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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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09일 13시30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2일 09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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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꼴을 다 본다.

대통령도 아니고, 국무총리도 아니고, 부총리도 아니고, 18개 부처 장관의 6번째 서열인 법무부장관이 ‘무슨 국가대사를 고민할 일이 있다’고 이틀 반씩이나 휴가를 내고 서울 인근의 한 사찰에 가서 수많은 번민을 했다고 하니 ‘별일 다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무슨 쿠데타 직전의 결단처럼 비장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으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것도 조용히 가서 고민한 것이 아니라 사찰을 배경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글까지 남기는 요란을 떨었다.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이렇다.

 

“산사의 고요한 아침입니다. 스님께서 주신 자작나무 염주로 번뇌를 끊고 아침 기운을 담아 봅니다, 무수한 고민을 거듭해도 바른 길을 두고 돌아가지 않는 것에 생각이 미칠 뿐입니다.”

 

‘무수한 고민’을 거듭한 게 뭘까? 알고 보니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자신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얼척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날 법무부는 “[법무부 알림] 법무부장관 말씀을 아래와 같이 알려드립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공(公)과 사(私)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정(正)과 사(邪)는 함께 갈 수 없습니다.

벌써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저도 검찰조직 구성원의 충정과 고충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느 누구도 형사사법 정의가 혼돈인 작금의 상황을 정상이라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국민은 많이 답답합니다.

우리 모두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고 가야 합니다.

더 이상 옳지 않은 길로 돌아가서는 안 됩니다.

9일 오전 10시까지 하루 더 기다리겠습니다.

총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누가 공(公)이고, 누가 사(私)인가? 누가 정(正)이고, 누가 사(邪)인가?

 

‘국민들이 많이 답답하다’는 것은 아시는 모양이지만 무엇 때문에 답답하고, 누구 때문에 답답한지는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언론들은 이를 검찰총장에 대한 최후통첩이라 표현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윤석열 검찰총장은 “법무장관의 지휘를 존중하면서 독립적인 수사부를 구성해 수사토록 하고, 수사결과만 보고 받겠다”는 건의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추미애 장관은 이를 지시 이행으로 볼 수 없다고 거부했고, 급기야 윤 총장은 9일 추장관의 지휘를 전면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추미애 장관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까? 다 끝난 일인가 싶더니 건의와 거부과정도 뒷말이 무성하다. 사실 독립적인 수사부 구성에 대한 윤 총장의 건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 그런 윤 총장의 절충안을 언론에 먼저 공개해달라고 해서 공개한 것인데 이를 추장관이 뒤집은 것이라는 얘기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 최고위 핵심참모인 검찰국장이 그렇게 움직인 것은 당연히 추 장관도 추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는데 뒤통수를 때렸다”고 개탄했다고 한다. 참으로 한심하다.

 

도대체 이 나라의 법무행정 집행과 의사결정이 이렇게 허술하고 장관 한 사람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법에 정해진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사실상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청 검사장들은 그래서 추 장관의 수사지휘는 부당하다고 의견을 모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장관은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구체적 사건인 소위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 대해 추 장관이 일선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을 지휘한 게 돼 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검찰총장의 본분인 수사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것은 결코 적절한 지휘는 아닐성싶다,

 

이번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는 고약한 선례를 만들어 놓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걸핏하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를 내려 수사팀을 바꾸고, 총장의 본래기능인 수사지휘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극단적으로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겸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 아니가? 교과서에 나와 있다는 검찰의 수사 독립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나?

 

지금까지의 언론보도와 상식으로 판단해 보면 뭔가 잘못돼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정부 들어 윤석열 검사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검찰총장에 발탁한 것이 현 정부와 여당의 집권세력 아닌가? 그런데 검찰총장 임기 시작 1년 만에 이렇게 찍어내기를 시도하는 진정한 이유는 뭔가?

 

‘내로남불’이라 했던가? 전(前) 정권 수사할 때는 적폐청산이라 해서 박수를 치고, 현 정권 관련인사들의 비리나 적폐수사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한다. 이게 공정이고 정의인가? 이번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한 마디는 이것이다.

“권력은 역시 참 좋고, 편리한 것이여!”

<ifsPO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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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0년07월12일 09시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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