친화적 정책을 내건 노동당이 압승을 거두었다. 이탈리아와 북유럽 국가는 기존의 우파 정당과 극우 성향 정당의 연립정권이 들어섰다. 소수 인종과 이민자에 대한 반감이 미국에선 트럼프를 불러왔고, 북유럽에선 극우 정치의 대두를 초래했다. 

보수정치의 전성기였던 1980년대를 이끌었던 로널드 레이건, 마가릿 대처, 그리고 조지 H. W. 부시 같은 리더는 더 이상 찾아 볼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들은 혼돈의 1960~70년대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를 새로운 아침으로 이끌었다. 이들이 상징하는 보수정치는 품격과 정제된 언어, 그리고 건전한 철학을 대변했다. 이들이 무대를 떠난 후에도 이들이 남긴 레거시는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제 그들이 남긴 레거시는 퇴색한 흑백사진처럼 돼버렸다. 

우리는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과정에서 민주화를 이룩했으나 국토균형발전, 상향식 대중민주주의, 고세금(高稅金)과 고지출(高支出) 방향으로 국가정책이 서서히 기울어져 갔다. 이어서 들어선 이명박, 박혜 정부는 왼쪽으로 기울어진 시계추를 바로 잡아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두 정부는 실패했고, 두 대통령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정책, 세금 정책, 탈원전 등 독선으로 일관하더니 결국 2022년 대선에선 국민의힘 후보인 윤석열이 당선됐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의 시대적 역할을 인식해서 국정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준비되지 않은 도어 스테핑으로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전락시켰고, 매사에 거칠고 서투른 행보로 국정 지지도는 30% 초반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통령 부인을 둘러싼 끝없는 잡음과 소문으로 국정추진 동력을 잃어 버렸다.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과반수 의석은커녕 선진화법 마지노 라인인 120석에도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는데 그쳤다. 그나마 선거 운동기간 중 부산에서 민주당이 실책을 범해서 탄핵 저지선인 100석을 지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식물정부와 식물정당으로 전락한 형상이다. 

2024년 총선에선 상상을 초월하는 일이 야권에서 일어났다. 여러 가지 사안으로 기소돼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가 공천권을 휘둘러서 민주당을 사당으로 만들어 버렸다. 2심에서 실형이 확정되어 있는 조국 전 교수는 창당을 해서 비례의석으로만 제3당 지위를 획득했다. 그리고 민주당의 일방적 입법과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극한대립의 길을 가고 있다. 국회 다수당과 대통령이 극한 대립을 가는 정국에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외국을 방문하면서 참모들이 써준 원고를 읽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뿐이다. 이처럼 지금 우리는 대통령제 정부가 초래할 수 있는 가장 나쁜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식물 대통령이 과감하게 저지른 일이 하나가 있다. 의대 정원을 3000명에서 4500명으로 한꺼번에 50%나 증가시킨 조치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말은 미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다. 실제로 부족한 측면도 있으나 의료 비용이 높아서 그런 불만이 나오는 측면도 있다. 우리는 국민건강보험 덕분에 가난해서 의료 사각지대에 빠지는 경우는 없다. 필수의료 분야에서 일하는 큰 병원의 의사들은 경제성장과 소득상승에 부응하는 수입은 얻지 못하고 업무는 과다한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해있다. 반면에 성형 등 비급여 의료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블랙홀처럼 의료 인력을 빨아들였다.  

이런 문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입학정원은 내년부터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리겠다고 약속하고 이것을 밀고 나갔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의료 시스템 위기는 이제 회복불능한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의대 정원을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별안간 늘리겠다는 발상을 미국의 경우로 환산한다면 22,000명인 의대 입학생을 별안간 33,000명으로 늘리는 것이고, 일본의 경우로 환산한다면 9,000명인 의대 입학생을 13,500명으로 별안간 늘리자는 것과 같다. 만일에 미국의 대통령이나 일본 총리가 이런 주장을 하면 정신 나간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런 황당한 발상에 대해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의대 교수들이 반발해서 한국 의료와 의학교육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 빠져버렸다. 의대생은 전원 유급이 불가피하고 내년에는 의대생 증원은커녕 의대생을 아예 선발하기가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관계 장관의 문책이 아니라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질 것이다. 이 모든 일은 대통령의 독단과 오만, 그리고 무지(無知)에서 초래됐기 때문에 대통령과 정권은 무슨 할 말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윤석열 정권의 최대 위기는 명품 핸드백도 아니고 대통령 부인이 보낸 메시지도 아니다. 그것은 대통령 본인이 스스로 초래한 의료 위기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한답시고 어린 아이들이 골목에서 돌맹이 던지면서 싸우고 있는 꼴을 연출하고 있다. 도무지 이런 대통령, 이런 정치인들이 우리나라 보수정치와 보수 정당을 이끈다고 하니,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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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18일 17시16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8일 22시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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