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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금융위기와 미국의 국제경제책략 : 지경학 시각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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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21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21일 17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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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국가전략’ 제26권 1호(2020.2.28.)에 실린 것으로 세종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원문과 함께 요약 소개합니다. <편집자> 

 

국제적 리더십의 물질적 기반 회복 위해 다자주의와 자유주의 이념 부분 수정

트럼프, WTO체제 개혁· 무역협정 양자협정 대체 · 일방적 보복관세 부과

한국,①자유공정무역 선도 ②양자협정의 다자화 ③보호주의 탈피 협력 강화

자유시장·기업 사회적 책임 강화·사회안전망·소득재분배 프로그램 확대 필요

 

1. 이 논문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외교적 목표 달성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동원하는 지경학(geoeconomics) 시각에서 미국의 국제경제책략(international economic statecraft)을 분석한다.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는 전후 미국의 패권 하에 형성·유지되어온 국제경제 질서의 제도적 지속 가능성과 그 이념적 토대인 자유주의의 신뢰성에 심각한 도전을 가하고 있다.

   미국이 직면한 이중적 도전은 보통국가로서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규칙제정자로서 국제적 리더십과 그 물질적 토대를 유지하기 위하여 다양한 지경학 책략(geoeconomic statecraft)을 구사하고 있음을 조명하고자 한다.

 

2. 세계금융위기 이후 무역정책, 금융·통화정책, 투자정책 등 미국의 국제경제책략을 지경학 시각에서 분석했다. 세계금융위기는 전후 국제경제 질서의 물질적·제도적·이념적 기초에 대공황 이래 최강의 충격을 가했고, 그 파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으로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국제경제 질서는 물질적으로 미국의 압도적 능력에 의존하고, 도적 틀로서 다자주의와 이념적 가치로서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는 미-중 간 경제력의 재분포를 앞당겼고 세력전이 가능성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자극했다. 패권국 미국은 경제력의 추가적인 전이를 막고, 국제적 리더십의 현상유지를 시도할 것인지, 아니면 부상하는 중국의 현상변경 요구와 타협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3. 본 연구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국제경제책략이 국제적 리더십의 물질적 기반을 회복하기 위하여 다자주의 제도와 자유주의 이념에 대해 부분적 수정을 가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음을 보여주었다. 

 

 ① 무역정책은 다자주의로부터 소다자주의, 양자주의, 일방주의 방식으로 재조정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까지는 WTO, TTP 등 (소)다자주의를 발판으로 미국의 리더십을 유지하려고 했다. 반면 트럼프행정부는 기존 다자주의 무역정책이 중국 등의 불공정 관행을 간과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나쁜 책략이라고 여겼다. 이에 분쟁해결기구의 상소기구 같은 WTO체제의 개혁을 촉구하고, 소다자 무역협정을 양자협정으로 대체하며, 타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하여 일방적인 보복관세를 부과함으로써 경제패권을 회복하고자 했다.

 

 ② 금융·통화정책은 무역정책에 비해 정치적으로 덜 두드러진 영역이다. 국제준비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 자본시장과 금융자산의 규모 면에서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인 능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환율조작국 지정제도와 통화보조금에 대한 상계관세를 활용하여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였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보좌관들을 중심으로 금본위제로의 회귀  소리가 커지면서 기존 국제통화체제의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③ 투자정책은 자유주의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점차 보호주의 요소가 첨가되었다.미국으 로 유입되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국가안보 관련성에 관한 심사절차가 대폭 강화되었다. 특히 2015년 이후에는 중국의 기술혁신정책을 미국 국가안보의 위협요인으로 간주하고 이에 대한 규제를 본격화했다. 미국 의회는 자본시장을 무대로 하는 경제책략을 주문하기도 했다. 즉 중국기업의 주식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제한하고, 미국 주식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상장요건 및 공시의무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4. 지경학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국제경제책략은 단절보다는 연속성을 띠고 있다. 미국은 안보와 번영을 바탕으로 국제적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하여 여러 경제책략을 취사선택해왔다. 전후의 다자주의·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미국의 국가이익에 유리한 미국적 질서였듯이 세계금융위기 이후의 양자주의·일방주의·보호주의 정책들도 동일한 지정학적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 이러한 발견은 미국 국제경제 정책을 지칭하는 수많은 ‘주의’들이 그 명칭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패권 유지라는 지정학적 목표를 공유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예를 들어, 오바마 행정부의 신국제주의나 트럼프 행정부의 탈예외주의, 중상주의 등은 지경학적 수단의 하나라는 점에서 동일하다.

 

5. 다만, 최근의 트럼프주의(Trumpism)는 기존 국제질서의 제도적 기초와 이념적 가치를 뿌리째 공격하고 있기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차태서 2019). 미국 우선주의는 2차 세계대전 이래 스스로 구축하고 전파해온 다자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자기부정일 수 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선도자라는 지위를 기회요인보다는 제약요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에도 아직 진정한 고립주의 정책은 등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국제질서보다 대안적 국제질서가 미국의 이익에 더 불리할 수도 있다(Norrlof 2018).

 

6. 중단기적으로 미국 정부는, 2020년 대통령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개방적 미국시장과 자유주의 국제경제제도에 무임승차하는 국가들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주의는 일면 국제적 간여정책의 혜택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골고루 돌아가지 않은 것에 대한 반작용이기 때문이다. 국내적 재분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트럼프주의처럼 다자주의와 자유주의를 공격하는 포퓰리즘의 정치적 매력은 여전할 것이다.

 

7. 한국은 첫째, 자유무역이 보호무역 기조로 대체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하여 자유무역의 공정성에 관한 국제담론을 능동적으로 선도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2017년 대통령 통상정책의제 는 ‘자유무역’ 또는 ‘자유시장’을 8번 언급한 반면,‘공정’ 또는 ‘불공정’은 28번이나 언급했다. 공정무역은 자유무역의 전제이면서도 보호무역의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과 친밀도가 높은 글로벌 경제 거버넌스의 최상위 포럼인 G20정상회의에서 ‘공정한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배격’을 동시에 추진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다자통상규범 차원에서 공정무역의 개념을 확립하고 불공정 무역관행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양자주의가 국제경제 질서의 지배적 형식으로 자리 잡지 않도록 양자협정의 실질적인 다자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체로 경제학자들은 다자주의가 양자주의보다 더 낫다고 주장한다(Bhagwati 2008). 여러 양자협정의 중복과 모순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소위 스파게티 볼(spaghetti bowl) 효과 때문이다. 실질적 다자화의 공통분모로는 환율, 무역불균형 등 주요 통상 쟁점을 공정무역 관점에서 재규정하는 것이 포함된다.

 

   셋째, 보호주의적 포퓰리즘의 확산을 막기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통상정책은 소득불평등을 양분으로 삼은 포퓰리즘의 성격을 띠고 있다. 프랑스 세계불평등연구소(WIL)의 세계불평등보고서 2018에  하면, 1980∼2016년까지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등에서 실질소득 상위 1%가 총실질소득 증가분의 28%를 차지했다. 반면 실질소득 하위 50%가 실질소득 증가분에서 차지한 비율은 9%에 그쳤다. 이러한 소득불평등은 신자유주의 지구화의 병폐로 인식되어 반자유무역·친보호무역 아젠다의 사회적 지지를 강화한다. 이제 지구화의피해를 보상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지구화를 위한 뉴딜’(Scheve and Slaughter2007)을 넘어서는 ‘지구화를 위한 뉴딜 2.0’이 요구된다.

 

8. 이를 위해 한국은 사회적가치의 창출과 공유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자유시장 및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사회안전망과 소득재분배 프로그램의 확대를 용인하는 내재적 자유주의(embedded liberalism)의 부활에 대한 국내외적 합의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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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3월21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20년03월18일 09시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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