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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 교류와 협력의 발전적 진화에 주력할 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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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1월13일 17시48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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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판결 이후 한일관계의 냉각, 재계도 신규투자 신중모드로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관계의 냉각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일본정부의 고노 타로 외무장관은 이번 판결이 ‘한일 우호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부터 뒤집어 엎는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하는 등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발언을 계속하면서 양국의 경제 및 문화 교류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한일 관계는 그 동안 우여곡절이 있어왔으며, 아베 정권 수립 이후에는 일본 내에서의 혐한(嫌韓)운동이 인터넷 가상공간을 포함해서 확산되기도 했다. 그러한 와중에 일본 경제계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한일경제 관계의 증진과 제3국에서의 공동 인프라 프로젝트 협력 등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일본기업도 이번 판결로 인해 한국 내 자산을 압류 당할 수 있다는 비즈니스 리스크에 직면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신규 투자에 보다 신중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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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 국제수지 기준임.. 

자료 : 일본 재무성, 일본은행, JETRO 국제수지 기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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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 국제수지 기준임. 한국의 직접투자 비중은 일본의 전체세계 투자 중의 비중임. 

자료 : 일본 재무성, 일본은행, JETRO 국제수지 기준임. 

 

작년 대일수출 268억 달러로 5년 전에 비해 30%나 감소, 對韓 직접투자도 줄어

 

사실, 아베 정권이 지난 2012년 12월에 등장한 이후 한일 무역이나 투자는 축소되는 추세를 보여 왔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대일수출은 2012년의 388억 달러를 정점으로 2016년까지 244억 달러로 감소했으며, 2017년에는 268억 달러로 다소 회복했으나 이는 2012년 대비로 30%나 감소한 규모이다. 또한 일본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투자의 경우도 2012년의 40억 달러에서 2017년 17억 달러로 57.5%나 감소했다. 

 

물론, 이러한 한일경제 관계의 급속한 위축은 아베 정권 등장 이후의 극심한 엔저 가속화 등의 영향이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베 정권 이후 한일 양국의 관계 악화와 일본 내의 혐한(嫌韓) 분위기 심화가 경제 분야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의 담당자들도 일본 내의 전반적인 혐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는 양국간 마찰이 부담으로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기존 비즈니스에는 당장 영향이 없다 하더라도 한국과의 신규비즈니스 안건을 기안하는 데에 대한 부담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일본기업이 한국 연예인을 홍보에 활용하려고 하자 혐한 우파 인사가 그 회사를 찾아가서 협박하는 사례가 화제가 된 바 있으며, 이는 다른 일본기업의 심리에도 미묘한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러한 추이를 고려할 경우 2018년 들어서 보이기 시작한 한일 무역 및 투자의 완만한 회복세가 한일관계의 악화로 다시 위축될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기업의 잠재력과 日中 관계증진 추세에 주목해 볼만 

 

우리나라에게 있어서 일본은 중국, 미국, 베트남에 이어 제4위의 수출대상국이며, 우리 입장에서도 일본의 비중이 하락해 온 것은 사실이다. 일본경제는 20년 이상 계속된 장기불황을 겪고 이제야 회복되었으나 일본의 실질경제성장률은 여전히 1% 내외 수준이며, 우리나라의 2%대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을 가볍게 보는 경향이 심화되고 일본도 이러한 우리나라의 변화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우리 기업인들도 이제 일본 대기업으로부터 배울 것은 없다고까지 말할 정도이다. 

 

그러나 일본의 잠재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도요타자동차가 승승장구하면서 한일 자동차 산업의 재역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쟁력의 변화도 발생하고 있다. 장기불황을 극복한 일본 기업이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여 성장이 정체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향방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경제 및 일본기업의 잠재력은 일본 이외의 아시아를 포함한 글로벌 체제 차원에서 평가하는 시각도 중요하다. 사실, 일본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방대한 규모로 확장되어 왔으며, 그 구매력은 일본의 수입 규모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16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일본의 전체 수입규모는 71.5조엔이었으나 일본기업 해외거점의 연간 조달 금액은 181.6조엔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 동남아, 미국 등에 대한 수출 중에는 현지 일본기업의 영향에 의한 것도 포함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최근 한일 기업간에서는 제3국 인프라 수출 협력 등이 중요한 협력 프로젝트가 되어 있다. 

 

일본의 아시아 역내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소외될 경우 한국산업 영향

 

또한 미·중간의 통상마찰과 함께 기술패권, 정치군사 분야 등에서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일본이 반사이익을 확보할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세계 최대의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미국계 자동차의 판매 위축과 함께 일본계 자동차회사들의 판매가 확대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 기계, 첨단소재,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는 중국의 추격 속도가 미중 마찰로 둔화될 수 있으며, 일본의 입지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도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수출 확대에 기여할 것이다.

 

미·중 마찰로 어려운 입장이 된 중국으로서는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에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일·중 기술협력과 함께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을 포함한 제3국에서의 인프라 개발협력 등에 합의했다. 이미 일중 협력 강화로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자동차(EV)의 충전규격에서 중국은 일본의 CHAdeMO 규격을 약한 변형한 규격을 보급시킴으로써 일본 규격이 유럽 규격을 능가하는 확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미·중 마찰의 심화로 일중 관계가 강화되면서 각종 산업규격이나 차세대 연구개발에서 양국이 협력하는 한편, ASEAN, 인도로 확장되고 있는 일본의 아시아 역내 비즈니스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소외될 경우 우리 산업에 대한 위협이 확대될 것이다. 

 

경제, 문화 분야 협력 등 다각적인 협력축을 자체적으로 발전시킬 때

 

한·일간에는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으며, 이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국제사회의 규칙에 맞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양국 국민이 한일관계 및 정부간 협상을 투명하게 파악해 여론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다. 양국이 현안 문제에 관해서 심도 있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상호이해를 높이고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인터넷 가상공간에서의 특정 국가 및 민족에 대한 증오사이트, 페이크 뉴스 문제 등은 한일 양국간 협력으로 해결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공공, 민간 참여 기금 등을 통해 양국의 화해와 협력을 촉진하고 아울러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증진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양국의 각종 현안 문제와 별도로 경제, 문화 등의 각종 협력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은 잠재력을 가진 제조 강국이며, 아시아 및 세계경제에 미칠 영향도 크기 때문에 중요한 역사적 문제의 해결과 함께 한일경제 관계가 증진될 수 있는 다축적(多軸的)인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연설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지금 시점에서도 대단히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불행했던 것은 약 400년 전에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7년간과 금세기 초의 일제 35년간이었다. 이와 같이 50년도 안 되는 불행한 역사 때문에 양국의 1,500년에 달하는 교류와 협력의 역사 전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하는 것은 실로 미련한 일이다. 또한 이는 오랜 교류의 역사를 구축해 왔던 양국의 조상, 그리고 장래의 자손들에게 대해 부끄럽고 비난 받아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1965년의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간의 교류와 협력은 비약적으로 확대했다. 지금은 서로 필요 불가결한 파트너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은 일본 국회에서 큰 갈채를 받았다. 

 

한일 양국 국민은 현재 김대중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 조상과 미래세대에 대해 부끄러운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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