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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룸펜'만도 못한 대법원장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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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15일 09시46분

작성자

  • 김병준
  • 국민대 명예교수, 前 대통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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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이야기를 좀 하자. 

 

좋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권력에 맞설 소신이나 용기가 없을 수 있다. 원래 그런 사람을 찾아 임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국회나 정치권의 압력도 생각해야 해야 한다’는 말씀, 그것도 그럴 수 있다. 대법원장쯤 되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

 

그러나 명색이 대법원장 아니냐. 용기가 없다면 이를 대신할 지혜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본인이 몸을 던지든 척하든 뭐든, 법관탄핵을 막는 수를 찾아냈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동네 룸펜도 무슨 일을 맡으면 최소한의 책임감을 느낀다. 그러다 보면 없던 용기도 생기고, 힘에 눌려 용기를 내지 못할 상황이면 그를 대신할 지혜나 꾀를 짜낸다. 동네 룸펜도 이러는데, 이것도 저것도 없이 정치세력의  폭력  앞에 무릎부터 꿇다니. 또 이런 사람이 이 나라의 대법원장이라니.....  

 

1803년 있었던 정치적 사건, <마버리 대 메디슨(Marbury vs. Madison)> 사건과, 이를 판결한 마샬(John Marshall) 당시 대법원장의 지혜가 생각난다. 흥미롭고 의미도 큰 사건이지만 관심이 없으신 분은 마지막 문단으로 바로 가셔도 좋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미국 제2대 대통령인 아담스는 대선에서 제퍼슨에게 패한 후 워싱턴 D.C. 지역 연방판사 수를 마구 늘려 자기세력을 40여 명 임명한다. 영향력을 조금이라도 더 보존할 생각으로 한 일이었다. 그런데 시간에 쫓겨 임기가 끝나는 날 자정까지도 임명장을 다 전달하지 못했다.

 

새 대통령 제퍼슨은 당연히 이 임명장을 전달하지 못하게 했다, 그 피해자 중 한사람이 마버리였는데, 그는 곧 이를 대법원으로 가져간다. 당시 법원조직법에 의하면 행정부가 해야 할 직무를 수행하지 않고 있을 때는 대법원이 직무이행명령(writ of mandamus)을 발할 수 있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법원장 마샬은 고민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아담스 대통령 아래에서 그 임명장을 전달할 책임을 맡고 있던 국무장관이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직무이행명령을 발하면, 새 정부의 대통령과 국무장관은 이를 정치적 판결로 몰며 무시해버릴 것이고, 그렇다고 하여 직무이행명령을 발하지 않으면 대법원 스스로 법 수호자로서의 권위를 잃게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마샬이 판결을 내렸다. 먼저 법원조직법에 의해 대법원은 당시 국무장관인 메디슨에게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곧 반전이 있었다. 이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법원조직법이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에 을 위배된다는 것이었다. 위헌이므로 법 자체가 무효, 그래서 대법원은 직무이행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먀살을 벼르고 있던 제퍼슨 대통령과 메디슨 국무장관은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임명장을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나. 그런데 그러는 사이 미국 사법부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다. 사법부가 입법부와 행정부 행위의 위헌성을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음을 모두가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나 지금이나 미국 헌법에는 대법원의 위헌심사권 규정이 없다. 그 때의 그 지혜로운 판결 이후 모두가 인정하는 권한으로 그냥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마샬은 이 판결로 그가 빠질 수밖에  없었던 정치적 함정을 벗어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 사법부를 반석 위에 올려놓게 되었다.

 

힘이 부족한 조직과 기구는 용기와 지혜로 그 부족함을 메워나간다. 그만큼 더 큰 용기와 지혜를 가진 지도자를 필요로 한다. 어차피 용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지혜라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뭐냐. 이 나라의 사법부는 이것도 저것도 없는 지도자에 의해 정치권력에 팔려 나가고 있다.

 

군대도 경찰도, 돈을 만들 권한도 없는 사법부, 그 힘이 어디서부터 오는 줄 아는가? 국민의 신뢰로부터 온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저  수준의 신뢰, 그 위에 다시 국민들이 침을 뱉고 있다.

 

어떤가? 이 쯤되면 그만  둬야 되는 것 아닌가? 그렇게 해서라도 법관탄핵이 함부로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법부를 위해, 그리고 그 지신의 명예를 위해.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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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2월15일 09시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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