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에서 바라본 세계

국가의 미래를 향한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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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해의 주유천하>아래를 보고 살아라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1월2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14일 10시33분

작성자

  • 김진해
  • 경성대학교 예술종합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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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일이다. 매일 같은 도시락을 싸주시는 어머니께 말했다. “나도 소시지에 달걀 붙여주세요.” 어머니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씀하셨다. “그래 알겠다.” 내친 김에 “엄마, 우리 좋은 집으로 이사 가면 안돼요? 아파트 같은데요. 거기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좋더라고요.” 

 

어머니는 다시 말하셨다. “돈은 어디 있니?” 내가 말했다. “벌면 되지요.” 내친 김에 다시 말했다. “나도 새 옷 좀 사주세요. 맨날 형 입던 거 입히지 말고요.” 물끄러미 보시던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래를 보고 살아라. 위를 쳐다보면 한도 끝도 없다.”

 

요즘은 집과 주식이 대세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도 장난이 아니다.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 처음 듣는 용어가 탄생했다. 주변에 주식 안하는 친구들이 없는 듯하다. 영화제작자인 친구는 주식으로 돈을 벌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패션 디자이너 친구도 3억 원을 주식에 넣어 반 토막 쳤다는 말을 들었는데 다시 두 배 벌었다고 자랑이다. 

 

교수 친구는 미국에 있는 자식을 통해 해외 주식을 하고 있었다. 물론 사업가인 친구도 꾸준히 주식을 해왔는데 최근 물어보니 재미를 많이 보고 있단다. 이 친구는 심지어 비트코인까지 투자했다. 함박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는 걸 보니 크게 번 모양이다. 

 

나도 해본 경험이 있다. 당시로는 거금으로 은행 대출 조금 끼면 강북의 아파트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주식 투자는 전문가 친구에게 일임했다. 수개월 만에 수 천 만원을 벌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뿔싸. 1년 후엔 다시 원금이 까진 상태였다. 

 

투자 하는 동안 매일 아침 조간신문을 펼치면 주식 시세 부터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1면과 문화면은 뒷전이었다. 모든 관심이 주식에 가 있었다. 한심한 꼴이었다. 거울에 비친 얼굴은 평화롭지 않았다. 다 팔았다. 그 이후로 주식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요즘은 모바일로 주식거래가 가능하니 친구들은 핸드폰 화면을 수시로 들여다본다. 재밌는 일도 많은데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돈을 벌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온통 정신이 주식에 팔려있으면 뇌가 정상 작동을 안 한다는 생각이다. 

 

올 초 코로나가 터지자 급락한 주식을 개미들이 산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보았다. 상식적으로 봐도 떨어지면 언젠가 회복되기에 주식 사면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 번 해볼까 라는 유혹이 있었지만 주머니에는 현금이 없었다. 

 

월급쟁이들은 용돈, 생활비, 정기저축, 아파트 대출금 상환 등으로 매달 고정 지출이 빠지면 여윳돈이 없는 상황이다. 그저 푼돈 모아 봄가을 여행가는 정도다. 누군들 돈 벌고 싶지 않겠나. 누군들 좋은 차타고 싶지 않겠나.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맛보고 비단 옷 입고 싶어 한다. 

 

집을 사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사람이 또 얼마나 많은가. 문제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 돈 빌릴 곳이 없다. 담보대출 줄이고 신용대출 누르고 서민들은 무슨 돈으로 집을 산단 말인가. 집을 샀어도 내 것이 아니다. 반은 은행 것이다. 

 

원금 이자 갚기에 바쁘다. 30년 상환이 끝날 무렵 사후 일 수도 있고 그땐 나이가 들어 생활비가 문제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고급 옷을 사고 싶고 비즈니스 석을 타고 싶다. 어머니가 저승에서 말씀하신다. “아들아, 아래를 보고 살아라.” 나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직장도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엔 집도 없고 차도 없고 직장 잃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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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1월23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01월14일 10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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