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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치는 금통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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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01일 11시10분
  • 최종수정 2018년12월02일 16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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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 잘했지만 좀더 일찍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
경기둔화 우려는 확장재정과 구조개혁으로 커버해야

 

어제 (11월30일)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올렸습니다. 연 1.5%에서 1.75%로 말입니다. 조만간 시중 금융기관들의 여신, 수신 같은 돈 값도 덩달아 오를 겁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리인상, 잘한 결정입니다. 사실 금리를 동결했거나 내렸더라면 크게 비판할 생각이었습니다.
왜냐고요? 무엇보다 금리는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대체로 결정되는 경제정책수단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요인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단적인 예로 금리를 내리는 건 쉽습니다. 대부분 행복해 하기 때문입니다. 돈을 빌리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싶어 하는 여당 정치인과 경제부처 등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금리를 올리는 건 무척 어렵습니다. 제동이 많이 걸립니다. 돈을 빌린 사람, 경기에 민감한 정부 여당이 단적인 예입니다.


예전 경제부처 출입기자로 활동할 때 얘기입니다. 2002년 11월에도 금리를 올리느냐, 동결하느냐를 놓고 한창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때 한국은행 총재가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금리 인상 외에는 과잉 유동성을 흡수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도 그 방법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당시 총재는 사석에서 이런 얘기도 했습니다. 재정경제부가 세게 반대한다고 말입니다. 그해 12월 대통령 선거도 있었습니다. 경기가 좋아야 여당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터에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려 찬물을 끼얹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당시 재경부 장관은 한국은행의 유동성 과잉 주장을 믿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금리인상을 공공연하게 반대한 셈이지요.


물론 한은 총재도 비판을 많이 받긴 했습니다. 금리 인상 좌절의 억울한 사연을 여기저기 하소연하고 다녔기 때문입니다. 한은 총재쯤 됐으면 올려야 하겠으면 소신대로 올리고, 올리지 못하겠으면 가만있어야 옳은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한은 총재는 청승을 떨고 있으니 짜증이 난다는 식이었습니다. 심지어 그 총재의 성(姓)을 끌어 ‘박승자박’을 아느냐는 국회의원의 야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총재의 우려가 맞았습니다. 이때 금리를 올렸으면 이듬해 신용카드 대란의 충격은 완화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번에도 그랬을 겁니다. 대통령은 “성과를 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었던 지라 금리를 올리긴 쉽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경기의 하강 국면에서 경기의 불씨를 더욱 꺼뜨리는 금리 인상 결정을 하긴 더욱 힘들었을 겁니다. 사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경기 걱정을 많이 합니다. 한국은행이나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경제전망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금융지주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보고 신년 경영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어느 4대그룹은 내년 성장률을 2%대 초반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은보다도 훨씬 낮게 성장할 걸로 보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송년 모임에 가면 다들 “파국이 눈앞에 있다”고들 합니다. “망하는 길로 가고 있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바로 잡으려 하지 않으려 한다”고들 합니다. 시정의 일반인 얘기라면 좋겠습니다. 고위 공직자들도 똑같이 얘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경제가 한은의 얘기처럼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더 가능성 큰 얘기겠지요. 하지만 곳곳에 지뢰가 깔려 있습니다. 미중 무역마찰과 그로 인한 한국의 수출 둔화, 대북 관계로 인한 미국의 경제제재 등이 그것입니다. 오죽하면 스태그플레이션, 퍼펙트 스톰 같은 말들이 무성하겠습니까?
금리 인상이 여기에 더해지면 경기 둔화가 좀더 심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단적인 예가 중소 자영업자들의 경영 압박이 그것입니다. 가뜩이나 비즈니스가 잘 안돼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옥이나 공장을 매물로 내놓는 기업이 많은 터에 말입니다. 1430조원에 달하는 가계대출(3분기말 기준)이 폭발할 염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게 금리로 해결될 성질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가령 2.7~2.8%의 잠재성장률이 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인구와 생산성 등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지 금리로 풀 성질이 아닙니다. 또 미중 무역마찰 등으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된다면 금리보다는 재정정책이 더 낫습니다. 경기회복에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크다는 건 오랜 경험과 이론이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총력을 기울여야할 상황이라면 이번에 올린 금리를 다시 내리면 됩니다.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정책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거시경제정책을 대체로 ‘확장적 재정정책 + 긴축적 통화정책’의 조합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계부채가 너무 많습니다. 규모도 문제지만 그 원리금을 갚을 소득의 증가율보다 높다는 게 더큰 문제입니다. 3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7% 가까이 늘었는데 가계의 명목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4.5%에 불과합니다. 가계 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0%에 달한다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원리금을 못 갚을 가계가 그만큼 많아질 겁니다. 이게 금리를 올리지 말자는 논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상태를 언제까지나 끌고 갈 수는 없습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지금 금리를 올려 더큰 폭탄을 막아야 한다는 근거로 삼는 게 옳지 않겠습니까?


자, 이제 결론입니다. 금리는 올리되 재정은 푸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가계부채는 줄이되 그 과정에서 양산되는 경제적 약자의 파산을 막기 위해 재정이 나서야 합니다. 물론 어디 답이 재정뿐이겠습니까? 규제개혁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생산성을 높여가야 합니다. 만일 경기둔화 때문에 금리인하를 반대한다면 바로 그 이유 때문에라도 확장적 재정과 복지 지출의 증가를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왜 진작 금리를 올리지 않았을까라는 점입니다. 하필이면 경기둔화가 가시화되는 지금에 와서야 올릴까? 지난 해 11월에 이어 1분기 중에라도 올렸으면 부동산으로 인한 가계부채의 부담은 줄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때는 지금보다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적어 지금과 같은 논쟁은 겪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그런데도 왜 그때는 금리인상 결정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러니 늘 ‘뒷북치는 금통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듣는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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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8년12월02일 16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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