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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Watch] 유럽의회 선거결과, EU개혁 신호탄 될까?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9년05월2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19년05월29일 11시52분

작성자

  • 신용대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前 건국대학교 석좌교수

메타정보

본문

예상보다 높았던 투표율(40.3%에서 50.9%로)

 

유럽의회선거가 지난주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에 걸쳐 28개 EU회원국에서 실시되었다. 유럽의회는 EU의 정치·행정조직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선제로 선출되는 대의기관이다. 9대째를 맞이하는 유럽의회선거는 지난 1979년 제1대 선거가 치러진 이후 매5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총 751명의 의원이 선출되며, 임기는 2024년까지이다. 

 

그동안 유럽의회에 대한 EU시민들의 관심도는 회원국내 선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투표율에서 볼 때, 제1대의 투표율이 61.99%로 가장 높았고, 이후 투표율이 계속 하락하여 지난 2009년 제7대 투표율은 43.0%까지 낮아졌다. 이번 제9대 유럽의회 선거의 유권자는 4억 2천만 명으로, 투표율이 50.94%로 제8대 투표율 43.09% 보다 높아, 20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유럽의회는 시민 생활과 거리가 다소 먼 존재이어서 일반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낮아 의회선거의 투표율이 낮아져 왔다. 강한 정치적 취향을 가진 유권자가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기 쉽고,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어, 국내 선거에 비해 포퓰리스트가 의석을 획득하기 쉽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포퓰리스트 세력의 약진 우려에 대한 경계 속에서 친EU성향의 유권자들의 결집이 이루어지고, 일부 국가에서는 국정 선거와 지방 선거가 동시에 진행되어 투표율이 높았으며, 포퓰리스트의 약진도 어느 정도 억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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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uropean Parliament(https://election-results.eu/), 2019년 5월 27일 19:00

 

우려와 달리 친EU성향의 정치그룹들이 전체 의석의 과반 넘겨

 

이번 유럽의회선거의 정치그룹별 의석분포는 친EU성향의 중도우파인 유럽국민그룹(EPP)이 180석(-37석), 중도좌파인 사민그룹(S&D)이 146석(-40석), 자유주의 중도파 유럽자유·민주동맹(ALDE&R)이 109석(+41석), 중도좌파 환경그룹인 유럽녹색당·자유연맹(Greens/EFA)이 69석(+17석)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反EU성향의 유럽보수·개혁(ECR)이 59석(+13석)을 얻었고, 이어 유럽통합회의파(Eurosceptics)인 극좌 유럽통합좌파·북부녹색좌파(GUE-NGL)가 39석(-13석), 극우파인 유럽국가·자유(ENF) 그룹이 58석(+21석), 유럽자유·직접민주주의(EFDD)가 54석(+13석), 그 외 신생 극우·극좌 및 무소속이 37석을 차지하였다.

 

유럽의회 선거는 세 가지 관점에서 주목되어 왔다 (EU, 2019년은 위기의 해인가? 침체의 해인가?, News Insight 2019년 1월 28일자 참조). 즉, ①기존 보수 정치그룹 체제의 붕괴와 포퓰리스트 정치그룹의 약진 가능성, ⓶EU 역내 포퓰리스트 정치그룹들의 연대 가능성, ⓷2015년부터 심화된 이민·난민 문제에 대한 EU의 인도주의적 접근에 대한 유권자들의 허용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선거결과에 나타난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럽의회를 중심적으로 이끌어온 기존 보수 정치그룹 체제의 붕괴이다. 그동안 유럽의회를 이끌어 왔던 유럽국민그룹(EPP)과 사민그룹(S&D)의 의석수가 326석에 불과해 과반체제(376석)가 무너지게 되었다. 이런 가운데 EU의 통합 강화를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ADLE&R)그룹이 현재(68석)보다 41석이 많은 109석을 차지하며 제3그룹에 오르면서 향후 유럽의회에서의 역할이 늘어날 것이다. 유럽국민그룹(EPP)과 사민그룹(S&D)이 유럽의회는 물론 EU 정치권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등 反EU성향 정치세력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선 자유민주(ADLE&R)그룹과 협력을 확대해 갈 것이다. ADLE&R에는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공화국 전진’(LREM)이 포함돼 있어 유럽의회를 중심으로 EU개혁과제 추진에 필요한 힘을 얻는 과정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비록 친EU성향 그룹이 제8대에 비해 의석수가 줄었지만 과반수가 넘는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하였다. 유럽국민그룹(EPP)은 37석(217→180석)이, 그 외 사민그룹(S&D)이 39석(186→145석)이 감소되었지만, 유럽자유·민주동맹(ALDE&R)이 41석(68→109석) 그리고 노색그룹·유럽자유연맹에서 17석(52→69석)이 증가되어 이들 친EU성향 그룹들은 전체 751석 가운데 67%인 503석을 얻어 포퓰리스트 그룹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EU차원의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였다. 여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에 힘입어 현재 의석수(52석)에서 17석을 늘리며 69석(전체 의석의 9.2%)을 얻은 중도좌파의 환경정당인 유럽녹색당·자유연맹(Greens/EFA)이 가세하면 친EU성향 그룹은 전체에서 70% 중반의 기반을 갖게 된다. 

 

포퓰리스트 정치그룹의 약진에도 역할은 제한적

 

둘째, 反EU성향의 포퓰리스트 그룹의 약진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 이번 제9대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분류 방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포퓰리스트 세력이 25~30% 가까운 의석을 획득하였다. 그러나 이들 포퓰리스트 그룹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우선 유럽의회의 기능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유럽의회는 그동안 자문 기관이나 감독기관 역할의 기능이 중심이었지만, 리스본 조약(2009년 12월 1일 발효)에 의해서 단계적으로 권한이 강화되어 현재는 회원국의 각료로 구성된 EU이사회와 함께 EU의 공동입법기관으로 평가된다. EU의 주요 입법작업에는 유럽의회의 동의와 국제조약의 체결에 유럽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EU집행위원회가 제출한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과 회원국 정상으로 구성된 유럽이사회가 지명한 EU집행위원장의 승인 권한을 갖는다. 유럽 의회의 의결은 원칙적으로 다수결로 진행되기 때문에 약 30%의 의석을 획득했다지만, 포퓰리스트의 영향력은 제한된다. 유럽 의회에 법안 제출권이 없는 상황에서 EU의 정책 방향을 크게 좌우하기도 어렵다. 다만, 향후 유럽의회 운영에서 유럽국민그룹(EPP)과 사민그룹(S&D)의 2大 정치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친EU성향의 그룹과 협력이 필요하며, 의견조율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유로존 공통 예산, 금융 안전망의 재강화, 은행동맹의 완성, 난민 지원 등 다음 집행부에 인수되는 EU개혁의 추진력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

 

전체에서 약 30%의 의석을 획득했다고 해도 포퓰리스트 그룹 사이에서 정치 신념과 개별 정책에 관한 의견은 다양하다. 우파 포퓰리스트와 좌파 포퓰리스트 사이에는 큰 단절이 있는 데다 우파 가운데도 일체성은 없다. 포퓰리스트가 뭉쳐 주류 정당에 도전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또한 우파 포퓰리스트의 의석은 영국의 브렉시트당(Brexit Party)에 의해 부풀려진 면도 있다.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되면 영국에서 선출된 73명의 의원은 그 지위를 잃고 영국 탈퇴 이후 의석 배분이 늘어날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네덜란드, 아일랜드 등의 의원이 비례 해서 늘어난다(영국 몫의 73석 가운데 27석은 인구비례로 14개 회원국에 배분되고, 46석은 미래 EU가입회원을 위해 유보되며, 전체 의석은 751석에서 705석으로 줄어든다). 영국의 탈퇴 이후 포퓰리스트 세력은 오히려 축소될 수도 있다. 

 

국가별로는 결과가 엇갈린다. EU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그룹과 포퓰리즘 정당들의 두드러진 약진을 보인 국가로는 프랑스로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국민연합(RN, 득표율 23.3%)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성향 집권당 ‘공화국 전진’(LREM, 득표율 22.4%)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1위를 차지하였고, 영국에서는 Brexit당(득표율 31.7%)이 1위로 크게 약진하면서, 집권 보수당(득표율 8.7%)과 제1야당인 노동당(득표율 14.1%)을 앞섰다. 이탈리아에서는 연맹(League)이 선두에 나서며 연정의 한 축인 오성운동(M5S)을 앞섰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CDU)과 기독교사회연합(CSU)이 득표율 28.9%로 앞섰고, 연정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 득표율 15.8%)의 지지율 침체와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득표율 11%)의 부진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사민당의 연정탈퇴 등으로 조기 총선에 돌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는 신민주당(ND, 득표율 33.3%))이 집권당인 시리자(Syriza, 득표율 23.7%)을 앞서 역시 조기 총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선거결과에 나타난 유럽통합에 회의적인 회원국내 정당들의 약진은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반EU, 반유로, 반이민 정서가 팽배되어 왔고, 침체된 유럽의 경제가 점차 호전되고 있지만, 아직도 취약한 경기상황과 높은 실업률,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경험한 국가들의 개혁피로감, (영국의 경우) Brexit 국민투표 이후 탈퇴조건을 확정 짓지 못하는 정부 및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등 자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그대로 이번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 더욱 사회적 상황은 불균등의 확대로 많은 가계와 개인의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도 反유럽 정치그룹으로 스펙트럼이 확대되는 요인이 되었다.  

 

유럽의회 내 새로운 정치그룹 결성으로 영향력 확대 움직임

 

셋째, 유럽의회 안에서 새로운 정치그룹의 결성과 기존 정치그룹의 통폐합 가능성이다. 유럽의회안에서 새로운 정치그룹의 형성에는 관련법에 따라 7개국 25명 이상의 의원이 필요하다. 이탈리아 연립 여당을 이끄는 오성운동은 유럽의회 선거 이전 우파 포퓰리스트 그룹인 유럽자유·직접민주주의(EFDD)에 참여하고 있지만, 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그룹의 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환경 정당을 모체로 하는 오성운동은 가난한 남부를 주요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좌파 성향의 포퓰리스트로 분류된다. 오성운동이 새로운 정치 그룹의 결성에 실패할 경우 포퓰리스트 그룹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反EU성향의 보수주의 유럽보수·개혁(ECR)은 한때 유럽국민그룹(EPP)에 소속되었던 영국의 보수당이 결성하였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이후에도 같은 정치그룹으로 남아 있을지는 유동적이다. 현재 유럽보수·개혁(ECR)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폴란드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PiS, 득표율 45.4%)이 계속 유럽보수·개혁(ECR)에 머물지 다른 정치그룹에 합류할지에 주목된다. 또한 EU비판을 반복하며 현재 유럽국민그룹(EPP)에서 무기한 자격 정지 처분을 받고 있는 헝가리 정부 여당 피데스(FIDESZ, 득표율 62.3%)의 동향도 주목된다. 피데스가 유럽국민그룹(EPP)에 머물지 또는 우파 포퓰리스트와 연합할지에 따라 유럽의회 최대 계파인 유럽국민그룹(EPP)의 입지도 달라질 수 있다. 

 

유럽의회 역할 확대, EU개혁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 정립의 기회로 활용해야

 

종합적으로 제9대 유럽의회 선거 이후는 EU통합과정에서 역사적인 획을 긋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는 우선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유럽의회의 권한이 확대된 이후 두 번째 선거로 EU의 직접민주주의 체제를 공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1일 발효한 리스본조약으로 유럽의회 및 회원국 의회의 참여 및 EU시민권 강화 등 그동안 유럽의회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 결여(democratic deficit)”와 “설명책임(accountability)의 부족”의 많은 부문이 보완되었다. 각료이사회와 유럽의회의 공동결정 적용분야가 통상정책, 농업정책, 에너지부문과 합법이민, EU구조기금, EU예산 등 43개 분야에서 90개 분야로 확대되었다. 또한 EU입법과정에서 회원국의회에 입법안 송부 및 검토기회를 부여하고 백만 명 이상 유럽시민의 요청이 있는 경우 입법(시민 발의제)추진 제도도 도입되었다. 둘째 제도적으로 유럽의회 선거결과가 차기 EU집행위원장 선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리스본조약 제17조에 근거하여 EU집행위원장, 집행위원 등 주요인사 인선에 유럽의회가 동의권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조약개정의 발의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EU집행위원회의 정책결정과정에서 유럽의회의 영향력이 회원국 정부의 역할을 능가할 개연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앞으로 유럽의회에 주목해서 봐야 할 점은 반EU정서의 다양한 정치그룹별 스펙트럼을 극복하고 EU가 정체성을 살리면서 새로운 통합체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EU의 다른 정치·행정조직과 어떻게 긴밀한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가느냐이다. EU가 당면하고 있는 과제는 예컨대, 대내적으로 反유럽 정치그룹의 외연이 넓어지는 가운데, 영국의 탈퇴 이후 내부적인 결속을 다지며 유로존 공통 예산, 금융 안전망의 재강화, 은행동맹의 완성, 난민 지원 등 산적한 EU 혁신과제 해결을 위한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이다. 한편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마찰이 격화되는 등 소용돌이치는 글로벌 여건 속에서 EU차원에서 해법을 찾는 것 등이다. 이 과정에서 영국의 EU탈퇴 후유증을 털어내고 27개 회원국이 결속을 다져 EU통합의 확대와 심화를 위한 새판 짜기에 위상이 강화된 유럽의회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해 본다. <ifsPOST> 

  • 기사입력 2019년05월29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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