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 여기에 실린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국가미래연구원(IFS)의 공식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진해의 주유천하> 담보(擔保)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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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0월31일 16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10월21일 12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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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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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할 때의 일이다. 하루 촬영을 나가려면 스텝 밥값 등 진행비로 5백만 원이 들었다. 물론 오래 전 일이다. 당장 촬영을 나가야 하는데 진행비가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이때 20년 만에 해후한 초등학교 동창이 뜻밖의 제안을 하는 것이다. 땅을 담보로 제공하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함정이었다. 당시 은행 대출 이자는 10%가 넘었다. 공짜는 없다는 말을 잠시 망각하고 역시 친구가 좋다면서 덜꺽 담보를 제공했다. 그 담보는 정유회사에 맡겨졌고 주유소를 경영하던 친구는 담보만큼의 기름을 받아 덤핑으로 팔아치우고 일부를 찔끔 송금한 후 종적을 감추었다. 물론 그 친구는 후일 사기죄로 복역하였다.

 

담보라고 하면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나는 최근 <담보>라는 영화를 봤다. 영화 스토리는 이렇다. 단돈 75만원을 받기위해 사채업자 성동일은 조선족 김윤진의 딸을 담보용으로 납치한다. 사람을 담보로 잡다니. 악덕 사채업자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인가 싶다. 물론 영화니까 가능하겠지. 신체 장기를 담보로 돈을 돌려준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갚지 못하면 채무자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해서 팔아 돈을 챙긴단다. 영화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돈이라면 신체를 훼손하고 목숨도 쓰레기 취급한다. 그런 사회 환경에 우리는 노출되어 있다. 아이는 다시 인신매매단에 넘어가 유흥가에서 빚 갚는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게 된다. 신문에서 본 얘기가 그대로 재현된다.  

 

<담보>는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다. 친부는 바람나서 새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엄마는 75만원 때문에 딸을 빼앗기고 중국으로 추방되는 신세다. 승이라는 본명대신 ‘담보’로 불리며 사는 아이. 참 묘하게도 사채업자 성동일은 함께 생활하면서 승이를 점점 자기 딸처럼 돌본다. 호적에 올려 초등학교도 입학시키고 100점을 받아오자 뛸 듯이 기뻐한다. 납치범에서 보호자로 변신한 훌륭한 아저씨 성동일이 오토바이를 타고가다 사고를 당하고 사라진다. 이후 10년 만에 성인이 된 아이는 아저씨를 요양병동에서 찾게 된다. 담보 아니 승이는 자신을 버린 친부 대신 키운 아빠 성동일을 아빠라고 부른다. 나은 정 대신 키운 정을 택한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은 눈물을 짠다.

 

담보에는 물적 담보가 있고 인적담보가 있단다. 인적담보가 뭔가 하니 제3자가 연대보증을 서는 것을 인적담보라고 한단다. 성동일은 사람을 담보로 잡는 인간 이하의 사채업자이다. 악질이다. 그런 그가 개과천선을 한다. 착한 사람이 된 성동일은 승이를 유흥업소에서 구해주고 먹여주고 공부시켰다. 그렇게 승이는 대학생이 되고 의대 졸업반 남자 친구를 만나 후일 그와 결혼한다. 악당이 선한 총잡이로 바뀌고 식모가 공주가 된다는 신데렐라 이야기 구조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 이런 신데렐라를 꿈꾸지 않는가. 남자들 역시 힘세고 멋진 서부의 건맨이 되고 예쁜 공주를 신부로 맞는 왕자이기를 꿈꾸었을 것이다. 현실은 고통이므로 환상 속에서라도 왕자와 공주를 꿈꾸기 마련이다.

 

성형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나라가 한국이라고 한다. 일명 외모지상주의. 수술을 해서라도 미녀미남으로 변신해 공주와 왕자의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미모는 겉모양 아름다움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있다. 성형을 하고 피부과 시술을 뻔질나게 한다 한들 생각이 추하면 추한 사람이 된다. 그러니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을 교육하고 배워야한다. 입사 시험에서 면접이 중요한 이유는 질문을 통해 응시자의 생각의 깊이와 품성을 보려는 것이다. 요즘은 블라인드 면접이 대세다. 장점도 있겠지만 이 같은 방식이 꼭 맞는지는 의문이다.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생전 신입사원 면접 시 관상가를 대동했다고 하는데 터무니없는 짓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양에서는 관상을 중요시한다. 그런 제목의 영화도 있다. 내 생각에 관상은 잘생기고 못생기고 아니고 그 사람의 심상(心相)을 보는 것이다. 성형을 하면 관상이 바뀐다. 그렇다면 운명도 바뀔까? 운명도 관상도 타고나는 것 아닌가. 모든 걸 타고 난다면 우린 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 게 아니다. 운도 노력으로 바꾸고 나쁜 짓 일삼든 불량배도 개과천선 할 수 있다. 선행으로 덕을 쌓고 공부를 해야 사람이 된다. 운명과 심상이 바뀐다는 말이다. 나쁜 짓 하는 인간들 우리 사회에도 널려있다. <담보>의 사채업자 성동일 처럼 개과천선해서 사람값 좀 해라. 계속 그렇게 살면 지옥 간다. 영화 속 인물들 천당행 지옥행이 보인다. 신데렐라와 개과천선. 내가 해석하는 <담보> 영화의 주제다.

<ifsPOST>

 

김진해(金鎭亥)는 누구?

1993년 영화 '49일의 남자'로 데뷔한 영화감독이자 현재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예술종합대학장을 맡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뉴욕테크대학원 (MA)을 졸업하고, 미주 중앙일보 기자·오로라픽쳐스 대표이사·홍익대학교 조형대학 우대겸임교수 등을 거쳤다. ‘디지털 시네마’ ‘시나리오의 이해’ ‘메가폰을 잡아라’ '문화는 정치다'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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