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청년, 19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묻는다. - 서평 : 외천본민 (신세돈)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7년02월03일 19시43분
  • 최종수정 2017년02월03일 19시50분

작성자

메타정보

  • 58

본문

지도자의 부재 속 대한민국

 

 조기 대선국면이 조성되는 가운데, 설 명절을 전후로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차기 주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마음은 어떠한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격려보다는 현 정권이 가득 남겨놓은 과제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혹 과열된 정권 경쟁으로 지지 기반이 분산되어 무너지기 쉬운 정권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더가 부재한 대한민국의 오늘, 어느 때보다 ‘진영 논리를 벗어난 포용력’과 ‘행정에 대한 소신’을 지닌 리더가 그리운 날이다.

 

이 땅의 리더에게 리더십을 묻다. 

 

 필자는 "이 땅에 어떤 리더가 필요한가?"를 자문(自問)하며 신세돈 교수의 <외천본민_세종대왕의 바른정치>를 꺼내 들었다. 과거의 현자에게 답답함을 털어놓는 심정일까. ‘하늘을 두려워하여 스스로를 반성하고(외천), 백성을 근본으로 여긴(본민)’ 세종의 철학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란 희망일지도 모른다.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세종의 혜안을 통찰하지 못하지만, 현 시국에도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세종의 쓴 소리를 적어볼까 한다.

 

1. "어떻게 하면 천박하게 치레 꾸며대는 선비의 버릇을 없앨 수 있는가"

"인재는 정치의 근본이다, 위정인최 (爲政人崔)" (책 p.37)

 

 차기 정권의 핵심 과제는 단연코 부패 척결 및 인사 개혁이다. 26일 이코노미니스트가 발표한 EIU 민주주의 지표에 따르면 한국은 15년 이후 '미흡한 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상식을 벗어나는 집권층의 부패와 책임의식이 부족한 관료들의 무능이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 국정 농단의 주역들을 엄중히 처벌하길 바라는 민중의 기대와는 달리, 청문회는 지지부진하게 진행되었다. 관료들이 어질러놓은 행정을 수습하고 처벌하는데 드는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다.

 

 때문에 다음 정권은 관료 임명에 더 신중을 기울여야 한다. "관리가 직무에 적합하면 모든 일이 다 제대로 풀릴 것이다."는 세종의 말처럼 인사 개혁이 정치적 난국을 헤쳐나가는 첫 해답일 것이다.

 

2. "하늘의 뜻이 그러하더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없노라" (책 p.53)

 

 지난 4년간 세월호 사고부터 메르스, AI에 이르기까지 각종 사고와 재해로 대한민국이 피폐해졌다. 정부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무능함으로 질타 받았다. 세종 역시 천재지변으로 많은 고민을 했던 왕이었다. 관료의 무능만을 탓하기엔 하늘이 야속했을 법하다. 그럼에도 세종은 이렇게 말한다 "하늘의 운수가 그런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은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 2차적 피해를 막지 못한 최근 정부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다.

 

 재난 발생 시, 중앙집권적인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이 벌써 여러 차례 입증되었다. 치안 및 안보의 컨트롤타워로서의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행정의 역할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법안 및 규제의 실효성을 따지고 점검해야 한다. '최선을 다했었더라면..'과 같은 탄식이 나오지 않도록 힘 써줄 리더가 필요하다.

 

b438d6c6e646b4e6fd09c92e0ceb8b03_1486118
 

3. "왕정소당애긍; 실무를 담당하는 감사수령은 물론 중앙의 정부 모두 이 문제(구휼)에 책임을 진다." (책 p.481)

 

 복지, 모든 정치인들의 난제이다. 공약에는 복지에 관한 정책이 즐비하지만 집권을 시작하면 정부 부처들은 서로 복지를 떠넘기고 있다. 세종은 빈민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원칙 아래에서 중앙 정부와 지방 행정의 협력을 유도했다. 현장 상황을 정확히 조사하여 탁상행정에 머무르지 않기 위함이었다.

 

 중앙정부와 지방행정이 복지를 위해 협력해야만 국민의 복지 요구에 답할 수 있다. 이 때 법조문에 그치는 복지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실효성을 검토해야 한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은 국민의 정치

 

 비관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는 ‘청산 실패의 역사’이다. 이승만 정권을 하야시켰으나 뿌리 깊은 부패는 이어졌고, 박정희 정권의 독재는 또 다른 독재정권으로 넘어갔다. 임기 말이 되면 어김 없이 비리 스캔들이 터진다. 매번 새로운 정치판을 기대해야 하는 선거철마다 고질적인 우울이 찾아온다.

 

 그렇다고 영웅 유형의 리더를 바라진 않는다. 이미 국민들은 특정 시대의 향수가 만든 허상의 리더십에 실망했다. 춘추 시대와 같은 혼란 속에서 인물로 대변되는 정당정치가 아닌 정치 철학의 경쟁을 바란다. 

 

 국민의 심판을 거친 '철학'은 세종의 ‘외천본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거의 문제를 말끔히 처리하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명쾌히 제시해 줄 리더를 기대해본다. 차기 대통령의 정치에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국민의 정치, ‘외천본민’의 부활하길 염원한다. 

58
  • 기사입력 2017년02월03일 19시43분
  • 최종수정 2017년02월03일 19시50분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