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조선의 다빈치, '다산(茶山)'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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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23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23일 13시49분

작성자

  • 윤종록
  • 한양대학교 특훈교수(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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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은 부왕 태종이 휘두른 피의 후광으로 튼튼한 왕조의 기반 위에 선정을 펼 수 있었고 집현전을 두어 젊은이들의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였다. 그리고 장영실이라는 조선의 다빈치를 배출했다. 반면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정치세력, 벽파의 견제로 살얼음을 걷는 심정에 내몰렸다.

 

 그래서 참신한 정치를 위해 규장각을 설치하고 서학에 밝은 정약용을 발굴하게 된다. 그러나 벽파가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조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제2의 다빈치, 다산은 강진으로 유배당하고 말았다. 

 

그가 암행어사 시절 비리를 탄핵했던 경기관찰사 서용보가 벽파를 등에 업고 갑자기 우의정에 올라 그를 보복한 것이다. 서학은 했으나 서교와는 관련이 없다는 증거로 정약용의 무죄가 밝혀졌음에도 해배를 끊임없이 방해하며 18년간 그의 몸을 묶어 놓았다. 

 

다산 어른은 이미 북경을 통해 ‘몽테스키외’의 계몽사상과 ‘산업혁명’의 추이를 짐작하고 있었다. 거중기를 고안하고 강제사역 대신에 조정 예산을 미리 확보하여 자발적 유급노동 방식을 통해 수원 축성에 소요되는 13년 공기를 불과 3년으로 단축하였고, 조선의 갈 길을 ‘실학’이라는 새로운 방향으로 정했다. 그 연장선에서 18년간 영어의 몸으로 강진에서 2서1표(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를 포함, 509권의 책을 쓰고 2500수의 시를 남기며 초인적 힘으로 사회혁신의 메시지를 남겼다. 

 

조선의 두 다빈치, 장영실과 정약용은 탕평을 외치는 국가 지도자의 배려로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었고 그것은 혁신의 씨앗이 되었다. 그러나 세종과 정조에 의해서 시도된 인재발굴 작업은 그들이 사망하자 흔적도 없이 소멸되면서 기득권 세력에 의해 다시 원 위치로 회귀해버렸다. 그리고 백성이 아니라 당파가 우선인 망국의 세도정치는 일본 강점기까지 이어진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두 저자는 국민의 창의적 도전을 격려하는 제도를 부국의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행복을 결정하는 힘이 다름이 아닌 제도에 있다는 것이다. 지난 50년간 우리는 원료를 제품으로 만드는 하드파워의 힘으로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세계는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 시대를 열고 있다. 세계 상위 20위 기업 중 <존슨앤존슨> 하나를 제외하고 19개는 상상을 혁신으로 만드는 소프트파워 기업이다.

 

 21세기 앞서가는 정부는 규제를 혁파하며 주저함 없이 도전하게 하는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들에 디지털 대사를 파견할 정도로 자국 산업과의 연계를 도모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워싱턴 대사관보다도 세계혁신경제의 수도,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에 더 많은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과거 서부개척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디지털 영토를 개척하는 말들이 더 빨리 달리게 해야 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몇 가지 통계를 살펴보자. 우리는 먹는 것의 75%,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다.  2017년 대한민국의 무역흑자는 957억 달러였다. 그중 955억 달러가 ICT흑자였다. 955억 달러의 ICT흑자 중 절반이나 되는 480억 달러를 중국에서 벌어들였으나 지금은 반도체 산업을 제외하고 중국이 이미 우리를 추월해 가는 순간이다. 그러나 코로나 창궐을 계기로 우리경제를 지탱해준 세계 디지털경제가 더 가속화되는 중요한 순간에 와있다. 

 

대항해시대, 총과 칼로 금/은 자원이 풍부한 남아메리카를 먼저 점령했던 스페인이 거쳐 간 나라와 자원이 빈약했지만 특허 제도를 헌법 조항에 담고 국민의 창의력 발휘를 바탕으로 뒤늦게 북아메리카에 뛰어든 영국이 남긴 나라들의 운명은 극명하게 달랐다. 

 

코로나 이후의 대 전환기, 국가의 역할은 두 가지 선택지에 놓여있다. 국민과 기업의 창의적 도전을 억압할 것인가 북돋을 것인가이다. 이미 치열한 경쟁에서 경험을 쌓은 대기업들과 창업에 도전하는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글로벌 전장에서 밤낮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데이터 대항해시대다. 데이터의 바다를 건너는 AI라는 배는 근육의 힘이 아니라 두뇌의 힘으로 움직인다. 다행히 세계 최고의 ICT인프라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과 젊은이들이 혁신의 대열에서 분투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견주는 글로벌 경쟁에서 고삐를 늦추는 순간 역동성은 현저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스라엘은 수석과학관실을 ‘혁신경제실’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심지어 태국에서조차 정보통신부를 ‘디지털경제부’로 전환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만 ‘미래창조과학부’를 다시 ‘과기정통부’로 되돌려버렸다.

 

우리가 지금까지 노력하여 장영실을 통해 세종이 꿈꾸던 기술 본위의 세상을 완성했다면 이제는 2서1표를 통해 창의적 도전을 격려하는 포용적 제도를 갈망했던 실학자 정약용의 꿈을 생각해보자. 편 가르기의 처절한 희생자였던 다산의 눈으로 본다면 이 절박한 시기에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는 혁신창업국가 이스라엘의 국가경영을 통해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절박한 심정으로 겁 없이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올바른 선택의 길이 보일 것이다. 우리의 국민성 빨리 빨리와 유대인의 국민성 후츠파를 잘 접목한다면 세계 최고의 혁신경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긋지긋한 당파싸움의 고난에서도 굴하지 않고 큰 울림을 남기신 국가의 큰 어른, 다산 정약용이 보내는 메시지일 것이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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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9월23일 14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9월23일 13시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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