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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북극곰 말고 내 딸 말이야!” -미세먼지나 혹한(酷寒) 대비의 본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1월15일 11시10분
  • 최종수정 2019년01월15일 11시09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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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문제는 지금

지난 11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 대기오염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심장질환, 호흡기질환, 매개체감염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이는 점점 심화된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상 미래의 북극곰 멸종에 대한 우려가 아니고, 지금 옆에 있는 우리 아이 천식에 대한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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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나 심각했으면 올해 50주년을 맞는 노벨 경제학상이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한 미국 예일대 윌리엄 노드하우스 교수에게 돌아갔을까? 그는 경제와 기후 사이의 국제적 상호작용을 설명하는 정략적 모델을 만들고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탄소배출 규제의 이론적 근거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래 북극곰 말고 현재 딸을 아프게 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나중 말고 지금 줄여야 하는데, 현재 탄소배출 감축과 관련하여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규제의 시작

캠핑을 가서 모닥불을 피운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캠핑용 화로를 사는 돈이 것이고 연료로 사용할 숯이나 장작을 사는 데도 돈이 들어간다. 하지만 숯이나 장작을 피울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연기에 대해서까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똑같은 논리를 철강회사에 한번 적용시켜 보자. 철강회사는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원자재인 철광석이나 연료인 석탄을 구매하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지만 철을 만드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데는 동안 돈을 내지 않았다. 아무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마음대로 버려온 것이다. 철강회사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와 선박, 비행기 운송 수단들, 그리고 발전소와 공장 등도 동안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 이산화탄소를 버려야 하는 때가 왔다. 그러면 이산화탄소 배출에 어떻게 돈을 부과하고, 어떤 영향이 있을까?

 

무임승차 끝, 이제는 차비를 내야 시간

어떤 경제 활동과 관련해서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의도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발생시키는 것을 ‘외부효과’라고 한다. 외부효과로 인해 혜택이 발생하는 것을 긍정적 외부효과,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부정적 외부효과라고 한다.

업종에 따라서 차이는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생산이나 유통 기업 활동 과정에서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켜 왔다. 환경오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임승차해 것이라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제대로 ‘차비’를 내야 때다. 즉, 환경에 영향을 주는 활동에 대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것이다.

외부효과를 발생시키는 비용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포함시켜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외부비용의 내재화라고 하는데, 외부비용의 내재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기업별로 가능한 탄소 배출량을 미리 할당해주고, 그 할당량에서 모자라거나 넘치는 부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사고 있도록 제도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탄소를 배출한 만큼 돈을 내야 하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비용을 많이 부담해야 하고, 적게 배출하는 기업은 비용을 조금 적게 부담해도 된다.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의 원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2006년, 세계 1, 2위를 다투던 EU 최대의 알루미늄 제련소가 문을 닫는 일이 발생했다. EU가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 시행한 불과 1년 만의 일이었다. 탄소배출권에 대해서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던 석탄 발전소들은 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됨과 동시에 배출권을 사들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출하다 보니 비용을 전기가격에 포함시켰고, 결과 전기요금이 상승하자 갑작스럽게 오른 전기요금 때문에 알루미늄 제련소는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물론, 제련소가 문을 닫은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과 영향이 해당 기업은 물론 기업을 둘러싼 가치사슬 내부에 폭넓게 걸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이다.

외부비용을 내재화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지 못한 기업들은 부담을 스스로 짊어지게 되고 비용은 제품 원가에 직접 반영돼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겠지만 같은 업종 내에서도 탄소 배출에 대한 대응에 따라서 희비가 엇갈리게 것이다. 똑같은 제품이라도 탄소 배출이 많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의 가격은 비싸고 탄소 배출이 적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가격이 싸게 것이다. 이처럼 탄소 배출을 포함한 환경 에너지에 대한 이슈는 과거와 달리 기업의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 과제가 되어 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소규제를 시행중인 국가에 속한 기업과 미시행중인 국가에 속한 기업 간 국제시장 경쟁시 불공평한 경영환경이 조성될 수 있어, 탄소 감축을 위한 국제사회의 합의도 병행되어야 한다.

 

파리협정과 신기후체제 출범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들려온 특별한 뉴스 하나에 세계가 떠들썩했다. 바로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협정이 타결됐다는 소식이었다.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모두 포함해서 세계가 합의한 최초의 탄소 감축 협정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1997년에 채택한 ‘교토의정서’에도 온실가스 감축 협정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당시는 선진국들만의 감축 약속이었다. 이번 협정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으며 5년마다 이행 현황을 점검하고 진전된 목표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글로벌 장기 목표가 처음으로 설정됐으며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도 설립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없는 국가들은 줄일 있는 국가로부터 감축 실적을 주고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선진국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그러한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100조 이상의 재정을 개발도상국들에게 지원한다는 것도 새롭게 확인했다. 신재생에너지 저탄소 교통 청정기술 분야에 100조 원의 돈이 유입됨으로써 개발도상국 인프라 시장 형성의 동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파리협정에 포함된 내용들은 상당히 복잡하지만 핵심은 가지다.

첫째는 모든 나라들이 의무적으로 감축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 둘째는 개발도상국에 대해서는 돈으로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기업 관점에서 보면 화석연료에 기반 경제 성장의 시대를 끝내고 저탄소 경제로 이행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컨센서스가 형성됐음을 의미한다. 한층 더 나아가 지난 12월16일 폐회된 24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파리협정 이행을 위해 필요한 세부지침(rulebook) 마련되어 개별 당사국이 파리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한층 구체화됐다.

 

파리협정을 통해서 국가들에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얼마나 어떻게 감축할지 목표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준비가 미흡한 국가들은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세계 9위의 탄소 배출국이자 무역대국인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이행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없고 직간접적인 규제에 영향을 받을 밖에 없게 됐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우리 정부 역시 파리협정으로 시작된 신기후체제에 적극 동참할 뜻을 밝혔다. 신기후체제 동참을 위해 우리 정부가 밝힌 방안을 요약하면 크게 가지다.

첫째,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겠다는 것, 둘째,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개도국과 적극적으로 공유한다는 것, 셋째, 국제 탄소시장 구축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기후변화협약에 공언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BAU 즉,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 대비 37퍼센트나 된다.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상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다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꺼번에 많이 줄이기 쉽지 않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8년 7월 정부는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정안’ 발표를 통해 이러한 의지를 새롭게 확인했다. 2015년에 만들었던 기존의 온실가스 로드맵에서 BAU 대비 37%라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그대로 채, 국내 부문별 감축량을 늘린 것이 특징이다.

당시 37%라는 목표 속에는 해외의 상쇄배출권을 통해서 감축목표의 30%, 즉 9,600만 톤에 달하는 배출권을 국외에서 감축하고자 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국내 부문별로 에너지 수요관리 강화, 에너지 효율화 추진, 저탄소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량을 이전 로드맵보다 5,800만 톤을 줄여 2억 7,700만 톤을 줄이는 것으로 수정, 국내 감축량을 BAU 대비 25.7%에서 BAU 대비 32.5% 감축으로 보완한 것이다.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문제를 생각할 같은 노력이라면 국내에서 감축량을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 전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업 경쟁력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동시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있으려면 아마도 지금까지 해왔던 일상적인 방법으로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획기적인 저탄소 에너지, 저공해 수송, 에너지 저장 등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기술개발의 시그널

이를 위해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가지가 있다. 저탄소사회로 가야만 한다는 시그널과 기술개발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탄소규제에 대하여 찬성과 반대 진영으로 나뉘어 도입의 불가피성, 제도의 문제점, 배출저감의 한계 등에 대해서만 주로 논의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가지가 비교적 주목 받지 못한 같다. , 장기적으로 저탄소사회로 가야만 한다는 컨센서스 구축이 없는 상태에서 사회구성원이 받아야 하는 저탄소사회로의 전환당위성에 대한 시그널이 선명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구현할 기술개발 징후도 충분히 포착되지 않는 현실이다.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나갈 있는 길은 상술한 시그널과 기술개발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지가 없다면, 배출권거래제 도입 운영 관련 노력은 효과적 결과를 만들어낼 없다. 이미 선진국들은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탄소배출은 오히려 줄이는 탈동조화(De-coupling)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은 단기적으로 보면 기업과 국민에게 부담이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가져올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 시그널이 더욱 절실하다. 역사적으로도 소아마비나 다른 질병문제 해결에 (정책 보다는) 의료기술의 역할이 주요했던 교훈을 상기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바로 기후변화에 대한 우리의 올바른 인식이다. 미래 북극곰 말고 현재 우리 가족을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야만 한다는 인식 말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내려 우리 아이의 문제이고 바로 지금의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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