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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 왜 해결이 어려운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1월14일 17시10분

작성자

  • 한영수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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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 청년실업 문제의 구조적 측면

 

  우리나라에서 실업률이 3.8%%를 넘어서고, 특히 청년(15세-29세) 실업률이 8%에 달함으로써 고용 정책과 ‘일자리 대책’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대졸자의 취업률(66.2%)이  전년대비 1.3%p 줄어들어 2014년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나 청년 실업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케 하고 있다. 

 

2017년말 대졸취업률(66.2%) 전년비 1.3%p 줄어 2014년 이래 최악 상황

 

 우리나라에서도 수년전부터 청년 실업이 중요한 현안으로 대두되었지만, 사실 청년 실업의 문제는 선진국들, 특히 ‘늙은 유럽’ 여러 나라들에서는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오늘 날까지 핫이슈로 남아 있다. 이것은 청년 실업의 문제가 경기의 변동이나 경제 정책의 변화에 따라 쉽게 호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매우 어려운 문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유럽이나 우리나라 모두 일자리, 특히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인데 경기 순환적 요인 외에, 산업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 이 청년 실업의 해결을 어렵게 한다. 그러나 산업구조 조정의 지연이라는 공통적 요인 외에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다른 구조적 요인들이 있다. 

 

 그것은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와 학력인플레로 인한 실용교육의 문제로서 이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닐지라도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각하고 뿌리 깊다는 의미에서 우리나라에 독특한 요인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우선 세계 공통 현상으로서의 산업구조 조정의 지연 문제에 대해 간략히 논한 다음에, 특히 우리나라에 특유한 두 가지 요인들(미스매치 문제와 실용교육의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2. 국내 산업구조 조정의 지연 : ‘좋은 일자리’의 한계

 

 우리나라의 과거 사례를 보면, 세계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여 산업 구조의 재편(Restructuring)이 지연됨(시장의 실패)에 따라 정부 주도에 의한 산업구조 조정이 ‘중화학 공업 재편’,(1970년대 말-1980년대 초), ‘빅 딜’(1990년대 말-2000년대 초) 등의 이름으로 시행된 바 있다. 그러한 조치들에 대한 공과의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오늘 날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은 그러한 정부 주도의 산업구조 조정이 아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민간 주도로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에 빨리 올라타고 경쟁력을 확보하여 청년들이 좋아하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며 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신산업 경쟁력 제고가 ‘좋은 일자리’ 많이 만들어 내는 첩경

 

 정부는 일자리 대책의 핵심으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배정하고 많은 시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인 대책에만 치중하고 구조적인 측면과 중장기적인 대책을 간과한다면 청년 실업의 문제는 언제까지나 ‘미해결의 장’으로 남을 수도 있다.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은 가까이는 드론, 3D프린팅, 빅 데이터, 블록체인, 스마트 페이, 카풀 등 일상생활에서,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팜, 원격진료 등 전 산업 분야에 이르기 까지 이미 우리 사회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한 때 ‘IT강국’임을 내 세우며 ‘제조업은 일본에 뒤졌지만 IT분야에서는 우리가 앞섰다고’ 자만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그 기간은 너무도 짧았고 이제는 급속히 흘러가는 4차 산업 혁명의 물결을 먼발치에서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일찍부터 로봇 강국인 일본은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을 부지런히 따라 잡고 있다. 한걸음 더 나가서 ’Social 4.0‘을 국가 목표로 설정하고 다양한 IT서비스 분야(관광, 의료, 교육 등)에서 ’4차 산업 혁명‘을 실행하고 있는데 그 선봉에 기술력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벤처기업인들이 있다. 또한 민간 부문의 투자와 기술개발 노력(특히 강소기업)을 일본 정부가 재정 지원,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데 상호 신뢰에 바탕을 둔 일본 특유의 긴밀한 정부-민간 협력이 긍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민간투자 유도 위해 ‘규제완화, 노동 유연성 제고 등 필요

 

 우리도 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민·관이 긴밀히 협력하여 부지런히 IT서비스의 외연을 확장하는 등 4차 산업 혁명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한다. 다른 한 편으로는 전통 산업(조선, 철강, 기계 등)에서 경쟁력 회복을 위한 민간 기업의 스마트화 노력을 강화하고 주력산업(자동차, 반도체, 스마트 폰, 디스플레이 등)에서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새로운 ‘미래 먹거리’의 개발과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 노동 개혁 및  노동의 유연성 제고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3. 일자리의 미스매치로 인한 만성적 청년실업이 존재

 

 우리나라에서 청년실업 문제를 더 어렵게 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서 일자리의 미스매치 또는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가 있다. 쳥년 실업의 다른 한 편에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병존한다는 기이한 현실은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인력 미충원율은 11.7%(2017년 하반기 기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 대상 기업에 대한 젊은이들의 선호도 조사( 2016.10,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에 대한 선호도는 5.3%로 대기업(32.3%), 공기업(25.4%)에 비해  극히 낮다. 젊은이들이 우리나라 일자리의 88%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에 종사하기를 기피하고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많다. 근무환경의 열악, 대기업과의 연봉수준의 차이(500만원-1,000만원) 등 실질적인 이유뿐만 아니라 기업의 낮은 인지도, 근무지(산단)의 이미지, 미래 비전의 불확실 성, 심지어는 결혼 조건의 불리함 등 다양하다. 

 

중소기업의 두 측면-압도적인 일자리 비중(88%)과 극히 낮은 젊은이들의 선호도(5.3%) 간의 엄청난 괴리는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인력 미충원도 문제지만 잦은 이직과 단기간의 근무로 인한 낮은 숙련도, 국내 인력을 대체하기 위한 외국 인력의 고용에 따른 어려움 등 젊은이들의 중소기업 기피로 인한 중소기업 경영상의 어려움은 매우 크다. 

 

기술·제품 경쟁력 확보한 ‘강소기업’ 많은 데도 ‘대기업만 선호’ 인식은 문제

 

 요즈음 모든 대학이 졸업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취업률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그 이유가 취업 자체가 어려운데 있는 것만은 아니다. 개개인을 놓고 볼 때 특정 일자리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안 맞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인력의 수요자인 중소기업(일자리 공급자)과 인력의 공급자인 청년(일자리 수요자, 주로 대학 졸업생), 양측 모두에게 존재하는 심각한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불리한 고용조건은 개별 중소기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산업정책이 남긴 후유증이기도 하다. 뒤늦게 시작한 우리나라의 압축적 고도성장 과정에서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건 하에 놓여 있었던 중소기업들이기에 불리한 근무조건과 낮은 사회적 인식에 대한 책임을 중소기업인들에게만 돌릴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한다 하더라도 맹목적으로 대기업(또는 공기업)을 선호하는 그들의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확보한 ‘강소기업’들이 많이 있음에도 단지 규모와 인지도를 중시하며 대기업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안타깝다. 젊은이들이 이러한 강소기업에 근무할 경우 대기업에 비해 역할이 더 크고 짧은 기간에 경영능력을 쌓아 미래 경영자(CEO)로 성장할 가능성도 더 높다는 것을 젊은이들에게 인식시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구조적인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우선 개별 중소기업으로서는 근무 여건의 개선, 기업의 이미지 홍보 등도 중요하지만 젊은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능력과 적성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며, 합리적이고 ‘인간적’ 이며 매력 있는 직장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부는 개별 중소기업이 실행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의 근무여건 개선(산업단지 내의 도로, 주차장, 기숙사, 식당, 문화시설 확충 등),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프로그램(대학생 중소기업 체험 및 취업 상담 프로그램 등)의 개발, 중소기업 맞춤형 취업알선 시스템의 확대, 우량 중소기업 인증제도 등을 통한 ‘좋은 일자리’의 선별 등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모든 시책들은 산.학.관(기업, 대학, 정부)의 유기적 협력이 있어야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위해 ’산·학·관 커플링사업‘ 등 정부가 적극 나서야

 

 대학, 특히 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인 지방의 대학들은 지역 인재를 양성하여 지역 경제에 기여토록 한다는 기본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대부분이 대기업 또는 공무원·공기업이라는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 바라기’현상으로 인한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가중,  ‘고시열풍’으로 인한 취업 지연 등 개인적. 사회적 손실을 감안한다면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중앙 정부의 ‘사회수요 맞춤형 사업(LINC-plus)', 지방 정부(예컨대 전라북도의 경우)의 ’산·학·관 커플링사업‘ 등은 지방중소기업과 대학(취업)을 연결시키는 매우 좋은 사업들인데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을 대학(학과)에 연결시키기 위한 정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4. 학력인플레와 실용교육의 문제  

 

 앞에서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를 검토해보았는데 이것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학력인플레로 인해 미스매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하고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실용교육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고 학력에 의한 차별이 거의 없거나 적은 유럽, 미국, 일본 등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학력과 학벌에 대한 맹목적 집착과 그로 인한 학력인플레가 학부모, 학생은 물론 사회 전반에 깊이 뿌리를 내려 왔다. 

 

학력인플레로 인한 취업 미스매치,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심각

 

 심지어는 인력을 채용하는 기업(특히 대기업)에서도 오래 동안 내부 규정상 또는 관행적으로 업무 능력 보다는 학력과 학벌에 의해 채용, 승진, 보수에서 부당한 차별을 해 온 결과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70%수준)은 OECD에서 단연 1위다. 뿐만 아니라 석사, 박사 취득자 수의 증가율 또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 2000년-2017년간 박사학위 취득자수는 6,153명에서 14,316명으로(2.32배), 석사학위자는 47,226명에서 83,519명으로(1.77배) 급증하였다. 근래 정부의 실용교육 중시 노력에 힘입어 한 때 80%를 넘어섰던 대학진학률이 최근 70% 아래로 내려간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직업계고(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의 적지 않은 (30~40%) 수가 대학에 진학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직 실용교육의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한 고등교육기관 중에서도 취업률이 훨씬 높은 고등직업교육기관(전문대학) 보다는 일반대학으로 쏠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같은 기간 중 대학 입학자 수의 변화를 보면 일반대는 32만 명에서 31만 명 수준으로 약간 줄어든 반면 전문대 입학생은 32만 명에서 17만 명 수준으로 거의 반으로 줄었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대학 입학생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학문 중심인 일반대에 비해 실용교육 중심의 전문대에 입학한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가치관이 얼마나 왜곡되어있는가를 확연히 알 수 있다. 

 

 실용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은 중등교육기관으로서 특성화고교(과거의 실업계고교)와 마이스터고가 있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는 일반대를 제외한 교육법상의  여러 대학들(산업대, 전문대, 기술대, 사내대학 등)이 있지만 전문대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특히 전문대학과 함께 실용교육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도입한 산업대학을 특례조항을 신설하면서 까지 일반대로의 전환을 유도한 것은 적절치 못한 정책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산업대학은 80연대 발 이후 종전의 ‘개방대학’이 대거 ‘산업대학’으로 전환하면서 한 때 20여개가 있었으나 2000년 이후 대부분 일반대로 전환하고 지금은 2개(호원대, 청운대)만 남아있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에서 차지하는 전문대(135개)의 재학생 비중은 25% 정도인데 비해 정부의 대학지원 예산 중 전문대 지원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며, 교육부 내에서도 전문대를 전담하는 조직은 ‘전문대정책과’가 유일하다. 물론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 내에서  고등교육정책관(4개과)과 대학학술정책관(4개과)가 있으나  정책의 초점이 주로 일반대에 맞춰져 있고,  또 직업교육정책관 산하에 4개과가 있으나 이들 역시 중등직업교육정책과도 포함되어 있고 교육일자리총괄과와 산학협력정책과는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대를 전담하는 조직은 1개과에 불과한 셈이다.

 

학력·학벌주의로 대학생 양산체제 지속은 인력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뿐

 

우리 사회가 유럽이나 일본처럼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능력으로 대우를 받는 사회라면 굳이 전문대학에도 진학하지 않고 특성화고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어 경력과 실력을 쌓아 성장해 갈수 있겠지만 학력주의와 학벌주의가 만연해 있는 우리나라에서 단기간 내에 그렇게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학 진학을 막을 수 없다면 사회 수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 일반대로의 편중 지원을 지양하고 실용 중심 대학(전문대)으로의 진학을 확대하는 것이 차선책일 것이다. 전문대 졸업생의 높은 취업률(일반대 취업률 보다 7%p정도 높음), 일반대에 비한 수업연한의 단기간 및 저렴한 학비 등의 높은 효율성으로 근래 전문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 일반대졸업자로서 전문대에 재입학(U턴) 하는 학생 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그 반증이라 하겠다. 

 

 학력인플레가 청년실업의 중요한 근본 원인이 되는 이유는 대학졸업생, 특히 수적으로 과도한 일반대(4년제) 출신 청년들의 눈높이가 우리나라 산업 인력 수요 구조에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가는 문은 넓어도 나가는 문은 좁은’ 유럽식의 엄격한 평가시스템이 확립되지 않고서는 지금과 같은 대학생(특히 일반대 졸업생)의 양산체제는 인력의 미스매치를 심화시킬 뿐이다. 실용교육이 부족한 결과 졸업생 중에는 전문성이 부족하여 대기업에는 입사하지 못하면서 일자리가 많은 중소기업에는 ‘대졸자’의 눈높이 때문에 취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을 학력 구조와 산업 인력 수요 구조가 적절히 매칭 되도록 장기적인 시각에서 학제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하루속히 중등 교육-고등 교육-석·박사로 이어지는 일관 체제의 직업 교육 트랙을 확립하는 한편 학문중심(일반대)으로 기울어진 대학 학제를 학문중심대학과 실용중심대학이 균형을 이루는 ‘투 트랙 체제’로 확립시켜야 한다. 예컨대 현행 교육법상 유명무실한 산업대의 공백을 전문대가 대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학력구조와 산업인력 수요구조 적절히 매칭 되도록 학제 혁신이 시급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도래로 학문, 지식, 직업에 급격한 변화가 진행 중인데 교육의 목표(학문중심 vs 실용중심)가 아니라 단순히 수업연한(4년제 vs 2-3년제)을 기준으로 일반대와 전문대로 구분하는 학제로는 대응하기 어렵다. 오늘날 실용교육은 수업연한의 다양화를 필요로 하는데 수업 연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산업대의 설립 취지는 전문대에도 그대로 해당된다고 본다. 고등교육법 제38조는 산업대학의 수업연한과 재학연한은 제한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찍부터 학문중심-실용교육 중심의 투 트랙 체제가 자리 잡은 독일 등 유럽은 물론이고, 최근 ‘전문직대학’을 신설하여 일반대학에 대응한 양대 축으로 학제를 개편한 일본의 변화를 예의 주목하고 우리도 과감한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5. 맺음 말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청년 실업 문제는 단기적인 정책만으로는 결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경제와 사회를 아우르는 구조적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순수 경제적 측면에서는 산업구조조정(시장에 의한)의 지연으로 인한 전반적인 산업경쟁력의 약화가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중 하나이기에 그 해법도 산업경쟁력의 회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의 개발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데 있다. 

 

‘인력 미스매치’, ‘학력인플레와 실용교육’ 문제에 대한 실효적 정책대안 절실

 

 그러나 그 외에, 위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한 것은 복합적(경제.사회적) 성격의 두 가지 문제들인데 하나는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학력인플레와 실용교육의 문제이다. 이 두 가지 문제들은 동일한 문제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겹치면서 얽혀있다. 인력의 미스매치 문제 중에서도 특히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의 취업을 기피하는 문제가 공존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심층적인 원인 분석을 토대로 좀 더 실효성 있는 세심한 정책 대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시책들만으로는 성과를 거두는데 극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실용교육의 확립을 위한 대학 교육의 혁신 등 과감한 정책 전환은 물론 실사구시를 중시하는 사회 가치관의 정립을 향한 장기적인 실천 계획이 마련되고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 논리기는 하지만 중소기업의 인력 미충원율(12%)과 청년 실업율(8%)을 연계시켜 볼 필요가 있다. 미래에 우리 사회에 실사구시적인 가치관이 정립되고 실용교육 중시의 학제 혁신이 이루어져서 젊은이들이 꿈과 목표를 가지고 중소기업에 취업하여 미충원된 자리를 채워준다면 청년실업 문제는(예외적인 자발적 실업을 제외하고) 적어도 지금과 같은 심각하고 만성적인 사회적 이슈에서는 졸업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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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1월14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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