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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슈퍼 예산안의 특징과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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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8년12월18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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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규모 469조 5,752억 원의 2019년 예산안이 법정통과시한을 6일나 넘기고 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2019년 예산안의 가장 큰 특징은 규모로 2018년도 예산안 기준 총지출이 428조 8,339억 원이었으니 전년보다 9.5% 늘어났다. 

 

증가율로만 본다면 10.7%였던 2009년 이후로 최고다. 익히 알고 있듯이 2009년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시기이다. 확정 예산을 분야별로 보면 12개 세부 분야 가운데 보건·복지·고용, 교육, 일반·지방행정, 외교·통일 등 4개 분야 예산은 정부안보다 줄었고 사회간접자본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 환경, 연구·개발(R&D), 산업·중소·에너지, 농림·수산·식품, 공공질서·안전 등 7개 분야 예산은 정부안보다 늘었다. 국방 분야만 수정 없이 정부안을 유지했다(<표>참조). 

 

아동수당 확대, 기초연금 인상 등으로 복지예산 대폭 증가

 

 예산은 정부의 정책 실현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따라서 예산을 분석해보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2019년 예산안을 보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매년 예산안이 그렇듯이 2019년 예산안도 몇 가지 특징적인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고용을 뺀 2019년 복지예산(보건 및 복지)은 72조 5,150억 원으로 정부안보다 1,391억 원 증액되었을 뿐만 아니라 2018년 본예산 63조 1,554억보다 14.7% 증가했다. 

복지예산이 이렇게 크게 증가한 핵심적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아동수당의 확대로 2019년 1월부터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10만원이 지급될 뿐만 아니라 2019년 9월부터는 만 7세 미만 아동으로 확대되어 올해 7,096억이었던 예산이 2조 1,627억 원으로 증가했다. 다른 하나는 기초연금의 확대이다. 저소득층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소득 하위 20% 노인에게 지급되던 기초연금이 2019년 4월부터는 25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인상되었다. 고령화로 기초연금 지원대상이 517만 명에서 539만 명으로 늘면서 예산은 11조 4952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작년대비 26% 증가).  

 

둘째, 일자리예산은 기존 23조 5,000억 원이었던 원안에서 22조 9,000억 원으로 2.4%포인트 삭감되었다. 삭감 내역을 보면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412억 원,  실업자 등 능력개발지원 예산 60억 원, 청년구직활동지원금 437억 원,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223억 원이다. 

이들은 참여율이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오던 프로그램이었다. 일자리 예산이 정부안보다 삭감되었지만 2019년 일자리 예산은 2018년(19조 2,312억) 대비 19.08% 증가해 복지예산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 일자리예산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는 공무원 충원(14,371명)까지 포함하면 일자리 관련 예산의 증가폭은 더욱 커진다.  

 

SOC예산, 4년 만에 전년 대비 증액 편성

 

 셋째, SOC예산은 당초 정부안 18조 5,000억 원에서 19조 7,000억 원으로 4.0% 늘어났다. SOC예산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4년만이다. 이는 경기침체와 고용한파 등 최근 경제상황에 더해 개별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성 SOC 사업 추가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넷째, 산업·에너지, 연구개발 등 혁신성장 관련 산업예산도 정부안보다 증액되었을(2,000억 원) 뿐만 아니라 전년 대비 15.1% 늘어 18조 8,000억 원으로 최종 확정되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예산이라는 것은 정부의 정책을 실현하는 도구이기 때문에 각 년도의 예산 특징을 통해 그 해의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를 알 수 있다. 

2019년 예산을 통해 나타난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는 첫째 일자리 확충이고 두 번째는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확대이며, 세 번째는 혁신성장이다.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핵심이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의 사회안전망 구축, 혁신성장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예산안은 정부의 정책의지가 잘 반영되었다 볼 수 있다. 

 

문제는“재정의 지속가능성 약화, 예산의 비효율성, 사람중심 투자 태부족”

 

2019년 예산이 예산 본연의 목적에 충실했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정을 연구하는 필자에게는 많은 아쉬움과 염려 또한 공존한다.

 

첫째,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약해졌다. 복지예산의 대부분은 의무지출이고 의무지출이 늘어날수록 정부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떨어진다. 기초연금 및 아동수당의 확대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사회보험이 아니라 일반재정 지출로 충당된다. 고령화에 접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인구구조를 감안할 때 기초연금 수령자는 더욱 늘어나고 출산율 저하로 향후 세수는 줄어들 것인데 우리 재정이 이를 감당할지 모르겠다.

 

둘째, 상당부분 예산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으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단기공급근로 일자리를 늘리고, 공무원 숫자를 늘리는 일자리 정책 등에 소요된 대부분의 예산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예산이 많을수록 예산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세금을 걷는 과정에서 사중손실(死重損失, Deadweight loss)이 발생하고, 걷혀진 세금을 사용하는 과정도 비효율적이라면 한 나라의 재정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볼 수 있겠는가? 

 

“대학 투자, 규모 미흡에 자율성 저해하는 방식으로 지원된다면…”

 

셋째, 사람중심의 투자가 예산안에 잘 구현되지 않은 듯하다. 사람중심 투자의 핵심은 대학에 대한 투자이다. 2008년부터 반값 등록금 때문에 대학은 자체적으로 투자가 어렵게 되었고 이로 인해 대학 교육의 질적 수준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PPP(구매력평가)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지출수준은 (2014년 기준) 약 9,570달러로 OECD 평균인 약 1만 6천 달러의 60% 수준에 그치고 있고, 40위 안팎을 유지하던 IMD 대학교육경쟁력 평가 순위는 지난 2014년 이후부터 줄곧 53위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9년 예산에서 미래형 창의인재 양성 체제 구축 지원 등 혁신성장과 연관해 대학투자 계획을 세우고는 있다. 문제는 그 규모가 대학등록금 동결을 상쇄할 만큼 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지원 방식도 정부가 지정한 사업위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학은 투자와 자율로 성장하는 곳이다. 정부 투자도 충분치 않고 지원도 대학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이루진다면 향후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질이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대략 70%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대학의 경쟁력 제고 없이 혁신성장과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 싶다. 

 

‘정치적 거래나 정책실패 메우는 도구’로 사용되면 ‘조세저항’ 불가피

 

 예산은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예산을 정치의 거래수단으로 사용하거나 정책의 실패를 메우는 도구로 사용한다면 누가 세금을 기꺼이 내려하겠는가? 이런 일이 반복되면 국민의 조세조항이 일어날 수 있음을 정치권이나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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