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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Watch] 일본은행, 올해 성장률·물가 전망 하향 수정…금융완화 정책 장기화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5월0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02일 14시57분

작성자

  • 이지평
  • 한국외국어대학교 특임강의교수

메타정보

본문

경제성장률 0.9%에서 0.8%로 하향, ‘소비자물가 2%’ 목표달성도 어려워 

 

일본은행이 지난 4월 25일에 ‘경제 및 물가정세 전망’을 발표하면서 2021년이 되어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3년부터 실시해 왔던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은 엔저(低) 유도 등의 효과를 거두었으나 2년 동안에 소비자물가를 2%로 끌어올리겠다고 하던 당초의 목표 자체는 9년이 지나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번 일본은행의 전망에서는 2019년 일본경제의 실질성장률 전망치가 기존(1월 전망)의 0.9%에서 0.8%로 낮추어졌으며, 2020년 전망치도 1.0%에서 0.9%로 하락했다. 2021년 성장률은 1.2%로 전망되었으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었다. 202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일본은행이 과거 제시해 왔던 3년 후의 물가전망치로서는 가장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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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하향 수정은 최근의 세계경기 둔화와 함께 일본의 각종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지난 3월의 광공업생산지수는 전월비로 0.9% 하락했으며, 특히 자동차나 반도체 제조장치의 대 아시아 수출이 부진을 보였다. 일본의 민간연구기관들도 1분기 성장률이 0%내지 마이너스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며, 일본경제가 이미 후퇴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견해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이 대규모 경기대책을 실시해 성장세가 소폭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 일본의 광공업생산도 4월, 5월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남아 있어서 일본 경기의 후퇴를 선언하기에는 불투명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본은행도 일본경제가 당분간 해외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겠지만 2021년까지 경기확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둔화되고 있으나 고용과 소득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고 개인소비가 견실한 데다 2019년 10월의 소비세 인상 직전의 소비 확대 효과, 2020년 올림픽 관련 수요, 추경예산 집행 등이 일본경기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적어도 2020년 봄까지 극히 낮은 장단기 금리 유지

 

물론,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것은 사실이며, 일본은행도 이번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적어도 2020년 봄까지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를 0% 정도의 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은행이 시장금리의 상승을 막겠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Forward Guidance의 명확화) 각 경제주체들의 물가상승기대의 형성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연간 80조엔의 막대한 본원통화를 발행하겠다는 양적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유도에 주력해 왔으나 효과가 기대 수준에 못 미치자  Forward Guidance(정책금리의 지침)를 통해 사람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형성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당초 대규모의 금융완화를 단기간에 집중시켜 효과를 거두겠다는 정책이 어려워지자 무작정 통화량 발행 규모를 늘리기가 어렵게 되고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에 주력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를 위해 장애가 되는 요건을 개선하겠다는 정책도 이번에 결정되었다. 일본은행이 자금 방출을 위해 대량으로 일본 국채나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입하기 때문에 시중에 유통되는 금융상품이 고갈됨으로써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에 악영향이 발생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이번에 일본은행은 매입한 ETF를 증권회사에게 대여하는 정책을 결정했다. 

또한 일본은행은 이번에 은행 등에 자금을 공급할 때 받게 되는 담보의 요건도 완화했다. BBB 신용등급의 기업 채권이나 은행이 자체적으로 정상 채권이라고 분류하고 있는 기업의 채권도 담보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일본은행이 다소 신용도가 떨어지는 채권을 담보로 인정하게 된 것은 작년 말에 글로벌하게 발생한 BBB 등급의 회사채의 신용불안 움직임과 유동성 위축에 대처하겠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부작용은 당분간 용인하겠다는 자세

 

한편,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장기화는 각종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일본은행은 이에 따른 리스크는 아직 크지 않고 어느 정도 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이 장기화됨으로써 나타난 부작용으로서는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 금융기관들의 경영악화 문제가 있다. 

사실, 일본은행의 쿠로다 총재도 정책발표 기자회견에서 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지방은행 등이 장기·단기 금리차에 기반 한 예대마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상황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쿠로다 총재는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수요를 억제하는 금리인상이 이루어질 경우 지방은행의 경영이 오히려 악화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하였다. 금융완화 정책을 장기화하고 물가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금리가 상승해 지방은행 등의 경영이 호전되는 것을 기다리겠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의 지방은행은 감독기관인 금융청에 따르면 전국 106개 은행 중 절반 정도인 54개가 본업이 적자 상태이며, 23개 은행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으로 예대마진이 악화된 상황에서 보유 주식이나 채권가격 상승(금리인하)에 힘입은 자산 매각 이익으로 최종적자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일본의 지방은행으로서는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고갈하기 이전에 예대마진을 확보해 영업흑자 구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이상 본 바와 같이 일본은행은 세계 및 일본경기 향방을 고민하고 당분간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 지방은행 경영문제, 각종 자산시장의 왜곡 문제에 대처하는 정책을 개발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일본의 금리나 금융정책의 정상화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구미경제나 중국경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보이고 있는 일본경제이지만 대규모 금융완화정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의 심화나 질적 변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ifs POST> 

  • 기사입력 2019년05월02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02일 14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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