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의 1년 후

무늬만 기술금융?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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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15일 21시41분
  • 최종수정 2015년10월15일 21시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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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금융 1년 남짓 사이에 수백 배 늘어 63,000건 42조원
 
정부 독려에 대다수가 기존기업에 대한 담보대출 늘려
 
은행 혁신성 평가에 대출규모 확대에 후한 점수 배정
 
실적주의 벗어나 기술력 평가 인프라 구축부터 선결
 
 
 
- 창조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데에 있어서 기술금융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지난 1년 동안 정부는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는 데에 큰 노력을 해왔고, 그 성과로 기술금융 실적은 25배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들어가 보면 문제가 많습니다.
 
 ▲ 2014년 7월에 시작된 기술금융지원 실적은 당시 486건, 1,922억 원에서 시작이 되었는데 지금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6만3천 건, 42조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1년 남짓 사이에 수백 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 이 실적만 놓고 보면 정부의 핵심정책목표인 창조경제가 잘 되겠구나, 은행을 비롯해 금융회사들이 참 열심히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해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요.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 돈을 부동산 업자도 빌려갔다, 또 기존 거래하고 있는 기업들에 돈 더 빌려주고 그것도 기술금융 실적으로 올렸다는 얘기도 있는데 맞나요?
 
 ▲ 흔히 ‘무늬만 기술금융’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 내용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기존 대출을 단순히 이름만 기술금융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변환하는 그런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통계자료를 보면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17개 은행 평균으로 봤을 때 75.4%가 기존 거래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을 지원했습니다. 이는 지난 7월에 처음 도입 당시의 58.6%에 비해서 오히려 내용면에서 악화된 수치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기술금융이라고 하면 기술력이 평가가 전제가 돼서 대출이 행해지는 신용대출의 한 가지 방법인데, 지금의 기술금융은 담보 대출의 비중이 60% 이상을 차지를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런 대출의 대상 기업 가운데 신용등급이 ‘트리플 B’, 즉 우량 신용 등급이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신한은행이 90% 이상, 기업은행은 78.7%, 우리은행이 61%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술금융의 본래 취지가 새로운 기술을 갖고 사업화를 할 때 그것을 돕기 위해서 돈을 빌려주는 것인데 이것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정책에 대한 판단을 할 때 기술금융의 본래의 취지에 따라서 기술금융이 이루어졌다고 보고 다른 정책을 펴는 것이 일반적 현상인데‘ 이건 일종의 기술금융의 분식회계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부동산 업자도 기술금융으로 지원받는다는 얘기는 뭔가요? 건물을 신기술로 짓는 겁니까?
 
 ▲ 예식장, 부동산 입대 업, 또 일반 학원들도 기술금융 대상에 많이 포함이 되어있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한 번 보기 위해서는 기술신용등급이 어떻게 산출되는 지를 먼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술신용등급이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기술력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긴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지요.
 
 그런데 현행 정책에서는 기술등급 뿐만 아니라 기존의 기업 신용등급까지를 가중 평균해서 최종 기술신용등급이 산출이 되게 됩니다. 예컨대 신용등급이 BB, 양호 등급에 있고. 기술등급은 T2로 우수 등급에 있다고 하면 이런 경우에 결합등급을 ‘A+’로 올려줘서, 더 저리로 자금을 공급해주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면 기술금융지원이 기술등급에 의해서만 신용이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신용등급에 의해서도 평가가 되기 때문에 기술등급이 모자라더라도 지원이 행해진다는 것입니다.
 
 
 
- 은행 입장에서 돈을 떼이지 않으려면 신용등급을 고려하겠지만 기술금융의 본래 취지는 신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금융인데 예식장, 부동산업자 등 이런 쪽에 기술금융이 지원되고 회계처리가 됐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요. 더구나 금융당국이 이를 인정을 해주고, 그래서 은행들은 당국으로부터 점수를 따려고 실적을 부풀리는 것은 문제 큽니다.
 
  ▲ 근본적인 문제는 기술력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지는 지를 한 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은행이 직접 평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TCB(Technology Credit Bureau)라는 기관에서 부여하는 기술 신용등급 평가를 활용하게 됩니다. TCB로는 현재 4개사가 지정이 되어 있습니;다. 즉 한국기업데이터, 나이스평가정보, 기술보증기금(KIBO), 그리고 이번 4월에 이 크레더블이 새로 조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TCB 평가서라는 게 단순히 기술의 질적 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아이템이 있습니다. 물론 기술과 관련된 항목의 비중이 높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질적 평가보다는 지재권 보유 숫자나, 개발인력 수 등 양적 평가에 대부분 의존하게 되어있습니다. 뿐만이 아니라 일반신용평가에 사용되는 재무비율도 같이 사용이 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자금 상환 능력을 따지는 부채비율, 그리고 지난 2년 간 매출액 성장률 등도 평가요인으로 돼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기술력의 질적 평가를 가늠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 그러면 이제 TCB 평가서는 누가 만듭니까? 앞서 거론된 4개 회사가 하나요. 그러면 그 회사들은 각자 따로따로 기준을 갖고 있나요.
 
  ▲ 항목은 같은데, 체크 포인트가 평가자에 따라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가 있겠지요.
 
 
 
- 기술금융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왜 그대로 받아들여지나요?
 
  ▲ 글쎄요. 우선 기술금융이라는 것을 시도를 할 때 인프라 확립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예컨대 지금까지 특허 관련이나 기술 관련, 그리고 시장 관련 정보를 다방면으로 수집해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런 인프라 자체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은행 연합회 산하의 데이터베이스인 TDB(Technology Data Base)라고 하는 것도 거의 검색엔진 수준에 불과해요. 따라서 은행들이나전문가들이 기술력을 평가하기 위한 인프라가 너무 부족합니다.
 
 
 
- 그러니까 기술가치 평가를 할 수 있는 인프라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창조경제를 추진하면서 기술 금융을 많이 해줘라 하니까  적절한 약식의 평가 보고서를 만들어서 TCB가 수행을 하고, 은행은 그것에 따라서 융자를 해주다 보니까 부동산, 예식장에도 돈 빌려주고 기술금융이라고 한다는 얘기네요.
 
  ▲그렇죠. 만약 TCB 평가서 자체가 신뢰성이 있고, 기술 기업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잘 예측을 할 수가 있다면 은행은 이 TCB 평가서 하나에만 이렇게 의존을 하더라도. 충분히 부도율을 낮출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TCB 평가서 자체의 신뢰성이 부족하다 보니까 은행도 TCB 평가서에만 의존해서 대출하기에는 불안하다는 것이지요.
 
 
 
- TCB 평가 회사들은 융자 신청이 들어왔을 때 그것을 평가하는 기관인데 수수료를 받나요?
 
  ▲ TCB 한 건당 100만 원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 이 회사들은 많이 빌려줄수록 수수료는 많이 들어오겠네요. 결국 기술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인프라는 없는데 정부는 기술금융을 많이 해주라고 독려하고, 한편으로는 평가를 많이 해주면 기술력 평가 회사들은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니 양적인 팽창은 구조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요?
 
  ▲ 그렇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취급건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다 보니까 평가회사들의 평가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능력도 그렇고 인원수도 모자라 한 사람이 처리해야할 TCB 평가서 양이 엄청나다고 합니다.
 
 
 
-시스템 전체가 부실 운영이 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은행입장에서도 애로가 있다고 변명하는데 뭔가요?
 
  ▲ 지난해 10월에 금융감독당국이 은행의 혁신성 평가를 수행을 해서 그 결과를 반영해  다방면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그런 발표를 했는데, 그 혁신성 평가에 있어서 기술 금융이 차지하는 규모가 40%나 됩니다. 더구나 기술금융 관련 혁신성 평가에서 규모가 늘어 난 것, 즉 양적인 확대에 대한 배점이 가장 높아요. 예컨대 신용지원역량을 키우는 것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양적인 확산에 따른 점수와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지금 은행 안에서도 지원능력의 확충, 즉 인프라 확립보다는 우선 빨리 실적을 늘리는 데에 연연할 수밖에 없게 되어있습니다.
 
 
 
- 이러한 문제 제기가 처음은 아닐텐데 감독당국은 개선책을 안 내놓았습니까?
 
  ▲ 시정책의 일환으로 은행 혁신성 평가가 조금 개선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은행 혁신성 평가는 우선 세 개 리그로 분류하게 됩니다. 첫째는 특수 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이고, 그 다음이 일반 은행, 그리고 마지막이 지방은행인데 이들 은행에 대해서는 상대평가에 의해서 순위를 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특수은행을 제외하고는 그 순위를 공표해 왔어요. 그러다 보니 과열경쟁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1, 2위만 공표를 하겠다, 또 혁신성 평가요소에서 양적인 것을 좀 축소를 하겠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내놓기는 했습니다만 근본적인 개선에는 못 미치는 것 같습니다.
 
 
 
- 기술 금융 지원을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은행 혁신성 평가를 폐기하거나 개선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또는 TCB 평가서 자체의 신뢰성을 조금 더 제고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얘기들이 많지만 이 두 가지 개선만으로는 해결이 되기는 힘듭니다.
 
  그 이유는, 우선 기술력 평가라는 것이 굉장히 위험성이 큽니다. 우선 기술시장 자체가 워낙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라는 것이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지요. 그렇지만 한번 성공을 했을 경우 수익률 또한 굉장히 높은 그런 산업으로 분류가 가능합니다. 즉,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 되겠지요.
 
그런데 은행 대출의 경우 처음에 대출할 당시 이자율이 정해져 있는데다 특히 기술금융 같은 경우는 더 저리로 대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최대 수익 폭이 정해져있고. 부실이 발생했을 때에는 손실이 커지는 고위험 저수익 구조로  디자인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융자라는 것은 기술 금융에 적합한 금융상품 기법이 아니지요. 기술금융은 융자보다는 투자 형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 투자로 가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 입장에서 그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야 투자를 할 텐데 지금은 TCB 자체도 그렇고, 결국은 이 기술의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담보 위주로 하거나, 또는 기존 거래 기업은 잘 아니까 기존 거래 기업 위주로 하는 것 아니겠어요?
 
  ▲ 그런 이유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 투자를 담당을 해야겠죠.
 
 
 
- 결국은  현재  우리의 금융 인프라가 기술을 제대로 아는, 즉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인력이 모자란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부는 정부가 의욕을 갖고 기술금융을 늘리라고 하니까 무려 42조를 해주면서도 실제 내용은 기존 거래 기업이 4분의 3. 그리고 기준이 담보인 기준이 80~90%를 차지할 수밖에요.
 
 사실은 신기술을 갖고 그것을 사업화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사람들은 기존 거래기업도 아니고, 담보 능력도 없고. 가진 것은 기술인데 그거 갖고 돈 빌리기는 어렵고 해서 기술금융을 지원해주자는 것인데 그런 취지가 실현이 안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네요.그런데 정부가  지원 숫자만 보면 “이야. 정말 우리 금융이 기술 금융을 향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아마 2, 3년 지나면 실적이 엄청나게 나오겠다.” 이렇게 착각할 수 있겠죠.
 
과거에 경부 고속도로를 세계에서 제일 빠른 속도로 제일 싸게 건설을 했었습니다. 그 결과 경부 고속도로의 보수비용이 건설비용보다 몇 배가 더 들어갔습니다. 기술금융도 마찬가지 아닌가 싶습니다. 기술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인력이 모자란 상태에서 실적주의로 기술금융을 늘리라고 하는 거의 강요에 의해서 금융회사들이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다보니 무늬만 기술금융에 그치고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몇 년 뒤에 상당한 부작용으로 우리 금융계의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염려됩니다. 인프라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정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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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10월15일 21시41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19일 16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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