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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의 재정 위기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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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9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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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서강대학교 개교 60주년(2020년)을 기념하여 경제학과 ‘지암남덕우경제연구원’주관으로 출판한  ‘도전에 직면한 한국경제’ (학현사)의 제5장에 수록된 글임을 밝혀둔다. <편집자>

 

“초등학교보다 못한 대학교육으로 대한민국 미래는 없다”

교육부, 소득 3만 달러의 대한민국에서 소득 1만 달러 수준 대학교육 강요

최소한 매년 경제성장률에 맞먹는 고등교육 재정의 순증이 있어야 

 

<들어가며>

4차 산업혁명의 변화의 물결을 맞이하면서 대학 사회는 갖가지 도전가운데 놓여 있다. 디지털 혁명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비약적 기술발전 속에서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부단한 내부개혁과 성찰이 절실한 시점이다. 동시에 저출산·고령화의 시대적 조류 가운데 찾아온 학령인구의 급감 앞에 대학 자체의 뼈아픈 구조조정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할 어려운 과제가 주어져 있다. 미래사회를 선도해야 하는 책임감과 함께 우리 고등교육 내의 구조적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난제를 끌어안은 셈이다. 하지만, 이를 감당하기에 우리 대학의 재정 여건은 지극히 황폐하다. 지난 십여 년간 지속된 정부의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 속에 대학의 재정은 급속도로 악화되었으며, 현재 뚜렷한 개선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2019년 강사법 시행을 전후로 하여 대학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가속화된 대학의 재정적 위기와 함께 대학의 연구기능 또한 쇠퇴하고 있다. 어느새 아시아 주요 연구중심대학 목록에는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 대학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에 맞먹는 양질의 연구역량 확보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폭넓게 육성해야 한다는 고등교육의 오랜 숙원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점차 뒷걸음을 치는 모양새다.1) 

1) 본고의 집필에는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에서 발주한 정책연구 '고등교육 분야 미래 교육비전및 교육개혁 방향 연구'(김영철 외, 2018) 중 저자가 기술한 내용이 일부 반영되었으며, '재정학연구' 2018년 11월호에 실린 “등록금 동결 정책과 고등교육의 재정 위기” 논문의 일부가 활용되었다. 아울러, KDI '나라경제' 2018년 11월호와 좋은나라연구원 '현안과 정책' 제249호에 실린 본인의 기고문 및 경향신문(2018년 4월 5일자, 12월 6일자)에 게재된 김영철 교수 칼럼의 일부도 인용되었음을 밝혀 둔다.

 

1.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과 고등교육 확대

 

앞으로의 대학교육은 기술적 변화와 새로운 직업적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해 갈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직업들은 이전의 사라진 직업들이 요구했던 지식, 기술, 숙련 등과는 상당히 다른 유형의 역량을 요구할 것이다. 흔히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라고 불렸던 정보처리능력, 기획력, 문제해결력, 의사소통, 협동심 등의 역량이 점차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소프트웨어, 앱 개발 등 기술적 차원에서의 역량 역시 중시될 것이다. 직업적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유연성과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도 추가로 요구된다. 이러한 역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대학교육의 꾸준한 자기혁신과 반성이 요청된다.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2000년대 들어 줄곧 70%를 상회하면서 과잉교육 논란을 야기해 왔다. 하지만,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기에 있어서 세계 각국이 고등교육의 확대와 고도의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이 전적으로 과잉이라고만 보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부들이 ‘선취업 후진학’, ‘마이스터고육성’, ‘NCS 기반 채용’ 등 고졸 취업을 장려하는 각종 정책들을 쏟아 부었으나 대학진학률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데는 모두 실패하였음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고등교육의 확대는 세계적 추세로 굳어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이를 앞서간 국가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내실이다.

 

2. 국제 비교를 통한 고등교육의 재정 평가

 

대학의 재정적 위기는 국제적 평가에도 영향을 미쳐 40위 안팎을 유지하던 IMD 교육경쟁력 중 ‘대학교육(경쟁 사회의 요구에 부합 정도)’ 지표의 평가 순위는 최근 53위까지 하락한 바 있다. WEF 국가경쟁력 평가에서도 ‘고등교육 및 훈련’ 부분의 순위가 2011년 17위에서 2017년 25위까지 추락한 바 있다(김영철, 2018). 특히 ‘교육시스템의 질’에 관한 평가에서는 그 순위가 55위(2011년)에서 81위(2017년)까지 무려 26계단이나 급락하였다. 

 

2010년 이후의 통계를 살펴보면, OECD 주요국과 우리나라의 격차가 눈에 띄게 확대된다. 2016년 기준으로, OECD 국가들이 여전히 국민 1인당 GDP의 약 40% 수준에서 대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를 지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이 비중이 30% 미만(29%)으로 크게 곤두박질쳤다. 집계된 28%는 OECD 전체 가입국 중 최하위권(34개국 중 30위)에 속하는 수치이다. 

 

이제까지 교육열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 대한민국이 유독 대학생 1인당 교육비에서는 절대액으로 보나 경제력(국민 1인당 GDP) 대비 상대적 수준으로 보나 국제적 기준에서 턱없이 부족한 형편에 놓인 것이다. 한편, 2016년 이후로도 등록금 동결 및 인하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의 기본 기조는 지속되어 왔으므로, 현재 시점인 2019년을 기준으로는 해당 수치가 25% 이하로까지 추락하였으리라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다(김영철, 2018). 

 

WEF 국가경쟁력평가에서도 ‘고등교육 및 훈련’ 부분의 순위가 2011년 17위에서 2017년25위까지 추락한 바 있다(김영철, 2018). 특히 ‘교육시스템의 질’에 관한 평가에서는 그 순위가 55위(2011년)에서 81위(2017년)까지 무려 26계단이나 급락하였다. 관련된 평가항목인 ‘대학-기업 간 연구협력’ 역시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IMD 및 WEF의 2011년의 교육분야 순위 대비 이후의 순위 변화를 <그림 5-6>에 요약하였다. 전반적인 순위의 하락이 뚜렷이 확인된다. 더욱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의 격화 속에서 우리 고등교육의 지속적인 경쟁력 약화 및 교육의 질적 수준 하락은 장기적인 국가의 명운을 어둡게 할 수 있다.

 

3. 등록금의 동결과 대학의 재정 위기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사립대학의 비중이 80%에 육박한다는 점이며, 이로 인해 고등교육 재원(R&D 예산 제외)의 상당 부분을 대학 등록금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는 대다수의 OECD 국가들이 국·공립대(혹은 주립대)를 고등교육의 주축으로 삼고 재원의 대부분을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것과 크게 대별된다(서영인 외, 2017). 

 

우리는 지구상의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지금은 1인당 GDP 3만 달러를 내다보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우리 사회의 모든 시스템과 재화 및 서비스의 공급이 이러한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교육 서비스 역시 이에 합당한 양적·질적 발전을 꾀하는 것이 바로 ‘성장’이다. 1인당 명목 GDP로 따진다면, 2000년과 2017년의 차이는 무려2.5배에 달한다. 말하자면, 2000년의 대한민국과 오늘의 대한민국은 완전히 다른 사회라는 것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10년이 근 두 번이나 반복되었다. 그렇다면 경제의 성장과 사회 전반의 발전까지 고려한 적절한 수준의 등록금은 얼마인가? 당연히 2000년 당시 연 451만 1천 원의 약 2.5배인 1,131만 1천 원이다. 만약 교육부가 2000년 당시의 대한민국에 걸맞은 대학교육을 원한다면 여전히 등록금은 ‘비싸다’. 만약 교육부가 현재 대한민국에 걸맞은 대학교육을 원한다면 지금의 등록금 약 740만원은 싸도 너무나 싸다. 

 

소득 3만 달러 시대의 대한민국에 소득 1만 달러 수준의 대학교육을 강요하는 교육부라면 역사를 거꾸로 살기로 작정한 조직이라 할 것이다. 그것이 교육부의 뜻이 아니고, 청와대나 정치권의 뜻이라면 현실 파악에 대한 심각한 반성이 결여된 결과로 볼 수밖에 없다. 등록금 동결을 해제하는 것이 국정 운영 차원에서 정치적 부담이 된다는 어물쩍한 태도로 일관할 사안은 아닌 듯하다.

‘반값 등록금’ 공약 등장의 또 다른 배경은 소위 사회적 안전망 및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확충과 연결되어 있다. 다음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는 요즘, 국민들은 경제적 선진 부국에 걸맞은 공적 지원을 모든 영역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이 점에서 등록금도 예외가 아니다. 

 

4. 고등교육 보편화와 ‘반값 등록금’ 정책의 등장 

 

사립대의 재정적인 위기는 등록금 동결이 지난 십여 년째 지속되어 온 결과이다. 2007년 정치권 일부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을 들고 나온 뒤 여야를 가리지 아니하고 ‘반값 등록금’의 실현은 국민과의 당연한 약속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정치권의 ‘반값’ 공약의 타당성을 평하기 이전에 국민들의 이러한 요구가 급격히 부상한 시대적 배경을 먼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대학정책은 보편교육화된 고등교육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어떻게 받드느냐의 문제로 수렴하게 된다. 최근 급속한 고령화 및 초저출산의 위기감 속에 정부는 어린이집을 완전 무상화하였고 만 5세누리과정의 도입과 함께 유치원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의 폭도 대폭 확대하였다. 간병과 중증질환 등에 대한 국민의료보험의 보장성도 보다 확대되고 있다. 이제 국민들은 공교육과 보건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보편화된 대학교육 역시 정부의 복지영역 중 하나로 여기기 시작하였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거의 무상으로 이수한 국민들이 대학교에서만은 한 학기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을 스스로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즉, 고등교육에 대한 ‘수혜자 부담 원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는 얘기다. ‘반값 등록금’에 대한국민들의 요구는 이러한 고등교육의 보편화 및 사회 전반의 복지영역확대와 맞물려 있다.

 

‘반값 등록금’ 공약 등장의 또 다른 배경은 소위 사회적 안전망 및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확충과 연결되어 있다. 대학등록금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봐 달라는 대중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분출되는 것이다. 2012년에 도입된 국가장학금 제도가 소득연계형으로 설계된 것도 이러한 등록금 제도의 계층적 역진성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현재의 재정적 고충까지 동시에 타개해야 할 어려운 난제를 끌어안게 되었다. 현 시점에서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지난 5년여간 확대되어 온 국가장학금과 각 대학의 적극적인 장학금 확충노력으로 인하여 정치권이 약속한 반값 등록금이 ‘사실상’ 성취되었다는 점이다.

 

5. 미래지향적 고등교육 재정 투자 전략 

 

반값 등록금에 대한 정치권의 약속이 ‘실질적으로’ 현실화되었다면 앞으로의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가의 전략적 방향성은 어떠해야 할까? 이는 산적한 고등교육의 과제 앞에서의 정부의 우선순위 설정의 문제이기도 하다(Marginson, 2007). 우선적으로 짚어 볼 바는, 여전히 다수의 대학생과 그 학부모들은 ‘반값’ 등록금의 실현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반값 이상의 장학금 혜택을 누리는 이들은 전체 대학생의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소득 하위 3분위까지는 거의 전액의 등록금이 면제되고 있다. 소득 하위에 재원이 집중되다 보니 소득 중위계층 이상의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상대적으로 작다. 

 

이에 반값 등록금을 넘어선 장학금의 지속적 확대와 등록금 부담의 점진적 완화 요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여지가 크다. 문제는 그에 따른 고등교육 재정의 빈 공간을 무엇으로 어떻게 메꾸어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금처럼 대학 재정의 파행을 외면한 채 마냥 등록금 동결만을 고집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현 교육정책의 중대한 과제라 할 수 있다.

 

OECD 교육통계 보고서(Education at a Glance)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배분에 있어 타 OECD 국가들과 구분되는 매우 독특한 특성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나라 대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가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에도 크게 뒤처진다는 사실이다.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학교교육에 투입되는 모든 재원을 재학생의 총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는 정부 교부금이, 대학교는 학생등록금이 재원의 주요한 원천이다. 2019년 보고서(2016년 통계치)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1인당 공교육비는 약 1만 1천 달러인 데 반해대학생은 단 8,400달러(R&D 재원 제외)에 그쳤다.9) 대학에 투입되는R&D 재원을 포함시키더라도 1만 500달러에 그친다. 

대학교육의 1인당 교육투자가 초·중등교육에도 크게 뒤처지는 이런 ‘황당’한 상황은 이해하기 어렵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교육부의 총예산 규모가 지난 십 년간 약 34조 원가량 증가하였으므로,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할 때) 교육 분야에 대한 국가적 재원의 배분 차원에서는 충분한 수준의 증액으로 평가될 것이다. 하지만, 유·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사이에 부문별 재원 배분이 현재와 같이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면, 결국 전 사회적 교육자원 투자의 효과성은 그 성과를 담보하기 힘들 것이다.

 

6. 대학재정 위기에 대응한 대안 모색

 

대학교육의 재정 위기는 현실이다. R&D 재원을 제외하고 대학생 1인당 순교육비만을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약 8,000달러인데 반해 OECD의 평균은 약 1만1천 달러이다. 우리가 OECD 평균 수준의 대학생 1인당 교육비 투자를 회복하려면 1인당 약 3,000달러의 교육비 재원이 추가로 확보되어야 한다. 원화로는 약 330만원에 달하는 큰 액수이다. 여기에 연간 대학생 수 약 280만 명을 곱하면, 대략 9조 2천억에 달하는 엄청난 재원이 요구된다.

 

정부는 이제라도 최소한 국가경제 성장에 상응한 수준의 재원 확보에 나서야 한다. 지난 3년간의 연평균 명목 GDP 증가율이 약 4.6%이고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 총액이 약 14조 원임을 감안하면, (등록금 동결의 전제 하에) 국민경제 성장에 상응하는 추가 재원은 약 6~7천억원에 달한다. 그 다음 해에는 여기에 더해 다시 6천억~7천억 원의 추가 재원을 더 확보되어야 한다. 매해 경제성장률에 맞먹는 고등교육 재정의 순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의 정부 재정배분 상의 형평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세에 따라 내국세 총액의 일정 비율을 ‘기계적으로’ 지원하는 현행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제도는 필연적으로 교육비 지출의 과잉을 유발한다. 지난 4년간만 보더라도 초중등교육의 학령인구는 약 70만 명 감소한데 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무려 10조원이상 증가하였다. 이를 시정하려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집행의 배분 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고등교육 재정 확정을 법제화하는 것이나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재배분하는 것 모두 정치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면이 역력하다. 만약 이러한 제도적 개선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면, 현재 강행 중인 등록금 동결 및 인하 정책은 마땅히 폐기함이 옳다. 등록금 인상을 어느 정도 허용하더라도 악화된 고등교육의 질적 수준을 시급히 끌어올리는 것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유익한 길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생과 학부모의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권으로서는 선뜻 등록금 동결 해제를 전면적으로 선언하기 쉽지 않다.

 

한 가지 절충안은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등록금 인상만을 전격 허용하되,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확대를 통하여 대학의 장기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인상은 ‘실질’ 등록금의 증가는 아니므로 학부모와 대학생의 재정적 부담을 크게 가중시키지 않는다. 이에 정권의 정치적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물가상승률 수준에서의 등록금 인상으로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국제적 경쟁력 확보를 결코 보장할 수 없다. 

 

따라서, 부족분에 대한 추가적인 재원 확충이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사업을 통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 사실 2010년 등록금 인상 상한제(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허용)와 등록금심의위원회의 법제화 이후, 대학의 장기적 성장 동력은 결국 정부의 재정지원 확충을 통해서만 가능한 상황임을 정치권과 재정당국이 명확히 인지해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진정 초등학교보다 못한 대학교육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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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5월0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0년05월06일 21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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